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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쓰오일·중국 두 고래 사이에 ‘새우’ 된 대한유화 [Z-스코어 기업가치 바로보기]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6-22 00:00

노후설비로 버티다 생존 한계에 도달
3년 연속 적자...재무건전성 악화 일로
“정부 구조조정 참여 외 방법 없을 것”

에쓰오일·중국 두 고래 사이에 ‘새우’ 된 대한유화 [Z-스코어 기업가치 바로보기]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곽호룡 기자] 정부 주도로 석유화학업계 구조조정 시계가 흐르고 있지만, 국내 3대 석유화학 단지 중 하나인 울산 셈법은 복잡하다. 입주 기업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가운데 뛰어난 자산 회전 효율로 버텨온 대한유화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와 NCC 업체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내 석유화학 구조조정을 추진해왔다. 대산·여수·울산 등 국내 3대 석유화학 단지 가운데 울산은 진척이 가장 더딘 편이다. 울산에 입주한 SK지오센트릭, 대한유화, 에쓰오일 등 3개사 이해관계가 상이하기 때문이다.

SK지오센트릭은 NCC 감축 필요성에 공감하는 쪽이다. 설비가 상대적으로 노후했고 그룹 포트폴리오 리밸런싱과 맞물려 중장기적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에쓰오일은 NCC 감축에 소극적이다. 내년 초 본격 가동할 ‘샤힌 프로젝트’ 신규 설비는 중국 업체와 비교해도 가격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유화 사정은 다소 복잡하다. 당장 급한 위기는 아니지만, 구조적 불황에 진입한 석유화학 산업 생태계에서 장기 생존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고민이 필요하다.

이 회사는 국내 주요 NCC 업체 가운데 재무 건전성이 가장 우수한 편이다. 한국금융신문이 자체 구축한 인공지능(AI) 데이터 플랫폼 ‘더 컴퍼스(THE COMPASS)’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대한유화의 알트만 Z-스코어는 3.0이다. Z-스코어는 기업 파산 위험을 예측하는 재무 건전성 지표로, 3.0 이상이면 재무 상태가 매우 건전한 ‘안전’ 구간으로 평가된다.

지난 2022년부터 이어진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롯데케미칼(1.07), LG화학(0.98) 등 다른 국내 NCC 업체들 Z-스코어가 이미 1.18 미만 ‘위험’ 구간에 진입한 것과 비교하면 대한유화 재무 건전성이 얼마나 좋은지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대한유화 특유의 방어적 경영 덕분이다. 롯데케미칼, LG화학 등은 각각 해외 설비 확장과 이차전지 등 사업 전환에 조 단위 투자를 단행했다. 반면 대한유화는 2020년 이후 눈에 띄는 투자가 거의 없었다. 최근 3년간 설비투자 규모도 연평균 약 840억 원 수준으로 매우 보수적이었다.

이를 잘 보여주는 항목이 X5(매출액/총자산)다. 이번 분기 이 값은 1.2로 전체 40%를 차지했다. 이는 대한유화가 30년 이상 된 노후 NCC 설비를 보유하고도 효율적으로 매출을 올렸음을 의미한다.

다만 대한유화도 지난 2023~2025년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면서 재무 건전성이 점차 악화하는 상황이다. 연도별 Z-스코어는 2021년 4.14에서 올해 1분기 3.0까지 하락했다. 특히 수익성을 반영하는 X2(이익잉여금/총자산)와 X3(영업이익/총자산) 항목이 크게 떨어졌다.

‘호황 때 벌어서 불황을 버틴다’고는 하지만 더 이상 이런 전략으로 미래를 대비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석유화학 산업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이번 불황이 일시적 사이클이 아니라 구조적 침체라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투자 타이밍이 늦어질수록 신사업 전환을 위한 투자 여력이 고갈되는 악순환에 빠질 위험이 있다.

핵심 원료 공급처가 경쟁자로 돌변할 위험도 현실화하고 있다. 대한유화는 석유화학 원재료인 나프타를 지근거리 에쓰오일에서 주로 공급받는다. 에쓰오일이 ‘샤힌’ 가동으로 자체 석유화학 사업을 확대하면 양사 간 계약 기조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대한유화로서는 공급망 재편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대한유화도 사업 재편에 대한 고민을 전혀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2010년대 중반부터 지분 투자해온 산업용 가스·용수 공급업체 한주를 지난해 추가 지분 확대를 통해 자회사로 편입했다. 이에 따라 기존 99%에 이르던 석유화학 매출 비중을 현재 약 80% 수준으로 낮췄다. 전방 산업 의존도가 높아 근본적 체질 개선으로 보긴 어렵지만, 포트폴리오 다각화의 첫걸음을 뗀 셈이다.

석유화학 업계 한 관계자는 “대한유화 체급을 고려하면 독자적인 사업 전환엔 한계가 있다”며 “결국 정부 지원을 기대할 수 있는 구조조정에 참여하는 것 외에는 현실적 카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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