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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목숨 건’ 이재용 부회장의 모래주머니는?

정은경 기자

ek7869@fntimes.com

기사입력 : 2022-06-07 00:00

▲ 정은경 기자

▲ 정은경 기자

[한국금융신문=정은경 기자] “목숨 걸고 하는 겁니다. 숫자는 모르겠고, 앞만 보고 가겠다.”

이재용닫기이재용기사 모아보기 부회장이 지난달 이같이 언급했다. 평소 이 부회장의 언행을 고려하면 다소 공격적이고 거친 말투다.

세계 각국에선 반도체 패권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반도체가 국가의 핵심 무기로 자리 잡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공급망이 불안해지자 국가들의 반도체 주권을 차지하기 위한 날 선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방한 첫 일정으로 삼성전자의 반도체 핵심 생산기지인 평택캠퍼스를 찾았다. 미국 대통령이 평택캠퍼스를 둘러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방한 첫 일정으로 평택캠퍼스를 낙점한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얼마나 반도체에 관심을 두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행보라고 평가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미국 내 글로벌 반도체 제조사들의 투자를 요청하는 등 공급망 확보에 힘쓰고 있다.

이에 화답하고자 각종 반도체 기업들은 미국 내 대규모 투자 계획안을 발표했다.

특히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1위 기업인 대만 TSMC는 향후 3년간 1000억달러(약 113조원)를 투자해 파운드리 공장 5곳을 추가로 늘리기로 했다. 지난해 파운드리 재진출을 선언한 인텔은 미국 애리조나주에 200억달러(약 24조원) 규모의 파운드리 공장 증설 작업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이 돼서야 170억달러(약 21조원) 규모의 테일러시 파운드리 공장 신설을 발표했다. 지난해 5월 170억달러 투자 계획 발표 이후 6개월 만에 확정지은 것이다.

특히 이 부회장이 가석방 이후 북미 출장을 다녀온 뒤 투자 발표가 이뤄졌다. 당시 이 부회장이 캐나다를 비롯해 미국 동·서부를 횡단하며 만난 파트너사는 마이크로소프트·구글·아마존·버라이즌 등으로, 삼성이 미래 성장 사업으로 삼은 분야들이다. 그는 글로벌 현장 경영 시찰은 물론 파트너사와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11일간의 북미 출장 후 귀국길에서 이 부회장은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보고 오니 마음이 무겁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간 업계에서 제기된 삼성의 위기론을 해외 출장길에서 절실하게 체감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에는 향후 5년간 45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안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는 미래 핵심 사업으로 꼽히는 반도체·바이오·인공지능(AI)·로봇 등에 투자한다. 이 중 300조원은 반도체 분야 투자에 쓰일 예정이다.

이번 투자는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반도체·배터리·통신 등 공급망 협력 강화 내용이 담긴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을 발표한 지 나흘 만에 발표됐다. 또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을 목표로 내세운 윤석열 정부에 삼성이 화답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삼성의 대규모 투자 뒤에 총수의 결단력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현재 이 부회장은 경영활동에 자유롭지 못한 신분이다. 지난해 8월 가석방으로 풀려나면서 취업 제한에 걸려 있기 때문이다.

이번 바이든 대통령의 평택캠퍼스 방문 때도 리허설까지 진행했지만, 이 부회장의 동행 여부는 전날 오후에서야 확정됐다. 이 부회장은 매주 목요일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으로 재판도 받고 있는데, 형사소송법상 피고인 본인은 반드시 재판에 출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마터면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평택캠퍼스 방문을 직접 안내하지 못 할 뻔했다.

문재인 정권 말기인 지난달 대통령 특별 사면이 이뤄질 것이란 기대감은 있었지만,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윤석열 정부가 친기업 기조를 보이고 있는 만큼 재계와 정치권에서는 이 부회장의 특별 사면을 기대하고 있는 눈치다. 특히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5일간 다섯 차례 대면하는 등 이전 정부 대비 긴밀한 소통도 이어가고 있다.

날로 심화되는 반도체 패권 전쟁 속 삼성의 위기론은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이 부회장도 위기론을 느꼈지만, 경영에 전면 나설 수는 없는 상황이다. 경영 불확실성 속에서 위기 극복과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선 총수의 통 큰 결단력이 필요하다.

이 부회장의 신분, 이제는 확실하게 정해질 때가 오지 않았나 싶다.

정은경 기자 ek7869@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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