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참여자들은 “ ‘위’로도 어렵고, ‘아래’로도 어려운 장세”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당초 예상은 대우그룹과 관련한 심리적 불안과 월초 결제수요로 달러 강세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했지만, 정작 지난주 시장 형편은 예상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1천2백3원~1천2백5원 사이에서 업체들의 공급물량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전자, 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등 현대 계열사에만 3억달러 가량이 쏟아져 나오는 등 현대계열사의 달러 공급이 많았고 제일은행도 주후반에만 2억달러를 출회했다. 역외거래자들의 ‘헷지 매수’와 외국인투자자들의 해외송금요인등에도 불구하고 탄탄한 매도세가 이를 압도했다는 분석이다.
오히려 시장은 ‘1천2백원’을 깨기 위해 압박을 가하는 쪽으로 움직였다. 3~6일 사이에 매일 1천1백90원대로 떨어졌지만, 그 때마다 외환당국이 강력하게 개입해 다시 1천2백원대로 끌어올리는 양상이 되풀이됐다. 결국 예상과는 반대로 환율은 공급물량과 당국의 개입이 팽팽히 맞서는 약보합의 기조를 유지하며, 대우 파장에 아랑곳 없이 위-아래가 모두 막혀있는 전형적인 ‘레인지 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일중 변동폭도 현저하게 축소됐다. 대우 파장이 불거졌을 때 하루 20원가까이 움직였던 환율은 지난주 후반으로 들어가면서 하루 2~4원 정도 움직이는 선에서 그쳤다. 일부 국책은행이 장 초반에 이른바 ‘가라 비드’를 내는 것을 제외하면 거의 변동폭이 미미했다는 것.
그러나 지난 한 주의 시황만으로 환율이 다시 하향안정기조로 돌아섰다고 보기는 어렵다. 전문가들은 역시 대우문제가 환율전망의 ‘키’라고 보고 있다. 특히 오는 18일로 예정된 대우그룹의 해외채권단 설명회와 이를 전후한 정부의 대안과 정책의지의 표명이 앞으로의 원달러 환율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 석연치 않은 상황이 돌출되면 환율은 다시 급상승 커브를 그리게 될 수도 있으며, 이 경우 1천2백50원대까지 쉽게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물론 대우문제가 어느정도 가닥이 잡히면 현재의 안정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성화용 기자 yong@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