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금융계에 따르면 제일은행은 지난 5, 6일 이틀간 2억달러를 원달러시장에 출회했다. 제일은행측은 달러 매도와 함께 “외화충당금 설정을 위해 과도하게 사들인 달러 물량을 되파는 것”이라고 시장에 발표했다. 특히 제일은행은 “다시 재매수할 물량은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시장관계자들은 이같은 대규모 달러 매도가 정부의 공적자금을 지원받아 외화부실을 메운 제일은행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거액의 달러를 과잉 매수해 환율이 하락 압력을 받자 다시 시장에 내다 파는 것은 명백한 투기적 목적으로 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공적자금으로 환투기를 한 셈이며, 만약 이로인해 환차손이 발생한다면, 그 또한 결국 국민 세금을 충당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제일은행측은 위험을 감수하고 이같은 거래를 한 데 대해 “외화충당금 적립을 위해 사들인 달러의 단가를 낮추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해명이 사실이라하더라도 제일은행은 공적자금이 투입된 시점의 환율이 1천1백60원대에서 달러를 매입하지 않은 채 뒤늦게 물량을 확보, 결과적으로 판단에 문제가 있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외화충당금 설정을 위해 사들인 달러를 빈번히 매매하는 것은 다른 시중은행들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흥, 한빛, 외환은행등 대형시중은행들은 물론이고 몇몇 국책은행을 제외한 대다수 시중은행들이 지난달 하순 환율 급등락기에 빈번한 매매거래를 일으켰다는 관측이다. 현재까지 시중은행들이 충당금용도로 매입한 달러 물량은 7~8억달러에 달하며, 오는 9월까지 총 21억달러를 매입해야한다. 시중은행들은 달러포지션이 늘어나면서 이를 투기적 거래에 적극 활용, 결과적으로 원달러시장의 안정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성화용 기자 yong@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