주초부터 해외자본의 달러 매도에 크게 당한 국내은행들은 결국 이튿날인 5일부터 조금씩 방향을 틀기 시작해 6일에는 상당수가 ‘숏 플레이’에 가담한다. 해외투기세력과 외국은행의 흐름에 가담해 조금이나마 환차익을 내보자는 의도. 그러나 달러유동성이 부족한 상태에서 욕심을 낸 것이 화근이었다. 부족한 달러를 메우기 위해 원달러 스왑에 나섰지만, 이를 받아줄 세력이 전무했기 때문. 결국 외국은행들이 엄청난 고금리로 스왑을 받아줘 거푸 차익을 챙겼다. 그야말로 ‘또랑치고 가재잡는’ 손쉬운 장사를 한 셈이다.
지난주의 외환시장 상황을 돌이켜보면, 여전히 우리나라는 ‘換亂’의 위험지대에 놓여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지난 4월 외환자유화 이후 해외자본의 유출입 및 투기적 원달러 거래는 매우 빈번해졌지만, 우리나라의 취약한 외환시장 구조는 별로 달라진 게 없다. 시장은 경직돼있으며, 은행을 비롯한 주요 내국인 시장참여자들의 시장을 보는 시각과 거래 기술도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유동성부족에 시달리면서도 환차익을 보겠다고 ‘숏플레이’에 나섰다가, 다시 스왑시장이 완전히 마비되자 당혹해하는 일련의 과정을 보면 씁쓸한 自嘲가 앞서지 않을 수 없다. 유동성 경색이 오면 가장 먼저 어려움을 겪어야 하는 신인도 열위의 일부 대형은행들이 스스로 위험을 자초했다는 점이 안타깝다. 재무구조가 나쁘다보니 침착한 위험관리보다는 한푼의 이익이라도 매달려야하고, 그러한 의사결정 구조하의 실무자들이 냉정을 잃고 우왕좌왕하는 악순환의 연속이다.
한차례 재미를 본 해외투기세력들이 언제 다시 원달러시장에서 ‘작전’을 감행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그 때마다 이렇게 허망하게 당해야하는 것인지, 이러다가 또다시 97년말의 상황이 재연되는 것은 아닌지, 시장전문가들은 지난주 내내 체증에 고생하면서도 마땅한 해법을 찾아내지 못했다.
성화용 기자 yong@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