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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박재현 대표, 전문경영인 체제 1년 만에 물러나…내부 갈등 여전

양현우 기자

yhw@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3-13 13:53

전문경영인 체제 1년 만에 대표 교체
박재현-신동국 갈등 이후 인사 단행
4자연합 소송·직원 반발…갈등 지속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사진 왼쪽),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사진=각 사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사진 왼쪽),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사진=각 사

[한국금융신문 양현우 기자] 한미약품그룹이 머크식 전문경영인 체제 선언 1년 만에 수장 교체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이번 대표이사 교체 시점이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와 대주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의 경영 개입 갈등 이후라는 점에서 선진적 전문경영인 체제가 무색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와 함께 신 회장을 향한 직원들의 반발과 오너일가(송영숙·임주현)와 신 회장 간 소송이 남아있어 내부 갈등은 지속될 전망이다.

황상연 대표 내정…첫 외부 전문경영인 될까

13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지난 12일 오후 이사회를 열고 종근당홀딩스 대표 출신 황상연 HB인베스트먼트 프라이빗에쿼티(PE) 부문 대표를 신규 사내이사 후보로 올리는 안건을 의결했다. 같은 날 이사회는 황 대표를 한미약품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추후 황 대표는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대표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한미약품은 이와 함께 김나영 한미약품 신제품개발본부장을 사내이사로, 채이배 전 국회의원과 한태준 겐트대 글로벌캠퍼스 총장을 사외이사 후보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황 대표는 1970년생으로 서울대학교 화학과 학사 및 석사를 취득한 뒤 LG화학 기술연구원으로 경력을 시작했다. 이후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를 거쳐 종근당홀딩스 대표를 역임했다. 그동안 한미약품은 내부 승진을 통해 최고경영자를 발탁했다. 황 대표가 최종 선임되면 외부 영입 인사가 대표로 오르는 첫 사례가 된다.

박재현-신동국 충돌 속 전문경영인 체제 흔들

한미약품의 이번 대표 교체는 박 대표와 신 회장 간 불거진 갈등의 연장선 상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앞서 박 대표는 사내 성추행 사건 처리 문제로 신 회장과 충돌했다. 박 대표는 당시 가해자로 지목된 임원에게 징계를 내렸지만 신 회장이 이를 막아섰다고 주장했다. 그뿐만 아니라 박 대표는 고지혈증 치료제 ‘로수젯’의 의약품 원료 변경 지시 등을 거론하며 대주주인 신 회장의 경영 개입이 있었다고 날을 세웠다.

신 회장은 성추행 비호와 경영 개입 의혹을 강력 부인하며 맞섰다. 오히려 박 대표 측이 대표 연임 요청을 해왔다고 폭로했다.

양측의 갈등 끝에 대표가 교체되면서 전문경영인에게 경영 전반을 맡기겠다는 한미약품의 머크식 체제 도입 취지가 무색해졌다.

한미약품그룹은 지난해 3월 오너 간 경영권 분쟁을 종식하며 머크식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했다. 머크식 전문경영인 체제는 소유와 경영을 분리, 대주주는 감독 역할을 맡고 전문경영인이 독립적으로 경영을 수행하는 구조를 의미한다.

업계 관계자는 “대표 교체가 대주주와의 갈등 이후 이뤄진 만큼 전문경영인 체제가 안정적으로 정착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4자연합 체제에서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상황도 이어지며 당분간 불확실성이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미약품 본사. /사진=한미약품

한미약품 본사. /사진=한미약품


4자 연합 속 내홍…소송·시위까지

한미약품그룹은 지난 2024년 오너가의 송영숙 회장·임주현 부회장 모녀와 임종윤·임종훈 형제 간 경영권 분쟁이 있었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 신 회장이 최종적으로 모녀 측과 손잡으며 분쟁이 일단락됐다. 여기에 라데팡스도 함께하며 4자연합이 만들어졌다.

이들은 주주 간 계약을 통해 지분매각 시 사전 협의와 우선매수권 보장을 약속하고 이를 어길 시 600억 원의 위약금을 물기로 약정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 회장이 지난해 1월과 7월 두 차례 한양정밀 보유 지분 담보로 590억 원 규모 교환사채를 발행하며 모녀 측과 갈등이 생겼다. 현재 모녀 측은 신 회장을 상대로 법원에 소송과 가압류를 신청한 상태다. 해당 소송의 첫 변론기일이 지난 12일 열렸다.

대주주 간 분쟁과 함께 직원들의 신 회장을 향한 반발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어 내부 갈등은 이어질 전망이다. 한미약품 직원들은 지난 12일 이사회가 열린 한미약품 본사 1층에서 신 회장의 성추행 비호 발언과 로수젯 원료 변경 압박을 중단하는 피켓 시위를 벌였다.

한편 박 대표는 지난 12일 황 대표 선임 소식이 알려지자 이번 임기를 끝으로 사임하겠다는 뜻을 공식화했다.

박 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이번 임기를 끝으로 한미약품 대표이사직을 내려놓고자 한다”며 “전문경영인이 반드시 제가 돼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으며, ‘임성기 정신’이 흔들리지 않는다면 한미의 방향성은 올곧게 나아갈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고 말했다.

양현우 한국금융신문 기자 yhw@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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