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환매요청이 업계 전반적인 문제고 그동안 영업과정에서 쌓아온 신뢰와 금감원의 창구지도로 우려할만한 자금이탈은 없지만 냉정한 자본시장은 갈수록 대우증권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특히 수익증권 투자자의 80%를 시장변동에 민감한 기관들이 차지하고 있어 수익증권 환매요청이 쉽사리 수그러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우증권이 이같이 곤욕을 치르고 있는 것은 오직 대우그룹 계열사라는 이유 때문. 대우증권만 놓고보면 어느 면에서나 투자자들이 불안을 느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대우증권은 위탁영업에서 시장점유율 11.5%안팎으로 1위를 고수하고 있고 당기순이익도 지난회계연도 업계 최고인 천억원을 기록했다. 올 회계연도 들어서도 7월까지 4천억원 이상 흑자를 기록하고 금융기관으로서는 드물게 자기자본이 1조6천억원에 달한다. 회사의 유동성을 설명해주는 영업용순자본비율도 감독원이 설정한 하한선 1백50%를 훨씬 상회하는 4백50%에 달하고 부채비율을 의미하는 재산채무비율도 1백40%로 자산이 채무보다 많다.
이에 따라 대우증권 내부에서는 대우그룹이 하루빨리 대우증권을 매각해 공신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대우증권 한 관계자는 "제조회사와 달리 금융기관은 경영상태가 아무리 좋아도 투자자들이 불안을 느껴 자금을 빼가면 정상적인 경영이 어려워 진다"며 "그룹이 대우증권에 대해 계속 미련을 보일 경우 고객자산과 직원이탈로 대우증권이 어려워 질 수도 있다"이라고 주장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이번 환매사태가 조기에 진정된다 하더라도 빠져나간 자금들이 다시 대우증권으로 재유입될지는 의문"이라며 "대우그룹 계열사라는 꼬리표가 계속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대우증권은 지난해부터 현대증권과 삼성증권이 그룹의 공신력을 앞세워 영업력을 확장하는데 대해 자체의 영업력만으로 힘겹게 시장점유율을 지켜왔으며 외국계로의 매각루머가 나올때마다 주가가 상승했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그룹의 지분이 15%정도여서 지분을 매각한다해도 그룹에 큰 도움이 되지는 못할 것"이라며 "그럼에도 대우증권을 위해 그룹이 빨리 방침을 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내부의견이 비등하다"고 전했다.
박호식 기자 park@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