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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금융거래 표준약관 제정 무산

성화용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1999-10-04 16:27

금감원 감사 지난주 종료… ‘내년’대비 강도높은 자료요구

산업은행이 지난 1월28일 예비감사에서부터 시작된 1개월여의 금감원 위탁감사를 지난주말 마쳤다. 산업은행은 거의 모든 업무가 이 기간동안 마비됐다. 산업은행 직원들은 금감원의 이번 감사가 비정상적인 것이었다고 단정하고 있다. IMF의 권고로 국책은행의 건전성을 점검하기위해 금감원이 나섰다고는 하지만, 그 정도를 넘어선 ‘지독한’ 검사였다는게 산은측의 주장이다. 모든 여신을 하나 하나 들춰보고, 어지간하면 확인서를 받고, 한달중 야근팀이 남지 않는 날이 거의 없었을 정도로 가혹한 검사를 산업은행 사람들은 처음 받아봤다고 한다.

산은 직원들의 주장이 아니더라도 금감원의 이번 검사 강도는 시중은행의 사례와 비교해 봐도 이례적이라고 할 만큼 강했다. 단순히 건전성을 점검하는 차원을 넘어섰다는 지적이 많다. 여러 정황에 비추어 그 배경을 금감원의 산업은행 감사권 확보에 앞선 준비작업 내지 감사 정례화를 대비한 업무파악 차원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금감위는 이번 위탁감사를 계기로 산업은행에 대한 확실한 감사권을 확보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미 재경부와 협의에 들어갔으며, 산업은행법에 그러한 내용을 반영하기 위한 구체안을 문서로 제시했다. 재경부는 재경부대로 산은을 금감위에 사실상 ‘넘겨주는’ 결과를 초래할 감사권 위임 문제를 고심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재경부의 마지막 보루다. 구조조정과정에서 철저히 소외되는 등 금융업 전반에 대한 영향력이 약해질대로 약해진 상황인데, 여기서 국책은행마저 금감위 지배하로 돌어설 경우 손발이 완전히 묶인다는 위기감을 가지고 있는 듯 보인다. 그러나 재경부는 그런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명하기도 어려운 처지다. 금감위 뒤에서 IMF가 비슷한 취지의 요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IMF는 금융정책 및 감독권한의 ‘완전한 일원화’를 권고해왔다. 이번 건전성 실태 감사역시 IMF의 권유에 의한 것이다. 자칫 오해를 살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재경부는 신중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금감원으로의 산업은행 감사권 위임은 몇가지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우선 중복감사에 따른 비효율과 불합리를 꼽을 수 있다. 이번 금감원 검사기간동안 산업은행의 업무 전반이 마비됐다는 주장은 과장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산업은행은 여신금융기관이다. 그것도 소매가 아니라 기업금융에 전문화돼있다. 당국의 감사는 여신쪽에 집중된다. 시중은행들은 여신중심의 점포, 그것도 덩치 큰 여신이 집중된 몇몇 점포와 일부 본부부서만이 감사의 초점이된다. 그러나 산업은행은 모든 점포가 여신점포, 그것도 거액 여신 위주의 점포들이다. 본부 부서중 상당수도 현업에 관련돼있다. 따라서 감사가 시작되면 거의 모든 영업조직과 본부 부서들이 모두 거기에만 매달려야된다. 일례로 감독원이 ‘3년간의 거액 외화대출 자료’를 요구하면, 시중은행과는 달리 산업은행은 모든 영업점이 꼬박 그 자료 생산을 위해 전력투구해야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금감원으로 감사권이 위임된다고 해서 감사원이 감사를 포기할 분위기도 아니다. 산업은행측은 여러 경로로 재경부, 금감위, 감사원등을 접촉하고 있지만, 하나같이 양보하거나 맡겨두겠다는 입장이 아니라고 한다. 1백% 정부가 출자한 정부은행이기 때문에 감사원의 감사를 피하거나 거부할 명분도 없다. 결국 산업은행만 중복감사의 고통에 시달리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단순히 수감기관으로서의 번거로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조직 전체의 연간 생산성과 업무효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걱정스럽다.

금감위로의 검사감독권 이전은 산업은행의 정체성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산업은행은 사실 금감위 산하로 가는 것에 대해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IMF가 요구했던 것처럼 일반은행과 같은 잣대로 감독기준을 설정하게 되고, 여기에 경영을 맞추다 보면 산업은행의 성격자체가 불분명해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개발금융기관으로 설비자금 집행에 특화돼있으며, 그동안 다른 어떤 국책은행보다 공적 기능 또는 정부 창구로서의 역할이 중요시됐던 산업은행으로서는 당혹스러운 일일 수 밖에 없다. 은행의 미래에 대해 완전히 새로운 틀을 잡아야 하는 상황이 예상보다 훨씬 빨리 올지도 모른다.

산업은행 직원들중 상당수는 여전히 금감원으로의 감사권 이전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느끼고 있다. 심지어 “부실감독으로 부실은행을 양산한 감독원에 감사를 받을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는 논지의 주장이 공공연하다. 그 이면에는 산업은행을 일반은행의 틀로 집어넣으려는 데 대한 본질적인 두려움 내지 걱정이 개입해 있는 듯하다.



성화용 기자 yong@k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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