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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영 법무법인 호암 대표 변호사, 금융권 중도금 대출은 ‘침대축구'

편집국

기사입력 : 2025-09-01 05:00

승소 가능성 없는 채무부존재 소송 급증 시장 혼란
전문가 “소송제기 악용사례 살펴 대응책 마련 필요”

▲ 신민영 법무법인 호암 대표 변호사

▲ 신민영 법무법인 호암 대표 변호사

최근 금융권에서 중도금 대출을 둘러싼 ‘침대축구’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생활형숙박시설, 오피스텔, 지식산업센터 등 이른바 수익형 부동산 수분양자들이, 자신들에게 중도금 대출을 해준 금융기관을 상대로 채무부존재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가 급증하는 것이다.

수익형 부동산을 분양받은 사람들은 대부분 임대 수익을 기대하며 금융기관의 대출을 활용한다. 금리가 낮고 부동산 시장이 활황이던 시기, 이런 수익형 부동산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처럼 여겨졌다.

매달 따박따박 들어오는 임대 수익은 물론, 시세 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는 매력적인 투자처였다.

하지만 고금리 기조와 부동산 경기 침체가 맞물리자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공실이 장기화되는 수익형 부동산이 속출하고 있고, 이자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황이다. 심지어 분양가보다 시세가 낮아지는 ‘마이너스 프리미엄’까지 속출하며 투자자들의 꿈은 악몽으로 변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투자자들이 높은 투자수익을 기대하는 이유는 그만큼 높은 리스크를 감당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익형 부동산 분양 계약자들은 높은 수익은 기대했으면서도 리스크는 감당할 마음이 없는 것처럼 독특한 행동을 벌인다.

본인이 분양받은 부동산의 가격이 폭락하자 사업의 주체인 시행사에게 계약 해지를 요구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대신, 중간에서 자금을 빌려준 금융기관을 상대로 “나는 갚을 빚이 없다”고 주장하는 소송을 벌이는 것이다.

이는 마치 신용카드로 구매한 고가의 가전제품이 시간이 지나 구형이 되고 중고가가 떨어졌다는 이유로, 판매점이 아닌 카드사를 상대로 카드 대금을 못 내겠다고 소송을 거는 것과 같은 이치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이 불합리한 소송이 부동산 시장에서는 주기적으로 반복된다. 불과 15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수분양자들은 금융기관을 상대로 중도금 채무부존재 소송을 남발했지만, 법원은 예외 없이 수분양자의 패소 판결을 내렸다.

대출 계약과 분양 계약은 별개라는 명확한 법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런 승산 없는 소송이 계속되는 이유는 명확하다. 법적 판단을 받는 ‘시간’ 자체를 무기화하는, 이른바 침대축구다.

소송이 제기되면 법원은 대출금이 갚아야 할 채무인지 여부를 따지느라 결론이 날 때까지 중도금이나 잔금 지급 시점을 늦춘다.

소송 결과는 대부분 ‘채무를 갚아야 한다’로 귀결되지만, 그 사이 금융기관의 자금은 묶이고, 사업은 지연된다.

대규모 자금을 운용해야 하는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이 지연이 곧 손실이다. 버티기 힘들어진 금융기관은 시행사를 찾아가 “빨리 정리하자”며 압박하고, 이 과정에서 수분양자가 원하는 조건이 끼어들 가능성이 커진다.

결국 소송의 목적은 ‘이기기’가 아니라 ‘시간 끌기’다.

문제는 이를 막아야 할 ‘심판’인 금융당국의 태도다. 이상적인 심판이라면 명백한 반칙에 대해 옐로카드, 레드카드를 과감히 꺼내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오히려 침대에 누운 선수를 보호하는데 급급하다. 금융기관이 가압류나 압류 같은 정당한 보전 조치를 취하면 이를 ‘추심행위’로 간주해 제동을 걸고, ‘선의의 피해자 보호’라는 명분 아래 금융기관의 대응 수단을 봉쇄한다.

물론 분양 사기나 부실 시공 등으로 인해 진짜 피해를 본 수분양자도 있다. 이런 경우라면 당연히 별도의 보호 장치와 법적 구제 절차가 마련되어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일부 악용 사례다. 선의의 피해자 보호 장치가 반칙 플레이어에게도 면죄부로 작용한다면, 그 피해는 금융기관을 넘어 금융시장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

실제로 대규모 중도금 대출을 취급했던 일부 상호금융기관이 연체 급증으로 경영상 어려움에 처한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금융기관이 흔들리면 이는 단일 사건으로 끝나지 않는다. 연쇄적으로 자금 시장이 경색되고, 다른 금융기관까지 보수적으로 대출 문턱을 높일 수 있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이런 악순환은 건전한 투자자까지 옥죄게 된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더 세밀하고 정교하면서도 단호한 심판 역할이다. 법원이 채무부존재 소송의 악용 가능성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금융기관이 정상적인 권리 보전을 시도하는 행위를 ‘과도한 추심’으로만 보지 않는 시각 전환이 필요하다.

금융당국도 소극적 조정자에서 벗어나, 명백한 지연 전략과 권리 남용에 대해서는 신속히 제재를 가할 수 있어야 한다.

금융시장은 신뢰를 기반으로 성장한다. 그 신뢰가 무너지는 순간, 선량한 투자자와 채권자 모두 피해자가 된다.

이제는 반칙을 ‘전략’으로 둔갑시키는 침대축구를 더 이상 용인하지 않는, 현명하고 용기 있는 심판이 필요하다.

[신민영 법무법인 호암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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