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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락장에 ‘빚투’ 부메랑…반대매매 공포 확산

김희일 기자

heuyil@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3-09 15:40 최종수정 : 2026-03-09 15:48

신용융자 33.7조 ‘역대 최대’…미수금도 사상 최대

금융투자협회 전경 / 사진제공= 금융투자협회

금융투자협회 전경 / 사진제공= 금융투자협회

[한국금융신문 김희일 기자] 중동 지정학 리스크로 국내 증시가 급락세를 보이면서 ‘빚투(빚내서 투자)’가 개인 투자자들에게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주가 상승 기대감에 빚을 내 주식을 샀던 투자자들이 급락장에서 증거금 부족으로 강제 청산(반대매매)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3조7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신용거래융자는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한 뒤 아직 상환하지 않은 금액을 의미한다.

특히 중동 긴장이 증시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지난 3일 이후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신용융자 잔고는 사흘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 초단기 ‘빚투’로 분류되는 위탁매매 미수금 역시 사상 최대 규모로 불어났다.

지난 5일 미수금은 2조1487억원으로 중동 긴장 고조 이전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미수거래는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한 뒤 2거래일 안에 대금을 상환해야 하는 방식이다. 만약 기한 내 상환하지 못하면 3거래일째 주식이 강제로 매각된다.

실제로 시장 급락 직후 반대매매도 급증했다. 지난 5일 강제로 처분된 주식 규모는 77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3년 10월 이후 최대 규모로, 지난달 27일(76억원) 대비 약 10배 늘어난 수치다.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강제청산 비율도 6.5%로 급등했다. 하루 전인 지난 4일(2.1%)의 세 배 수준이며, 3일(0.9%)과 비교하면 7배 이상 증가했다.

코스피가 최근 6000선을 돌파하는 과정에서 개인 투자자들의 레버리지 투자가 크게 늘었고, 증시 급락으로 이들이 증거금 부족 상황에 몰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시로 유입되는 대출 자금도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5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개인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40조7227억원으로 2022년 말 이후 약 3년 2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사흘 동안만 1조3000억원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 자금 상당 부분이 증시로 유입된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빚투’가 하락장에서 시장을 더 끌어내리는 악순환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미수거래의 경우 증거금을 제때 납입하지 못하면 전날 종가보다 최대 30% 낮은 가격으로 강제 매각이 이뤄질 수 있어 추가 하락 압력을 키울 수 있다.

증권가에서는 신용잔고가 역사적 고점에 근접한 상황에서 증시 조정이 이어질 경우 레버리지 투자 청산이 연쇄적으로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개인 투자자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한 주식 투자 커뮤니티에서는 “더 떨어지면 신용 반대매매가 하락을 부추길 것 같다”, “아직 바닥이 아닐 수 있으니 빚투 반대매매 조심해야 한다”는 글이 이어졌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김모 씨는 “일확천금을 노리고 빚까지 내서 투자한 사람들 때문에 시장이 더 흔들리는 것 같아 화가 난다”며 “가용 자금 범위 내에서 투자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도 반대매매 확산 가능성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한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는 “반대매매를 피하기 위해 오후 늦게 선제적으로 매도가 나오는 경우도 있다”며 “시장에서는 증시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반대매매 물량이 추가로 출회되며 하락 압력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말했다.

김희일 한국금융신문 기자 heuyil@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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