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환포지션 관리 방안을 강구하기 어려운 은행들은 원화절상 기조가 계속되는 한 외자도입이 곧바로 거액의 환차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올들어 금융기관중 처음으로 해외 DR발행을 통해 4억달러를 들여온 신한은행이 이같은 문제에 직면했었고, 최근 골드만삭스로부터 5억달러를 도입한 국민은행, 8월중 10억달러의 DR발행을 계획하고 있는 한빛은행 모두의 공통된 고민거리로 남아있다. 이중 신한은행은 환율이 1천1백60원대까지 떨어졌던 어려운 시기였음에도 불구, ‘市場’과의 게임에서 절묘하게 승리한 케이스. 은행이 DR등을 통해 외자를 들여오면 일단 대차대조표 상에 외화(달러)자산이 잡히고, 기표일자의 환율로 환산한 원화자본금이 올라간다. 이 때 은행이 포지션 커버를 하지 않고 그대로 두면, 환율변화에 따라 환차손 또는 환차익이 발생하게 되는데, 최근처럼 원화절상기조하에서는 거액의 환차손 발생가능성이 높다는 분석. 따라서 외자도입 은행은 달러를 팔아야 하는데, 당국은 원달러 시장의 공급요인을 우려해 가급적 못팔게 하는 입장이다. 당초 신한은행도 재경부, 한은등과 상의, 환율에 직접 영향을 주지 않도록 장외거래를 통해 해결하려 했다. 그러나 민간기업의 달러 장외거래는 전례가 없는 일이어서 결국 포기, 어쩔수 없이 원달러 시장에 내다팔게 됐다. 이 때 다른 시장참여자들이 신한은행의 대량 달러매도 시점을 간파하게 되면, 그 때부터 이미 신한은행의 손실이 시작된다. 매도물량 예측과 함께 다른 시장주체들의 달러 매도행진이 환율하락세를 가속화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정보를 노출시키지 않고 조금씩 달러를 시장에 내다팔아 손실을 피해야하는데, 당시 신한은행은 ‘교묘한 플레이’로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약간의 환차익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 5억달러를 들여온 국민은행측은 증자대금 3억달러를 이미 해결했다고 시장에 공언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와 일부 미국계 은행을 통해 처분했다는 것. 그러나 이러한 공언이 사실인지, 아니면 ‘시장과의 게임’을 위한 작전인지는 아직 확인하기 어렵다. 또 CB발행분 2억달러에 대한 환리스크 헷지 역시 확실하게 된 것인지 의문. 현재의 국민은행 주가추이를 보면 전환권 행사는 확실시 된다. 발행시점의 환율에 비해 전환권 행사시점의 환율이 낮을 경우 상당한 손실이 불가피하다.
10억달러의 대규모 외자도입을 추진, 지난주 리만브라더스에 맨데이트를 준 한빛은행 역시 환포지션 관리 문제로 노심초사하고 있다. 8월발행 예정이어서 시간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환율하락의 대세는 그 때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만약 포지션 관리를 잘못하면 당장 올해 이익에 치명적인 영향이 올수도 있다는 점에서 실무진들도 다각도로 해법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은행의 환포지션 관리는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분석. 제조업체의 경우 대개가 외화부채를 상환하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 모두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오버 솔드 포지션’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은행의 경우 대부분이 포지션을 ‘스퀘어’상태로 가져가고 있다. 따라서 외화부채를 상환하더라도 포지션 커버가 안된다. 상환재원으로 쓸 수는 있지만, 거래가 끝나도 ‘오버 보트 포지션’은 그래로 남기 때문이다.
성화용 기자 yong@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