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금융계에 따르면 외환당국은 지난 주초 원달러 환율이 1천1백60원대로 떨어지자 일부 시중은행을 직접 움직여 달러를 사들이는 시장 ‘직개입’을 시작했다. 당국이 이처럼 시중은행을 직접 동원해 시장개입에 나선 것은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동원된 곳은 외환, 조흥은행 등 2~3개 시중은행으로 알려졌지만, 해당은행측은 이를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시장 관계자들은 지난주 1천1백60원~1천1백65원 사이에서 외환당국이 시중은행을 수시로 동원해 직개입에 나섰으며, 이로인한 ‘오버-보트 포지션(Over- Bought Position)’ 규모가 지난 주말까지 약 3억달러 가량 시장에 남아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외환당국은 그동안 수출입은행을 비롯한 몇몇 공기업을 동원한 ‘간접개입’방식으로 원화절상을 견제해왔다. 그러나 지난주 환율하락 압력이 부쩍 심해지자 시장에 효과가 크고 순발력있게 수급을 조절하기 위해 직개입에 나섰다는 관측이다.
이처럼 달러약세가 심화되고 있는 것은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 및 투기적 매도세에 근본 원인이 있지만, 전철환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시장개입의 자율권이 제한돼 있다’는 내용의 발언을 한 데도 자극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로이터는 전총재의 발언을 인용해 ‘일정규모를 넘어선 시장개입은 IMF와 협의를 거쳐야한다’ 고 타전했다. 이로인해 시장관계자들은 그동안 반신반의하던 우리나라 외환당국의 시장개입능력을 확연히 의심하게 됐으며, 결국 달러 약세기조가 불가피하다는 쪽의 기대심리가 강하게 형성됐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재경부와 한국은행등 관련 당국은 줄곧 ‘한국 외환당국은 외환시장개입과 관련해 확실한 자율권을 확보하고 있다’고 강조해왔다. 재경부도 이날 전총재 발언과 관련한 뉴스가 전해지자 곧바로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이미 시장관계자들에게는 설득력을 잃은 후여서 시장의 흐름을 돌리기 어렵게 됐다는 지적이다.
성화용 기자 yong@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