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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영업익 13조ʼ SK이노…‘석유 → 전기ʼ 대전환 시도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

기사입력 : 2026-11-09 00:00

전쟁·지정학적 변수 정제마진 급증
관료 출신 에너지전문가 정승일 대표
LNG·전력 중심 사업체질 전환 속도

‘올 영업익 13조ʼ SK이노…‘석유 → 전기ʼ 대전환 시도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곽호룡 기자] SK이노베이션이 올해 3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가파른 회복세를 보였다. 하지만 화려한 성적표 뒤에는 지정학적 변수에 따른 일시적 호황과 배터리 적자라는 여전히 뼈아픈 구조적 불안이 자리 잡고 있다. SK그룹은 실적 개선에 안주하기보다 에너지 관료 출신 전문가를 전격 영입하는 사장단 인사를 단행하며 사업 체질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제마진 강세…올해 영업익 12.5조 전망

SK이노베이션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28조7738억 원, 영업이익은 3조7043억 원이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45.9% 늘었고 직전 분기보다 6.2% 증가했다.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다. 증권가 컨센서스인 2조8606억 원도 약 30% 웃돌았다.

실적을 끌어올린 것은 정유, 윤활유,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사업이다. 석유사업 영업이익은 1조528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2.4% 증가했다. 중동 지역 정유설비 가동 차질과 러시아 경유 수출 제한 등으로 글로벌 석유제품 공급이 줄면서 수출마진이 강세를 보인 영향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쟁 장기화와 지정학적 긴장이 공급 불안을 키우면서 정제마진을 지지하는 환경이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 정제마진 강세가 계속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국제유가가 급등하면 원유 도입 가격이 먼저 오르고 석유제품 판매가격에는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 역래깅이 발생할 수 있다.

원유 가격과 제품 가격의 움직임에 따라 재고손익도 달라진다. 지정학적 변수에 따른 공급 부족이 정유사 실적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유가가 급변하면 수익성이 다시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

윤활유 사업도 실적을 뒷받침했다. 3분기 윤활유 부문 영업이익은 1조906억 원으로 전분기보다 57.6% 늘었다.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다.

중동 경쟁사들 설비 가동 차질로 윤활기유 공급이 줄면서 판가와 마진이 개선됐다. 윤활유 부문 영업이익률은 46.1%에 달했다.

E&S 부문 영업이익도 7744억 원으로 전분기보다 631.3% 증가했다. 전력도매가격(SMP) 상승 속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직도입 LNG를 연료로 활용해 발전소 가동률을 높인 결과다.

증권가에서는 4분기 이후에도 실적 개선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증권은 SK이노베이션 올해 연간 영업이익을 12조5229억 원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4066억 원에 그쳤던 점을 고려하면 실적 회복 폭이 상당하다.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9조 원대를 넘어섰다. 연간 실적이 증권가 전망에 부합하면 13조 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거둘 수 있다.

호황 뒤에 배터리 적자

기존 에너지 사업 실적 개선과 달리 배터리 사업은 여전히 불안정하다.

배터리 부문은 올해 2분기 8218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3분기에는 805억 원의 영업손실로 돌아섰다. 매출도 2분기 2조9460억 원에서 3분기 1조5263억 원으로 감소했다. 회사는 판매량 감소를 주요 배경으로 설명했다.

2분기 흑자만으로 배터리 사업 수익성이 안정 궤도에 진입했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배터리 사업은 2025년 이후 분기 기준 흑자를 낸 시기가 제한적이었다.

특히 배터리 사업 영업이익과 별도로 세액공제 등 관련 지원 효과가 반영되는 만큼, 이를 제외한 사업 자체의 수익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3분기에도 배터리 부문은 다시 적자를 기록하면서 안정적 이익 창출 기반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남겼다.

정유·윤활유 사업 역시 지금 실적을 장기적인 수익 기반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공급 부족이 정제마진을 밀어 올리고 있지만 국제유가가 급변하면 원가 부담이 판매가격에 먼저 반영되는 역래깅이 나타날 수 있다. 배터리 사업은 수익성 회복을 입증해야 하고 기존 에너지 사업은 호황기에 확보한 이익을 지속 가능한 사업 기반으로 전환해야 하는 상황이다.

SK이노베이션은 기존 사업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배터리 재무구조 개선과 미래 성장사업 투자에 활용해 사업 전환의 속도를 높인다는 구상이다.

올해 초 제시한 리밸런싱 전략도 이 같은 방향에 초점을 맞췄다.

석유화학·에너지 밸류체인 수익성을 높이고 배터리 재무구조를 강화하는 한편 비핵심자산 유동화와 ‘전기화(Electrification)’ 사업 기반 구축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정승일에 전기화 전략 맡긴다

전기화 전략 핵심은 석유기업에서 전기사업자로 사업 영역을 넓히는 것이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전력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 변화에 맞춰 LNG를 확보하고 전기를 생산·공급하는 한편 전력관리와 냉각, 에너지저장장치(ESS)를 결합한 솔루션까지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발전부터 전력 공급과 관리까지 아우르는 밸류체인을 구축해 종합에너지기업으로 진화하겠다는 방향이다.

이번 인사도 이 같은 사업 전환 구상과 맞닿아 있다. SK그룹은 올해 초 미래 성장사업을 맡기기 위해 영입한 정승일 사장을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으로 선임했다.

정승일 사장은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을 지낸 관료 출신으로 한국가스공사 사장과 한국전력공사 사장을 역임했다. 가스 도입과 발전, 전력 공급 등 에너지 산업 전반을 경험한 만큼 SK이노베이션이 추진하는 LNG 기반 전력사업과 전기화 전략을 이끌 적임자로 평가된다.

정승일 사장은 올해 초 SK㈜에 미래성장사업 담당 사장으로 합류한 데 이어 11월 1일자로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에 올랐다. 그룹 차원 미래 성장사업을 담당하던 외부 영입 인사를 핵심 에너지 계열사의 총괄 책임자로 배치한 것이다.

기존 정유·석유화학 사업의 수익성을 관리하는 동시에 전력 중심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려는 SK그룹의 전략적 판단이 반영된 인사로 볼 수 있다.

기존 에너지 사업 운영 체제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강동수 사장은 SK이노베이션 사장과 SK에너지 사장을 겸직한다. 정유사업을 전담하는 별도 경영진을 내세우기보다 전략·재무와 사업 포트폴리오 관리 경험을 갖춘 인물에게 그룹 핵심 수익사업인 정유 부문까지 맡긴 구조다.

정승일 사장이 전력사업 중심 미래 성장전략을 총괄하는 가운데 강 사장은 기존 에너지 사업의 수익성과 운영 효율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는다.

재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 과제는 정유·윤활유 사업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배터리 사업 재무구조 개선과 전력사업 투자로 연결하는 것”이라며 “이번 인사는 기존 에너지 사업 수익성을 관리하면서 전기화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환하려는 그룹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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