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금융계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지난주 윤기섭 부총재보가 시중은행 국제금융담당 임원을 불러 외화부실자산에 대해 적립한 원화대손충당금을 외화로 전환, 이를 통해 시장의 달러 수요를 늘려 환율 하락을 막는데 기여하겠다는 방침을 피력한데 이어, 각 은행별로 대손충당금 외화설정을 위한 월별 달러 매입계획을 제시토록 지시했다. 또 가급적 3/4분기중 소요 외화를 확보토록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은의 이같은 달러 수요 촉발방안이 공개된 후 원달러 시장은 환율안정에 대한 당국의 의지를 확인, 심리적 안정감과 함께 환율 하락세가 주춤해지는 등 상당한 효력이 발휘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당국의 계산과는 달리 대손충당금 외화설정 규모는 20억달러에 훨씬 못미칠 것으로 보여 또 한차례 시장의 불신을 사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한은은 당초 시중은행의 외화대손충당금 설정액 20억달러를 추산하면서 국외점포의 충당금을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외점포의 충당금은 이미 외화로 적립돼있어 달러 수요를 창출할 수 없으며, 그 규모가 전체 외화자산에 대한 충당금의 30~40% 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따라서 실제로 달러수요 촉발액은 12~14억달러에 불과하다는 분석이다. 또 대손충당금 확보를 위한 은행별 달러 매입계획도 당국의 기대와는 달리 4/4분기까지로 넓게 분포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당장 달러매입을 위해서는 원화자금의 부담이 되는데다, 대부분이 하반기중 원화강세를 예상하고 있어 미리 달러를 매입해 손해를 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외환당국은 단발성의 ‘굿 아이디어’를 제시해 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기여한 반면, 실상이 전해진 이후의 정책에 대한 실망 또는 불신을 자초, 다시 한 번 상처를 받게 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성화용 기자 yong@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