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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인에 도전하는 새 휴대전화 한글입력 '마침 자판'

장종회 기자

jhchang@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9-02 11:55 최종수정 : 2026-09-02 14:24

한글 1획당 입력수 40% 줄인 혁신적인 방식
한글 자모 방사형 배치하고 '긋기' 기술 적용
언론인 출신 안남영씨 개발…韓·中 특허 출원

[한국금융신문 장종회 기자] 스마트폰 화면을 수없이 두드리며 오타와 싸우는 일은 현대인이 매일 겪는 소리 없는 전쟁이다. 휴대전화에 한글을 입력하는 자판이 문제였다. 글쇠가 작으면 작아서, 크면 커서 장점과 단점이 엇갈려 사용자의 만족도가 떨어졌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천지인', '쿼티(QWERTY)', '나랏글' 등 기존 모바일 한글 입력 자판이 시장을 지배한지 30여 년이 지났다. 하지만 글쇠 크기와 타건 횟수 한계로 인해 모바일 문자 입력 편의성은 더 개선되지 못한 채 제자리 걸음이었다.

이러한 독과점적 자판 생태계에 강력한 도전장을 내민 혁신 기술이 등장해 관심을 끈다. 스마트폰 화면을 두드리는(터치) 대신 '긋는(스웨이핑)' 방식을 극대화해 타건 횟수를 기존 자판에 비해 최대 40% 이상 줄인 '마침 자판'이 그것이다.

천지인에 도전하는 새 휴대전화 한글입력 '마침 자판'

한국어 교육현장에서 포착한 실마리

2일 지식재산처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모바일 문자 입력 방식의 입력 동작을 획기적으로 간소화한 '문자 입력 방법 및 장치' 기술이 최근 한국과 중국에 동시 특허 출원됐다.

이 혁신 자판을 개발한 주인공은 신문 기자와 방송사 대표 등으로 언론계에 30년 이상 몸담았던 안남영(65) 전 HCN충북방송 대표다. 안 대표는 퇴직 후 10년간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한글 음원 체계의 구조적 특징에 주목했다.

외국인 학습자들이 모음 'ㅣ'나 받침에 따른 음운 변화를 유독 어려워하는 모습에서 힌트를 얻은 그는 모음 'ㅣ'를 중앙에 배치하고 사용 빈도가 높은 유성자음(ㄴ, ㄹ, ㅇ, ㅁ)을 전면에 배치하는 직관적 구조를 설계했다. 자판 이름은 '마침'으로 정했다. 마침은 '알맞다'라는 뜻의 우리말 형용사 '마침하다'에서 따온 것이다.

'방사형 배열'과 '긋기(Sliding)' 연동

기존 자판과 판이한 마침 자판의 구조적 핵심은 '중앙 집권식 방사형 배열'과 '연속 긋기 동작'이다. 중앙 모음군과 유성 자음을 전면에 배치했다. 자판 한가운데에 핵심 모음 [ㅣ]를 두고, 상하좌우에 주요 단모음을 둔 게 특이하다. 그 아래에는 전체 받침 활용의 73%를 차지하는 유성자음 [ㄴ, ㄹ, ㅇ, ㅁ]을 배치해 손가락 이동 동선을 극단적으로 단축시켰다.

긋기 입력 방식도 획기적이다. 중앙의 [ㅣ] 모음에서 상하좌우로 손가락을 한번 쓱 긋는 동작만으로 전체 21개 한글 모음 중 13개 모음을 손쉽게 조합할 수 있다. 예컨대 '나'나 '너' 같은 기초 음절은 단 한 번의 긋기(1획)만으로 입력이 완성된다.

첫머리 모음에서 자동으로 'ㅇ'를 생성하고 1획으로 조사/어미 처리를 하게 한 것도 눈에 띈다. 단어의 첫 음절이 모음으로 시작하면 스페이스 바(사이띄개)를 누른 뒤 모음을 입력하면 첫 자음 [ㅇ]이 자동 결합된다. 의문부사 '왜'를 입력할 때 기존 천지인은 6회, 쿼티는 3회의 터치가 필요했지만, 마침 자판은 '∠' 형태의 획 한 번으로 즉시 완성된다. 한국어에서 빈번하게 사용되는 조사('은/는', '을/를')와 어미('-다', '-고', '-서') 역시 단 1회 긋기로 처리된다.

천지인에 도전하는 새 휴대전화 한글입력 '마침 자판'이미지 확대보기

타건 횟수 최대 42.5% 줄여

마침 자판의 실용성은 정량적 데이터로 증명된다. 표준 문장인 ‘국기에 대한 맹세(62자, 15어절)’를 입력할 때 요구되는 타건 횟수를 비교한 결과, 마침은 경쟁력을 갖춘 게 확인됐다.

천지인(186회), 나랏글(173회), 베가(156회), 쿼티 단모음(121회) 등에 비해 마침 자판은 105회로 40% 가량 타건이 줄면서 한글 입력에 드는 에너지를 감소시켰다.

마침 자판의 타건 수를 100으로 놓았을 때, 천지인은 177%, 나랏글은 165%에 달하는 셈이다. 정지용 시인의 시 ‘향수’ 구절 입력 테스트에서도 마침 자판은 54회 타건으로 기존 천지인(86회)에 비해 효율성이 높았다.

마침 자판을 개발한 안남영 대표는 "마침 자판은 한글 음절 구조를 직관적으로 반영했기 때문에 다른 자판에 비해 편의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한국어 초보 외국인 등 적응 쉬울듯

최근 생성형 AI와 음성 인식(STT) 기술의 발전으로 키보드 자판의 입지가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이 적지 않다. 그러나 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은 다르다. 대중교통, 공공장소, 회의실, 보안 구역 등 소음과 보안 환경상 한계로 음성 입력이 불가능한 '음영 지역'이 여전히 광범하다.

입력 정확도면에서도 정교한 단어, 숫자와 기호 혼용이 필요할 때 텍스트 기반 자판의 신뢰성을 음성 기술이 완전히 대체하긴 어렵다.

한국어는 자음과 모음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다른 언어 대비 문자 입력 속도가 약 35% 빠르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마침 자판은 여기서 더 나가 기존 한글 자판 구조가 지닌 효율적 한계를 한 단계 끌어올린 사례로 평가받는다.

스마트폰 제조업체와 OS 개발사들이 디바이스 슬림화 및 U.I UX 최적화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타건 횟수를 40% 절감한다는 것은 모바일 디바이스 표준 자판 생태계에 신선한 자극제가 될 전망이다.

안남영 대표는 “손에 익은 자판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지만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들이나 휴대전화를 처음 사용하는 미래 세대에게 가장 완벽한 솔루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종회 한국금융신문 기자 jh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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