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 말 현재 국내 은행들은 장부가 기준으로 10조9천7백억원의 주식을 운용, 7조3천2백억원의 평가손을 기록했다. 당시 한일, 조흥, 제일 등 선발은행들은 행당 8천억원~9천억원대에 이르는 평가손이 나기도 했다.
결국 은행들은 지난해 초부터 운용주식을 지속적으로 줄여 최근 1년여간 자산운용은 국채등 채권에 주로 의존해 왔다. 지난해 말부터 증시가 활황국면으로 전환, 지금까지 주가가 상승기류를 타고 있음에도 은행들이 운용중인 주식규모는 행당 3백억원~1천억원 안팎으로 운용자산 총액의 1%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 같은 주식운용상의 공백은 은행들의 본격적인 투자상품인 단위형금전신탁의 허점을 만들어 내고 있다. 리스크 헷지를 위한 다양한 투자기법 등의 노하우를 습득하지 못한 경우가 많아 자칫 주식부문에서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성장형 펀드의 경우 주식 및 선물·옵션에 최대 30%까지 편입 가능하지만 아직 은행들은 주식과 선물에 어떤 식으로 투자, 손실을 최소화하고 수익률을 극대화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전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하나, 신한 등 일부 은행은 투자자문사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주식운용부문을 아예 아웃소싱 하거나 투신사 출신의 전문 펀드매니저를 영입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하나은행은 지난 6일 미래에셋투자자문과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주식운용과 관련된 사항을 뮤추얼펀드 운용으로 이미 명성이 높은 미래에셋에 맡김으로써 수익률 제고는 물론 주식운용이라는 ‘짐’을 하나 덜겠다는 계산이다. 이어 신한은행 역시 SEI 에셋코리아와 계약을 체결, 주식부문은 에셋코리아에 일임하기로 했다. 이밖에 국민, 외환은행 역시 판매추이에 따라 주식운용부문은 외부 투자자문사에 의뢰할 방침이며 한빛은행은 대한투신 출신의 펀드매니저를 영입, 주식운용을 맡기기로 했다.
주식부문의 아웃소싱은 주식운용을 전문가에 맡김으로써 다른 은행에 비해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일각에서는 이에 따른 비용증가로 운용수수료가 증가, 판매에 애로를 겪을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대부분 은행이 신탁보수를 1%로 확정했지만 신한, 하나은행의 경우 1.1%~1.5%의 다소 높은 운용수수료를 받기로 했다. 이에 대해 은행의 한 관계자는 “1호 펀드의 수익률이 다른 은행보다 월등히 앞서지 못할 경우 추후 판매되는 상품의 마케팅에 비교적 높은 수수료가 부담이 될 수 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내주부터 판매가 시작되는 단위형금전신탁은 한달간의 판매기간을 거쳐 내달중순 이후 운용에 들아가고 올 초 투자가의 관심사가 됐던 투신업계의 뮤추얼펀드와 마찬가지로 운용이후 단위형금전신탁 역시 행별 수익률이 낱낱이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상품판매는 물론 은행 이미지와도 직결될 수 있는 운용수익률 경쟁에서 각 은행들이 ‘주식운용’으로 어떤 승부를 낼 것인지에 금융계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박태준 기자 june@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