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정부당국 및 금융계에 따르면 정덕구 산업자원부 장관은 지난주 주요 은행장회의를 소집, 수출경쟁력 제고 및 무역활성화를 위해 은행들이 환가료와 전신환매매율 스프레드를 낮춰주도록 요구한데 이어 16일 무역센터에서 열린 무역업계 초청 간담회에서는 한은의 기타 수탁금 금리를 LIBOR+4%에서 LIBOR+2%로 낮춘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전적으로 한국은행이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수탁금리 문제를 관할 당국이 공표하기에 앞서 산자부 장관이 밝힌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이날 산자부는 실무 관료들을 동원해 각 시중은행에 전화를 걸어 환가료등을 이번주중 인하토록 협조 요청을 하는 한편 당일중 계획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하는 등 사실상 반 강제적인 창구지도에 나선 것으로 밝혀졌다. 또 이 과정에서 일부 재경부 관료들도 은행측에 유선으로 협조요청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16일자로 국민은행은 수출입거래시 적용하는 환전수수료를 0.99%포인트까지 낮추고 연 6.25%의 노마진 무역금융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등 즉각적으로 산자부 지도에 부응하는 조치를 내놓았다. 또 한빛은행도 지난 14일 환가료 인하에 이어 18일부터 수출환어음매입 환가료를 최고 0.6%포인트까지 추가인하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두 은행에 이어 대부분의 은행들이 17, 18일중 비슷한 조치들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은행권을 대상으로한 산자부의 이같은 정책지도는 주무당국인 재경부와 한국은행을 들러리로 만들어 정책상의 혼선을 초래할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시각이 만만치 않다. 특히 은행측이 환가료를 현수준의 절반으로 떨어뜨리도록 강요하고 있는 산자부의 지도방향에 강한 불만을 표명하고 있을 뿐 아니라, 현실적으로 한국은행의 수탁금리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떨어뜨릴 수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목되고 있다.
성화용 기자 yong@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