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상북도 송정동에 위치한 교촌 1호점 매장. 교촌치킨 송정점 외관. /사진=교촌에프앤비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BIG3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교촌치킨 창업주 권원강 회장의 말이다. 권 회장은 지난 3월 펴낸 자서전 ‘최고의 상술’에서 교촌치킨의 창업과 성공 과정을 담담히 풀어냈다. 그러면서 불혹이 넘은 나이에 시작한 치킨 사업을 디딤돌 삼아 교촌을 글로벌 K-푸드 산업의 일원으로 올려놓겠다고 다짐했다.
지난 19일 경상북도 구미시 교촌치킨 송정점을 찾았다. 이곳은 교촌의 34년 역사가 시작된 곳으로, 창업주가 처음 매장을 일궈낸 터전이다. 교촌은 최근 구미시와 손잡고 구미 시외버스터미널부터 동아백화점 앞까지 약 500m 구간을 문화거리로 조성했다. 구미시가 5억 원을, 교촌이 13억 원을 투입해 총 18억 원의 사업비가 들어갔다.
거리는 교촌 1호점을 기점으로 오색찬란하게 꾸며졌다. 구미시는 이를 최초의 명예도로명인 ‘교촌1991로’로 명명했다. 구미에서 태생한 교촌의 브랜드를 존중하면서 지역관광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함이다. 교촌과 구미시는 디자인 구성에서 오랜 기간 소통을 이어왔다. 구미시는 향후 진행될 산업문화 투어에서 ‘교촌1991로’와 ‘교촌 1호점’을 연계하는 프로그램도 선보일 계획이다.
‘교촌1991로’ 문화거리는 지난 2024년 1월 착공에 들어가 이달 공사를 마쳤다. 이 기간 교촌은 1호점 매장의 리뉴얼을 단행했고, 문화거리 내 6개 구역 10개 스팟(Spot)을 만들었다. 웰컴존과 치맥공원, 소스로드, 교촌구미로드, 교촌역사문화로드 등으로 구성됐다. 각종 조형물과 벤치, 이미지월 등 이색적인 볼거리로 가득하다. 그중 소스로드는 교촌의 시그니처 메뉴인 허니·간장·레드 색깔에 따라 버스정류장을 새롭게 단장했다. 교촌의 전매특허인 붓을 상징화한 조형물도 내보였다.
또한, 교촌 1호점에서는 다른 매장에서 맛볼 수 없는 특별한 메뉴가 마련됐다. 교촌의 세 가지 소스(허니·간장·레드)를 작은 종지로 담아 구미 특산물로 만든 양파튀김에 곁들여 먹는 ‘교촌구미플래터’, 치킨에 직접 붓질을 해 소스를 발라먹을 수 있는 ‘시그니처 소스팩’, 얇게 핀 닭가슴살과 쌀 알갱이를 함께 튀긴 ‘치룽지’가 그 주인공이다. 이곳에서는 교촌의 브랜드를 접시나 키링 등으로 구현한 굿즈도 만나볼 수 있다. 교촌치킨 송정점은 현재 가맹점 체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지난해 11월 교촌의 브랜드 스토리를 담은 매장으로 재단장했다.
임영환 교촌에프앤비 전략스토어팀장은 “‘교촌1991로’ 문화거리는 교촌의 초심이 다시 구미, 오직 구미로 연결되는 헤리티지 라인이 조성된 것”이라며 “다양한 체험 요소와 즐길 거리 그리고 주민 편의시설을 제공하고, 구미시 관광자원 사업의 일환으로 활용해 지역관광 활성화에도 기여하겠다”고 했다.
권 회장의 절박한 마음과 다르게 치킨 프랜차이즈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하루 100마리를 파는 것도 어려웠다고 한다. 맛으로 승부를 봐야겠다는 결심에 이른 권 회장은 경상도 지역의 안동찜닭에 착안해 마늘과 생강 등을 입힌 간장소스를 개발해낸다. 배달도 오토바이를 대신해 낡은 프라이드 자동차를 고집했다. 오토바이로 울퉁불퉁한 길을 달리면 치킨의 모양이 흐트러지고, 찬 겨울에는 금방 식는다는 이유에서다. 권 회장은 한여름에 자동차로 배달할 때도 에어컨을 틀지 않을 정도였다.
그의 노력 덕에 교촌은 서서히 입소문을 탔다. 구미에서 대구로, 이어 경상도로, 다시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권 회장은 치킨을 만드는 과정에서 소스가 골고루 배어있는지, 튀김옷 농도는 적절한지 등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했다. 닭을 크게 자르면 튀기는 과정에서 퍽퍽해져 딱딱해졌는데, 이를 조각조각 잘라내면서 21개 부분육이라는 비율을 찾아냈다. 소스에서도 치킨 구석구석에 양념이 묻어날 수 있도록 붓질을 고안했다. 권 회장은 “내가 편하면 손님이 불편하다”라는 신조를 얻었고, 이는 교촌의 경영철학인 ‘진심 경영’으로 이어졌다.
교촌은 지난 2014년 BBQ로부터 bhc가 분리되면서 업계에서 매출 1위 자리에 올랐다. 교촌은 이후 2022년까지 8년간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왕좌를 지켰지만, 가맹점 간 출혈 경쟁이 심화하면서 내실 경영으로 무게추를 옮겼다. BBQ와 bhc가 공격적으로 출점을 늘려온 것과는 사뭇 다르다. 교촌은 지난 2022년 매출 5175억 원(연결 기준)으로 최대치를 찍은 이후 내실 경영에 집중하면서 이듬해엔 4450억 원으로 덩치가 20% 넘게 쪼그라들었다.

교촌 창업주 권원강 회장. /사진=교촌에프앤비
권 회장은 지난해 4월 사옥을 오산에서 판교로 옮겼으며, 새 경영 철학으로 ‘진심 경영’을 내걸었다.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려는 권 회장의 진심이 담겨 있다. ‘진심이 세상을 움직인다’는 믿음 아래 교촌을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K-푸드 산업의 일원으로 당당히 올려놓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교촌은 현재 치킨 사업 외에도 소스와 맥주, 막걸리 사업장을 키우면서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영역을 두드리고 있다.
권원강 교촌 회장은 자신의 자서전인 ‘최고의 상술’에서 “내가 지향하는 목표는 업계 1위가 아닌 최고의 치킨을 만드는 것에 있다”며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맛과 품질, 시스템 등을 갖춘다면 업계 1위나 매출 1위는 저절로 따라오리라 믿는다”고 소신을 밝혔다.
이어 “하나를 준비해도 ‘제대로 됐다!’고 생각하기 전까지 신메뉴를 내놓지 않는다”면서 “같은 것을 하더라도 어떻게 하면 더 좋게 만들지, 더 맛있게 만들지, 더 신선하게 내놓을지 끊임없이 생각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