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정재헌 역할, 통신 아닌 ‘연결’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기준 SK텔레콤 주가는 10만 원 중반대를 상회하고 있다. 1년 전 주가 5만3100원과 비교하면 두 배가량 오른 수치다.
정재헌 대표는 올해 들어 SK텔레콤의 AI 전환을 전면에 내세우며 “AI 경쟁에서 밀리면 기업은 사멸한다”는 강한 메시지로 조직 전환을 당부해 왔다. 그는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AI 분야 조 단위 투자를 예고했고, SK텔레콤을 단순 통신사가 아닌 AI 중심 인프라 사업자로 재정의하겠다는 방향을 분명히 했다.
이 전략은 젠슨 황 CEO의 한국 AI 구상과 정확히 맞물린다. 젠슨 황 CEO은 이달 1일 대만에서 열린 AI 콘퍼런스 GTC 타이베이 기조연설에서 SK텔레콤을 제조・피지컬 AI 분야 주요 협력사로 소개했다. 이 자리에서는 SK텔레콤이 엔비디아의 3D 시뮬레이션 플랫폼 ‘옴니버스’를 기반으로 SK하이닉스 반도체 팹에 적용한 디지털 트윈 기술이 소개됐다.
앞서 지난 4월 메디슨 황 엔비디아 수석 이사가 SK텔레콤 본사를 방문해 피지컬 AI 협업 논의를 하는 등 회사는 해당 분야에서 엔비디아와 꾸준한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엔비디아가 SK텔레콤을 제조·피지컬 AI 핵심 파트너로 낙점한 이유는, SK텔레콤이 단순 통신망 사업자가 아니라 산업용 AI를 현장에서 작동하게 만드는 연결 플랫폼으로 진화할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왼쪽부터) 매디슨 황 엔비디아 수석 이사, 니코 카프레즈 엔비디아 부사장, 정석근 SK텔레콤 AI CIC장, 곽노정 SK 하이닉스 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재헌 SK텔레콤 CEO, 김주선 SK 하이닉스 AI 인프라 사장, 제프 피셔 엔비디아 수석 부사장. /사진=SK텔레콤
이미지 확대보기SK텔레콤은 통신망 기반의 수많은 기기와 실시간 데이터를 끊김 없이 연결할 수 있는 사업 구조를 갖추고 있다. SK텔레콤이 보유한 연결 역량은 단순 부가 기능이 아닌 산업용 AI의 전제조건이 되는 셈이다.
아시아 대표 ‘AI 클라우드 거점’ 노린다
최근 엔비디아가 단순 하드웨어 공급을 넘어 AI 팩토리 구축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 중인 가운데, SK그룹은 그 핵심 파트너로 전면에 선다. SK하이닉스가 차세대 HBM 개발에 집중한다면, SK텔레콤은 인프라와 소프트웨어를 통합한 차세대 AI 서비스 거점인 AI 팩토리 구축을 담당하며 양사 협력을 인프라 영역으로 확장하는 축을 맡았다.
이번 SK텔레콤-엔비디아 간 협력의 핵심은 엔비디아 ‘DSX’ 플랫폼을 바탕으로 한 ‘풀스택 AI 클라우드’다. DSX는 단순한 장비 패키지가 아니라 AI 팩토리의 설계・구축・최적화 방식을 아우르는 플랫폼으로, 칩부터 데이터센터 운영까지 하나의 체계로 묶는다.
SK텔레콤은 엔비디아 DSX 플랫폼을 장착해 오는 2027년 첫 가동을 목표로 기가와트(GW)급 AI 팩토리를 건설할 계획이다. 이후 로보틱스와 디지털 트윈을 아우르며 GW급 인프라로 단계적 확장, 아시아 전역을 커버하는 대표 AI 클라우드 사업자로 체질 개선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이처럼 대규모 인프라와 효율적인 운영 체계 구축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폭발하는 AI 수요에 비해 이를 뒷받침할 컴퓨팅 자원의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최태원닫기
최태원기사 모아보기 SK그룹 회장은 전날 서울 종로구 SK 서린빌딩에서 젠슨 황 CEO와 진행한 협력 관련 언론 브리핑에서 “현재 기존 고객과 새로 진입하는 기업들이 있고, 가격 문제와 수요·공급 차원의 불일치가 있다”며 AI 인프라를 둘러싼 공급 불균형 문제를 짚었다.이번 협력은 단순 기술 제휴를 넘어 늘어나는 AI 수요에 맞춰 컴퓨팅 자원과 운영 체계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산업적 해법으로 풀이된다. 파트너십을 통해 SK텔레콤은 전용 소프트웨어 등 엔비디아의 핵심 AI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엔비디아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 확장을 위해 SK텔레콤의 로컬 데이터센터 구축·운영 전문성을 전초기지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젠슨 황 CEO는 AI 팩토리에 대해 “한국의 교육, 대학, 과학 연구소뿐 아니라 스타트업과 산업계에 필수적인 인프라”라며 “한국은 세계적인 AI 생태계를 갖고 있지만 AI 인프라는 아직 매우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도체를 위해 팹이 필요했던 것처럼 AI를 위해서는 AI 팹이 필요하고, SK텔레콤이 그 구축을 도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HBM 다음…수익은 어디서 나오나
이번 동맹이 시장에서 더 크게 읽히는 이유는, 한국 AI 산업의 수익구조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AI 가치사슬의 차세대 격전지는 칩 자체가 아니라 그 칩을 가동하는 ‘운영 체계’가 될 전망이다. 메모리 공급만으로는 수익성과 시장 지배력을 모두 확보하기 어렵고, AI 모델 개발·학습·배포가 이뤄지는 인프라 층까지 장악해야 산업 내 영향력이 커진다는 분석이다.
SK텔레콤과 엔비디아의 협력이 눈에 띄는 이유도 이 지점이다. 블랙웰을 시작으로 하반기 출시 예정인 베라 루빈까지 순차적으로 도입한다는 계획 역시 차세대 컴퓨팅 세대교체에 선제 대응해 인프라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사진=양사
다만 사업성은 검증은 여전한 숙제다. AI 팩토리는 GW급으로 대형화될수록 설비투자(CAPEX) 부담이 커지고, 전력 비용과 냉각 효율, 가동률이 수익성을 좌우하게 된다. 또한 기존 고객과 신규 수요자 사이의 공급 불일치가 해소되지 않으면, 대형 인프라가 오히려 비용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따라서 정재헌 대표의 과제는 단순한 기술 시연을 넘어, 이를 실제 매출로 전환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증명하는 일이 될 전망이다.
ICT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협력의 성패는 규모보다 안정적 운영과 제조·물류 등 기업간거래(B2B) 고객 확보 속도에 따라 갈릴 전망”이라며 “삼성, LG, 두산, 네이버 등 국내 타 기업 역시 AI 인프라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SK텔레콤이 통신망, 데이터센터, 반도체, AI 모델을 연결하는 통합형 구조를 증명할 수 있는지가 다음 국면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채윤 한국금융신문 기자 chaeyu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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