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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주택’ 다음은 금융권?…은행·증권사도 법인자산 점검

김희일 기자

heuyil@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8-26 11:23

법인 사택·부동산·회원권 등 사적 사용 여부 주목…세무 리스크 넘어 내부통제·지배구조 문제로 번질 수도

‘황제주택’ 다음은 금융권?…은행·증권사도 법인자산 점검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김희일 기자] 국세청이 이른바 ‘황제주택’을 정조준하면서 재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단순히 고가 주택을 보유했느냐가 문제가 아니다. 법인 명의로 취득·임차한 자산을 오너나 경영진이 개인적으로 사용했는지가 핵심이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은행·증권사·보험사 등 금융권 역시 완전히 자유롭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 25일 고가 법인주택 2639채를 전수 점검한 결과 1097채에서 사주 일가의 거주 또는 사적 사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전체의 약 42%에 해당한다.

국세청은 이 가운데 탈루 혐의가 중대한 50개 업체를 1차 세무조사 대상으로 선정했다. 이들 기업의 탈루 혐의 금액만 약 1조9000억원에 달한다. 조사 대상에는 대기업 5곳과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6곳도 포함됐다.

더 주목되는 대목은 국세청의 조사 범위다. 단순히 법인 명의 고가주택의 사용 실태만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허위 인건비 지급, 거짓 세금계산서 수수 등 기업의 신고 내용 전반으로 검증 범위를 넓히고 있다.

향후에는 오너 일가의 해외 사택이나 유학비 지원 등 법인자금의 사적 유용 여부까지 들여다보겠다는 방침이다.

때문에 금융권 역시 법인자산 관리 실태를 점검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은행과 증권사, 보험사 등 금융기관 역시 임원이나 주요 경영진을 위한 사택과 업무용 부동산을 운용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액 연봉을 받는 임원에게 제공되는 고급 주거시설이나 해외 파견 임직원 사택, 법인 명의로 취득한 부동산과 회원권 등은 향후 과세당국이 ‘업무 목적의 복리후생’과 ‘개인적 편익’을 구분해 볼 수 있는 영역이다.

세법상 사택이라고 해서 무조건 세금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다. 국세청은 출자자인 임원이 사택을 제공받는 경우 그로 인해 얻는 이익이 근로소득에 포함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일반 직원의 사택 역시 일정 요건을 충족해야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놓고 있다.

금융권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사택 한 채’가 아니라 법인자산 전반의 사적 사용 여부다. 이번 국세청 조사가 보여준 것처럼 특정 자산의 사적 사용이 확인되면 조사 범위가 해당 기업의 다른 자금 집행과 회계 처리로 확대될 수 있다.

국세청은 황제사택 사례에서 허위 인건비와 법인자금 유출 등 다른 탈루 혐의까지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

금융회사 입장에서 더욱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금융회사는 일반 기업보다 내부통제와 준법감시 체계가 강한 만큼 경영진의 법인자산 사적 사용이 확인될 경우 문제는 세금 추징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 내부통제 부실은 물론 경영진 책임과 지배구조 문제로까지 번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지주와 증권사들은 임원 복리후생이나 사택, 업무용 차량, 회원권 등 각종 경비를 내부 규정에 따라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규정이 있다고 해 실제 사용 과정까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회사 명의로 보유하거나 임차한 자산이 실제 업무 목적에 맞게 사용됐는지, 특정 경영진이나 그 가족에게 사실상 전용되고 있는지에 따라 세무상 판단은 달라진다.

이번 국세청의 메시지는 결국 법인 돈과 개인 돈의 경계를 명확히 하라는 것으로 보인다.

재벌 총수 일가의 황제주택에서 시작했지만, 법인자산의 사적 유용이라는 기준으로 보면 금융권 역시 점검해야 할 영역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임원 사택과 업무용 부동산의 실제 사용 내역은 물론 해외 사택, 회원권, 복리후생비, 가족 관련 비용 등이 내부 규정에 맞게 집행됐는지 재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국세청 역시 1차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법인들에 대해서도 탈루 혐의를 분석해 중대한 혐의가 확인되면 순차적으로 세무조사를 실시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조사는 ‘황제주택’에 대한 일회성 단속을 넘어 법인자금 사적 유용 전반으로 과세당국의 시야가 넓어지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황제주택’의 다음 타깃이 금융권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금융회사들이 지금 점검해야 할 것은 주택 한 채가 아니라 회사 자산과 경영진 개인 자산 사이의 경계선이다.

금융회사에 요구되는 내부통제 수준이 일반 기업보다 높은 만큼 법인자산 관리 역시 단순한 비용 관리가 아니라 경영진의 책임과 지배구조 차원에서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김희일 한국금융신문 기자 heuyil@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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