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그레가 수익성 방어를 위해 해태아이스크림 흡수합병 카드를 꺼내든 상황에서 그룹의 미래를 담보할 해외사업 전면에 차남 김동만 사장이 등판했다. 수익성 회복이라는 김 사장의 과제와 맞물려, 형제 간의 실적 차이가 승계 구도의 변수로도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뒤따른다.
배당은 합격점, 본업은 경고등
9일 한국금융신문은 기업 데이터 플랫폼 딥서치를 활용해 김동환 사장이 취임한 2024년 3월 30일부터 2026년 8월 7일까지의 총주주수익률(TSR)을 산출했다. TSR은 일정 기간 주가 변동률과 주당배당금 수익률을 더한 지표로, 주주가 특정 기업 주식을 보유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실질적인 총수익률을 의미한다.이를 통해 산출한 빙그레의 누적 TSR은 40.3%로 집계됐다. 김 사장 취임 당시 빙그레 주식을 1000만 원어치 매입했다면 현재 가치는 배당금을 포함해 약 1403만 원 수준으로 불어났다는 의미다.
취임 당시 5만4600원이던 주가가 이달 7일 기준 7만 원으로 약 28.2% 상승한 데다, 주당 3300원의 현금배당이 유지되며 11.4%의 배당수익률이 더해진 결과다.
지난 3월 빙그레는 2025년 결산배당으로 보통주 1주당 3300원의 현금배당을 유지하기로 이사회에서 결의했다. 빙그레는 정부의 기업 밸류업 정책과 주주환원 강화 기조에 부응해 안정적이고 일관된 배당정책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른 배당금 총액은 약 292억 원 규모다.
2022년까지 1000원대였던 빙그레의 배당 규모는 2023년 2600원을 시작으로 2024년 3300원으로 주주환원 강화 기조를 이어왔다.
TSR 수치와 주주환원 확대 기조는 긍정적이지만 기업의 본업 경쟁력을 보여주는 수익성에서는 다소 주춤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연결기준 빙그레의 매출액은 1조4895억으로 전년(1조4630억) 대비 1.8% 늘어난 반면, 영업이익은 883억 원으로 전년(1312억 원) 대비 32.7% 감소했다.
올해 1분기 실적에서는 연결 기준 매출 3123억 원, 영업이익 13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 2.3% 증가했지만, 분기순이익의 경우 4.8% 감소했다. 이러한 순이익 감소세는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흐름이다. 지난해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555억 원으로 전년(1032억 원) 대비 46.2% 감소했다.
다만 빙그레의 재무체력이 악화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충분한 현금 여력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자본 대비 얼마나 효율적으로 이익을 창출하느냐가 과제로 남았다.
올해 1분기 말 연결 기준 빙그레의 자산총계는 1조700억 원이다. 이 가운데 현금및현금성자산은 1404억 원, 단기금융자산은 1104 억 원으로 현금성 자산이 2500억 원을 웃돈다. 반면 부채총계는 3419억 원으로 자본총계(7280억 원)의 절반 수준이다.
주춤한 장남, 올라오는 차남
결국 김동환 사장에게 주어진 과제는 재무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풍부한 현금을 본업의 수익성 개선으로 연결하는 일이다. 외형 성장보다 영업이익률을 끌어올리는 것이 경영 성과를 입증하는 핵심 과제가 된 셈이다.수익성 개선을 위한 대응책으로 빙그레가 선택한 것은 해태아이스크림과의 통합이다. 빙그레는 2020년 해태아이스크림을 인수한 이후 별도 법인 체제로 운영해왔지만, 올해 4월 흡수합병을 마무리하며 본격적인 조직 효율화에 나섰다.
빙그레는 합병에 앞서 해태아이스크림과의 사업 통합을 위한 작업을 단계적으로 진행해왔다.
지난해 해태아이스크림으로부터 판매 장비와 저장고 등 총 133억 원 규모의 영업 인프라 자산을 9차례에 걸쳐 양수했고, 올해 1분기에도 1억5200만 원 규모의 영업자산을 추가 취득했다.
이번 합병의 핵심은 양사가 각각 운영해온 냉동 물류망과 영업 인프라를 일원화해 운영 효율을 높이는 데 있다. 생산과 물류, 영업 과정에서 발생하던 중복 비용을 줄이고 원부자재 공동구매를 확대해 원가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최근 식품업계는 원유와 설탕 등 주요 원재료 가격 상승과 인건비, 물류비 부담 확대로 수익성 방어가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빙그레의 핵심 원재료인 원유의 kg당 평균 매입 단가는 2024년 1208원에서 2025년 1215원으로 올랐으며, 올해 1분기 1226원까지 추가 상승했다. 빙그레 역시 외형 성장보다 비용 구조 개선을 통한 이익률 회복이 중요해진 만큼, 해태아이스크림과의 통합 효과가 김동환 사장 체제의 첫 번째 성과 지표가 될 전망이다.
물론, 비용 효율화만으로 장기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빙그레는 수익성 개선과 함께 해외사업 확대를 새로운 성장축으로 내세우고 있다. 내수시장이 부진한 상황에서 해외 매출 확대를 통해 추가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실제 올해 1분기 내수 매출은 233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 줄었다.
이에 빙그레는 김동만 전 해태아이스크림 전무를 해외사업 총괄사장으로 선임했다. 내수시장 성장성이 둔화하는 상황에서 차남인 김동만 사장의 어깨가 무겁게 됐다.
빙그레는 올해 1분기 별도 기준 534억 원의 수출 매출을 기록했다. 어려운 대내외 환경 속에서도 전년 동기(461억 원) 대비 15.8% 증가한 수치다. 핵심 품목인 아이스크림 및 기타 부문의 수출이 325억 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264억 원)보다 23.3% 늘었다.
주요 해외 거점 법인들의 올해 1분기 성적표를 세부적으로 보면 해외사업 성장세는 더욱 뚜렷하다. 빙그레의 핵심 해외 시장인 미국법인(BC F&B USA Corp.)은 올해 1분기에만 337억 원의 매출과 58억 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에 비해 매출이 60.3%, 순이익은 93.3% 증가하며 외형 성장과 수익성 제고를 동시에 이뤄냈다.
동남아시아 수출의 교두보인 베트남법인(BC F&B Vietnam Co., Ltd.) 또한 올해 1분기 40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지난해 동기(29억 원) 대비 38.8% 성장했다. 이 기간 순이익은 7500만 원을 기록하며 316.7% 증가, 안정적인 흑자 창출원으로 확고히 자리잡았다.
현지 내수 소비 침체로 부침을 겪던 중국법인(BC F&B Shanghai Co., Ltd.)도 눈에 띄는 반등을 이뤄냈다. 프리미엄 브랜드 중심의 유통채널 재편을 통해 올해 1분기에 전년 동기(83억 원) 대비 25.1% 증가한 104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이처럼 국내사업 효율화에 따른 수익성 개선과 해외사업 확대를 통한 성장성 확보가 동시에 추진되면서, 향후 각 사업 영역에서의 성과가 오너 3세 경영능력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빙그레의 최대주주인 김호연 회장은 전체 주식의 39.06%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경영 전면에 나선 장남 김동환 사장과 차남 김동만 사장 그리고 장녀 김정화 씨 등 3세들은 빙그레 지분을 직접 갖고 있진 않다.
이러한 지배구조 속에서 승계 재원 마련의 핵심 고리로 지목되는 곳은 기타특수관계자인 물류 계열사 ‘제때’다. 제때는 빙그레 지분 2.11%를 보유하고 있고, 제때 지분은 세 남매가 나눠 갖고 있다. 김동환 사장이 33.34%, 김동만 사장과 김정화 씨가 각각 33.33%다. 사실상 지분 구도만으로는 후계자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빙그레 관계자는 해태아이스크림 합병에 따른 수익성 반등 시점과 관련해 “구체적인 시기를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올 하반기 중으로는 중복 비용 감소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3세 승계 및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서는 “물류 계열사 제때의 상장이나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검토한 바 없으며, 승계와 관련해서도 전혀 검토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양현우 한국금융신문 기자 yhw@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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