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에 대한 검사 과정에서부터 사후 처리에 이르기까지 금감원의 행태는 석연치 않은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우선 1개월간의 검사기간동안 금감원은 어느때 보다 혹독하게 산업은행 직원들을 몰아붙였다. 무려 1백건 넘는 확인서를 받았고, 직원들이 일을 못할 정도로 샅샅이 뒤집어 봤다. 철저한 검사를 위해 할 수 없는 일이었다면 어쩔 수 없지만, 산업은행 직원들은 ‘금감원이 산은을 길들이려 한다’는 인식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검사가 끝나고 직원들도 한 숨 돌릴 무렵, 금감원은 ‘문책 대상 40여명’이라는 검사 결과를 비공식적으로 흘려 또 한번 파장이 확산됐다. 여기서 주목해 볼 점이 몇가지 있다. 우선 문책 사유가 어떤 것이냐의 문제다. 금감원은 아직 구체적인 내역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그 중 상당수는 ‘꺽기’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게 사실이라면 금감원은 여신거래업체에 산금채를 매도한 그간의 영업관행을 꼬투리 잡은 셈이다. 또 다른 문책 사유는 주로 산은과 거래했던 부도업체들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부도업체의 문제라면 얼마든지 ‘건수’가 나올수 있다. 결과만 놓고 ‘왜 그런업체에 여신을 지원했느냐’고 공박한다면 할말이 없을 수 밖에 없다. 실제로 ‘꺽기’와 ‘부도업체’가 주된 문책사유라면 ‘죄질’은 그리 무거운 게 아니다. 직원이라면 ‘견책’쯤으로 넘어갈 일이고, 임원들에게도 ‘경고’가 주어지면 된다. 문책대상이 40명이든 50명이든, 산업은행 사람들도 억울한 대로 책임을 지면 되는 일이다.
이러한 사실이 거의 모든 방송 및 활자 매체를 타고 보도되면서 일반인들은 마치 산업은행이 비리의 온상인 듯 인식하게 됐다. 대단한 부정이 아니고는 그렇게 일이 커질리 없다는 막연한 추측 때문이다. 외국인 투자자들 역시 마찬가지. 산업은행의 대외이미지는 큰 상처를 입었다. 글로벌 본드를 성공적으로 발행하면서 쌓아올렸던 공이 한꺼번에 무너져내린 셈이다. 과연 금감원이 어떤 의도로 그랬는지 의문이다. 알려지지 않은 ‘대단한 비리’가 있는 것인지, 그래서 꼭 언론을 통해 주의를 환기시킬 필요가 있었던 것인지, 최종적인 문책통보 결과를 기다려 볼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금감원의 검사와 관련한 또 한가지 문제는 ‘소명기회’가 없었다는 점이다. 이번 문책 대상에는 퇴직한 임직원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명단’에 포함돼 있는지도 모르고 있다. 문책을 하려면 당사자들에게도 최소한 해명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사적인 경로로 본인이 문책선상에 올라있다는 사실을 알게된 산업은행 전직 간부는 “자회사에 머니마켓 라인을 공여한 ‘혐의’라고 듣고는 억울해서 잠을 못잤다”며 “부실화된 결과만 놓고 문책을 하려하는 금감원의 방침을 승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인심을 잃고 있다. 감독당국이 산하기관으로부터 ‘공정치 않다’는 평가를 받기 시작하면 권위도 함께 잃게 된다. 산업은행이 스스로를 보호하는 쪽으로 해석하는 데 따른 과도한 비판의 시각일 수도 있지만, 금감원도 과연 온당히 일처리를 하고 있는지 내부를 향해 되물어 봐야할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성화용 기자 yong@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