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말 현재 국민은행의 충당금 적립전 이익은 8천5백22억원. 세후 순익으로 계상해도 3천27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3천27억원의 세후순익도 매우 보수적인 결산방식을 채택한 것이다. 실제로는 약 3천7백억원의 세후 순익을 냈는데, 의무조항이 아닌 실적배당형 신탁상품의 충당금을 1백% 적립해 이익을 줄인 것으로 전해졌다. 렌탈자회사를 정리하는 데 소요된 1천억원등을 차감하고도 이정도 순익을 낸 데 대해 국민은행 관계자들도 스스로 놀라고 있다.
아직 이익으로 반영하지 않은 ‘버퍼’도 남아있다. 지난해 초에 매입한 20%대 채권중 평가익을 반영하지 않은 규모가 적지 않다. 현재 실세금리를 대입해 제대로 계산해면 그 ‘버퍼’의 크기만 2천억원 안팎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추세면 이미 국민은행은 상반기중 올해 연간 경영목표에 접근하게 되며, 기준을 느슨하게 잡으면 부분적으로는 초과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이처럼 기대이상 이익을 많이 낸 것은 기본적으로 ‘소매금융의 위력’이 배경으로 보인다. 고객기반이 워낙 탄탄한데다 경기가 회복되면서 개인고객의 부실화가 우려했던것 보다 심각하지 않았다는 분석. 여러 경로로 경영전략을 고민해온 송달호 행장도 상반기의 흐름을 읽고는 확연히 ‘소매금융전략’의 가닥을 잡았다. 송행장은 임원 및 간부회의를 통해 소매금융 70%, 나머지 모든 부문을 합해 30%의 비중으로 개략적인 경영목표를 잡겠다는 방침을 표명했다.
이익이 급신장하면서 국민은행은 재무관리를 어떻게 할 지를 고민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캐시 플로우’를 감안한 새로운 자산건전성 분류기준에 의해 대손충당금을 전액 적립할 경우 약 5천억원 안팎이 추가로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올해 이익으로 부실을 ‘완벽하게’ 털어버릴 수 있는 충분한 여유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송행장은 물론이고 새로 최대주주가 된 골드먼삭스도 ‘수퍼 클린뱅크’를 원하고 있다. 대외적으로 공표되는 이익규모를 줄이더라도 올해 완전히 정리하고 넘어가자는 것.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익 신장세’를 외부에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어느쪽이 됐든 국민은행은 행복한 고민에 빠져있는 셈이다.
성화용 기자 yong@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