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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경기와 김영란법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

기사입력 : 2016-09-09 15:59 최종수정 : 2016-09-09 16:50

김의석 금융부장 겸 증권부장

추석 경기와 김영란법
[한국금융신문 김의석 기자]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는데 목표는 손가락에 있지 않다.”

불교계를 대표하는 정신적 지도자이자, 지난 1993년 열반에 드신 성철(性徹) 스님이 1967년 합천 해인사 법문에서 했다는 이 말은 고려 보조국사(普照國師) 지눌(知訥)의 ‘정혜결사문(定慧結社文)’에 나오는 ‘지월불분 미망명문리양지심(指月不分 未忘名聞利養之心)'을 인용한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여전히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 끝만 보는 견지망월(見指望月)의 행태가 만연해 씁쓸하다.

한가위 추석 연휴가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해마다 맞는 명절이지만 그때마다 느낌은 다르다. 올해는 ‘성큼’이다. 비교적 빨리 찾아온 추석인데다 35도를 넘나들던 폭염에 대한 기억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계절은 속일 수 없는 모양이다.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바람이 제법 선선하다. 아파트 베란다 한쪽 구석에선 귀뚜라미가 밤새 울어대며 가을을 재촉한다. 덕분에 여름 속에서 추석을 맞을 것이라는 걱정 아닌 걱정도 덜게 됐다.

추석. 연중 으뜸 명절로 수확과 풍요의 대명사다. 하지만 올 한가위 추석은 가을의 풍요로움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민족의 최대 명절 대목 경기가 좀처럼 일어날 기미가 없기 때문이다. 백화점과 마트, 온라인몰 등 추석선물 매출은 지난해 보다 신장세가 겪였거나 오히려 줄어 사상 최악의 추석 경기를 예고하고 있다. 오죽했으면 상인들이 ‘썰렁한 ‘한(寒)가위’라며 울상을 짓겠는가.

추석경기 실종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소비심리 탓이다. 가계의 올 2분기 평균 소비성향이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다. 실제로 통계청이 공개한 ‘2016년 2분기 가계동향’에 따르면 2인 이상 가구의 2분기 평균 소비 성향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7% 포인트 하락한 70.9%로 관련 통계 조사가 시작된 2003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장기 불황에 청년 취업난과 노후 불안 등이 겹쳐 소비자들이 지갑을 꼭꼭 닫은 것이다. 추석이 예년보다 일러 여름 휴가철과의 간격이 짧아진 것도 소비활동에 부정적이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오는 28일부터 시행되는 부정청탁방지법인 이른바 '김영란법'이 직격탄이 되고 있다. 법 시행이 보름 정도 남았지만 오피니언 리더들이 미리 분위기를 잡는 통에 적용대상인 공무원, 교사, 언론인은 물론 일반 소비자의 소비 심리마저 위축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영란법’에 대해 교육하고 있는 각 기관마다 당분 간 외식하지 말고 심지어 아무것도 하지말라는 통에 더욱 썰렁한 분위기다. 그래서 정부는 공식적이지는 않지만 연휴 직전 이틀을 연차 휴가로 활용하도록 독려해 국내 여행과 문화 소비를 활성화하려고 한다는 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이 역시 ‘있는 사람’들만의 얘기일 뿐 서민들은 귀향(歸鄕)도 어려운 판이다.

체불 역시 올해가 사상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라고 한다. 경기악화와 조선 구조조정 등으로 지난달 말까지 체불액이 이미 1조원에 육박했고, 연말까지는 1조 40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어서 정부는 전방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는 임금체불액이 가장 컸던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의 체불액 1조 3438억원을 넘는 규모다. 경기 침체로 기업들의 경영 사정이 갈수록 악화돼 하도급대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하청업체가 늘었기 때문이다. 여기저기 온통 막혀 있지 않은 곳이 없는 나라 상황에서 추석경기마저 이렇다면 민심은 극에 달할 것이다. 이래도 정부가 아무런 대책 없이 수수방관해서는 안 된다. 꼭 추석이 아니더라도 대대적인 경기부양대책을 검토할 시점이다.

일례로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달 22일부터 29일까지 8일간 전국 5인 이상 373개 기업을 대상으로 '2016년 추석연휴 및 상여금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김영란법 시행이 내수경기에 미치는 단기적 영향' 항목에서 '부정적'이란 응답이 52.7%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고 한다. '영향 없음(32.1%)'과 '긍정적(15.2%)'을 크게 앞지른 수치다.

아울러 김영란법 시행이 기업의 선물비 및 접대비 지출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감소할 것'이라고 응답한 기업이 71.2%로, '변화 없을 것'이란 응답한 28.8%보다 훨씬 많았다.

이에 따라 정부가 ‘추석 민생대책’을 내놓고 대목 경기 띄우기에 나섰으나 효과는 의문이다. 전국 800여개 시설과 추석 성수품의 대대적 할인과 추석자금 살포는 해마다 나오는 단골메뉴고 ‘한가위 문화·여행주간’(9월 10~18일)은 색다른 행사다. 연휴 직전 이틀을 연차휴가로 활용하도록 독려해 국내 여행과 문화 소비를 활성화하고 내수도 일으키자는 복안이다.

그러나 연차휴가 독려는 영세업체 종사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낳은 지난 5월 임시공휴일 지정의 재판이 될 공산이 크고 미사용 연가비 선지급은 조삼모사(朝三暮四)의 전형이다. 차라리 작년에 선보인 ‘코리아 블랙 프라이데이’를 발전시킨 ‘코리아 세일 페스타’(9월 29일~10월 9일)와 이번 대책을 연계시켜 김영란법의 취지도 살리고 추석 경기 불씨도 이어가는 게 바람직하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김영란법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과연 이상과 당위가 현실을 극복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된다. 세상사에서 제도가 현실을 바꾸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현실이 제도로 수렴되는 경우가 훨씬 더 많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김영란법이 전자인지, 후자인지 헷갈리지만 국민 대다수 여론대로 세상이 제대로, 잘 바뀌길 고대한다.

그리고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추석 덕담(德談)이 먼 옛날 얘기로만 느껴지지 않길 희망해 본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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