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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아줌마 부대’를 잡아라

신익수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1999-10-08 17:08

여론몰이식 ‘협동조합 죽이기’…감사원 자료 상대적 ‘과대포장’

농협등 4개 협동조합의 개혁방안이 사실상 농림부의 ‘판정승’으로 일단락됐다. 재경부가 주장했던 신용사업과 경제사업부문의 ‘물리적 분리’가 아닌 ‘내용적분리’로 가닥을 잡았고 중앙회장과 조합장 선출방식도 ‘간선제’로 결정됐다. 감사원 자료 공개로부터 시작된 언론의 집중포화로 도마위에 올랐던 ‘협동조합 개혁사태’의 전말을 돌아본다.



¨감사원 자료와 언론보도는 정확했나

농협직원들은 요즘 일할 맛을 잃었다. ‘아빠 직장이 정말 그렇게 나쁜 거야’고 묻는 자식들과 아내의 물끄러미 쳐다보는 시선앞에 어깨가 저절로 내려간다. 과연 농협이 감사원의 지적과 언론에 보도된대로 그렇게 각종 비리에 연루되고 엄청난 부실을 초래했을까.

우선 농협이 농민에게는 뒷전인 채 대기업에만 무려 8천억원의 대출을 해줬다는 지적을 따져보자. 농협중앙회의 신용사업은 은행법 적용을 받는 은행이고 국내 은행중에서도 볼륨이 가장 큰 은행중 하나다. 수신고만 50조원에 이르고 자금운용의 수단인 여신규모는 32조원에 달하며 이중 원화대출만도 26조가 넘는다. 8천억원이라면 26조의 3%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언론보도는 속된말로 ‘돈장사’하는 은행이 대기업 여신을 3%정도 해줬다고 ‘죽일놈’이라는 논리나 다름없는 셈이다.

농협이 규정상 대출이 금지된 적색거래처에 대해 대출을 했다가 엄청난 부실을 초래했고 그 과정에서 소위 커미션을 챙긴 의혹이 짙다는 보도역시 사실을 왜곡한 부분이 적지않다.

적색거래처에게 대출을 일으킨 건은 중앙회의 경우 총 8백92건, 금액으로는 3백9억원의 규모다. 농협의 대출계좌 수는 총 1백만좌에 이른다. 그 1백만좌 가운데 8백92좌 때문에 ‘엄청난’부실과 비리의 장본인으로 여론의 도마위에 오른 셈이다. 8백92좌 모두 규정위배에서 비롯된 것도 아니다. 농협은 IMF한파로 기업 도산이 줄을 이으면서 실직으로 부도위기에 처한 고객이 급증하자 이들의 연체이자 부담을 덜기위해 연체자에 대해 정상이자만 받고 연기 또는 재대출을 하도록 일선 영업점에 적극 유도했었다. 그 결과 발생된 것이 바로 적색거래처 대출로 지적받은 것이다.

부도 대기업에 대한 여신으로 부실여신이 급증하는등 경영상의 이상징후가 있다는 감사원자료 발표로 농협은 잠깐동안 예금인출 사태에 직면하는등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농협의 부실을 살펴보면 무수익여신 및 부실여신비율은 국내 금융기관중 가장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말 현재 국내 전은행의 무수익여신 비율이 전년대비 1.4%P 상승한 7.4%인 반면, 농협은 전년대비 0.4%P 늘어난 4.4%를 기록하고 있다. 부실여신 비율역시 전은행의 3.4%보다 훨씬 낮은 1.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실여신 규모 역시 지난해말 현재 4천8백96억원으로 조사돼 국민(7천2백62억원), 주택(9천1백54억원), 신한(4천9백58억원)등 대형은행들과 대조를 보이고 있다. 업무이익은 8천6백67억원을 시현, 국민(6천8백37억원), 주택(8천1백39억원), 신한(4천3백억원), 하나(3천6백74억원)은행등을 앞질렀다. 정부정책에 부응하면서 억지로 떠안은 손실도 적지않았고 하기싫은 여신 때문에 입은 타격도 간과할 수 없는데 은행수준으로 대손충당금을 적립하고도 3백억원이 넘게 흑자결산을 했다. 지난한해 동안 부실채권 회수를 위해 휴일을 반납하고 야근을 마다하지 않았던 ‘촌놈’들의 집단인 농협직원들의 노력 덕택이다.

이 과정에서 언론의 보도대로 과도한 수준의 수당과 복지기금지원등으로 경영에 부담을 입었을까. 농협은 금융노련에 가입돼 있어 급여 및 복지후생 수준이 일반은행들과 유사하며 급여는 국민은행 대비 95%, 신한은행 대비 85%로 다소 낮은 수준이다.



¨협동조합 개혁안, ‘진보냐 퇴보냐’

이번 농림부의 개혁안 요지는 크게 두가지. 크게 일선 단위조합차원의 개혁과 중앙회차원의 개혁이다. 여기에 중앙회장 선거의 간선제 전환이 포함됐다.

우선 농·축협중앙회 기능을 일선 조합으로 대폭 이양하고 슬림화해 2천1년까지 통합한다. 인삼협은 농협에 흡수되고 임협은 신용부분을 농협에 넘긴 뒤 정부사업을 대행하는 산림연합회 형태로 기능을 전환한다. 단위조합은 ‘1군 1조합’을 원칙으로 농협 단위조합이 1천2백3곳에서 3백곳 이내로, 축협은 1백92곳에서 1백곳 이내로 줄어든다. 초미의 관심이었던 경제사업과 신용사업 부문은 재경부안이었던 ‘물리적 분리’가 아닌, 농림부의 ‘내용적 분리’로 가닥을 잡았고 독립회계제도와 기업회계기준에 의한 결산제도를 도입하는 방식으로 경영투명성을 높인다. 중앙회장 선거는 전국 조합장이 참여하는 직선제에서 대의원과 조합장 중에서 무작위로 선정한 선거인단이 선출하는 간선제로 바뀐다. 단위조합장 역시 직선제에서 각 조합별로 구성된 이사회가 2~3명을 선정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대의원총회에서 선출하는 간선제를 도입키로 했다.

이번 협동조합 개혁안을 선정하기까지 정부부처의 의견을 돌아보면 재경부의 신용, 경제사업 부문의 물리적 분리, 81년 농협에서 분리된 축협과 농협의 재결합, 88년 직선제도입 이전의 형태인 조합장과 중앙회장의 간선제 채택등 과거 체제로의 회귀현상이 두드러졌다. 일각에서 ‘농협 개혁이 거꾸로 가는 것 아니냐’ ‘진보냐 퇴보냐’는 논란이 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의 6백만에 달하는 ‘농민 표밭고르기’, 재경부의 ‘농협길들이기’등 일사불란하게 진행된 감사원과 언론의 ‘포화사격’을 두고 의혹들이 꼬리를 물었다. 어떤 의도에서 이번 개혁이 진행됐는지 밝히기는 어렵지만 정권이 바뀔때마다 수없이 대풀이된 농협에 대한 개혁논의가 이번에는 결실을 맺을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신익수 기자 soo@k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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