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의 이번 사업본부장 재배치는 단순히 임원들의 업무 분장을 바꾼 것으로 해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우선 이번 인사의 배경에 ‘비상임 이사’가 개입해 있다는 사실이 주목할 만하다. 국민은행은 지난5월21일 이사회를 열었는데, 당시 IFC가 추천한 비상임 이사인 UBS출신의 토마스 크라이앤뷸氏가 송행장과 장시간의 면담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송행장에게 국민은행의 전략적 포지셔닝에 대해 진지하게 충고했다고 한다.
그가 강조한 대목은 ‘현재 국민은행은 70%의 전략적 비중을 소매금융에 두고 있다. 국민은행의 성패가 바로 소매금융에 달려있다. 지금도 비교우위를 누리고 있지만, 앞으로는 타행이 추종을 불허할 정도의 우월적 지위를 소매금융부문에서 확보해야한다. 이게 국민은행의 미래를 좌우할 키포인트다.’는 게 요지.
특히 그는 송행장 면담에 앞서 국민은행 경영진을 개별인터뷰, 나름대로 임원들에 대한 평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개인고객본부를 맡고 있던 황석희 상무에 대해 그동안의 이력이나 점포장들과의 ‘릴레이션십’, 국민은행의 소매금융전략 특성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적절한 보임’이 아니라는 평이 나왔고, 결국 이같은 충고가 사업본부장을 재배치하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아무래도 장기신용은행 출신의 황상무가 단기간에 ‘전공’과 다른 업무, 그것도 국내 최대의 소매은행인 국민은행의 관련 업무를 장악하고새로운 아이디어로 일을 벌이는데는 한계가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
송행장이 전격적으로 단행한 이번 인사는 이같은 배경을 감안할 때 여러가지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우선 장은과의 합병후 약간의 혼선이 있었던 국민은행의 전략적 비전이 확실하게 ‘소매금융’쪽으로 접근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민은행은 사실 합병후 막연하게 나마 업무영역상의 ‘시너지 효과’를 의식해왔다. 기업금융에 특화된 장은의 강점을 어떤 식으로든 발현시켜 보여줘야한다는 일종의 강박관념 비슷한 것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억지로 해서 될 일이 아니라는 인식을 갖게 됐다. 이번 사업본부장 재배치는 은행업분석가들이나 외국인투자자들이 그동안 꾸준히 권유해온 ‘소매금융으로의 전력투구’에 시동을 건 상징적인 인사로 해석되고 있다.
또 한가지는 비상임 이사의 역할이다. 이번 사례뿐 아니라 내년에 골드만삭스로부터 비상임 이사를 영입하게 되면 그들의 충고 또는 국민은행에 대한 객관적인 시각이 국민은행 경영에 상당한 영향을 발휘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송행장이 이들의 조언을 견실히 수용하려하는 한 상승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이번에 개인고객본부장을 맡게된 안경상 상무는 시험대에 오른 셈이됐다. 결정적으로 중요한 시기에 가장 중요한 업무를 맡게됐기 때문이다. 특히 부행장제도가 없는 국민은행의 수석상무라는 위치가 의미심장하다. 사실 국민은행의 큰 고민중 하나가 송행장의 뒤를 이을 ‘차기’가 안정돼있지 않다는 데 있다. 무거운 짐을 지게된 안상무가 과연 어떤 일솜씨를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성화용 기자 yong@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