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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OMPASS]日 캐논 토키 아성 허문 선익시스템

장종회 기자

jhchang@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5-13 12:02

실적 ‘퀀텀점프’…재무구조 극적 개선

[한국금융신문 장종회 기자] 올들어 디스플레이 업계에서 뜨겁게 달아오른 기업 가운데 선익시스템은 첫 손에 꼽힌다. 최근 선익시스템의 행보는 단순한 ‘실적 개선’이라는 말로 담기엔 부족하다. 국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의 기술적 자부심과 재무 전략이 결합된 전환점으로 읽을 만하다.

압도적 본업 수익력

선익시스템의 지난해 경영 성적표는 경이롭다. 매출액이 5157억 원으로 전년에 비해 356.7% 급증했다. 영업이익은 1115억 원을 기록해 무려 1310.5%라는 수직 상승을 보였다. 과거 600억~1000억 원대 매출에 머물던 중소형 장비주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다.
주목할 지표는 단순 영업이익률(21.62%)보다 투하자본이익률(ROIC)다. 선익시스템은 지난해 4분기에 ROIC 1.72%를 기록하며 업종 내에서 1위에 올랐다. ROIC는 기업이 투입한 자본에 비해 얼마나 효율적으로 돈을 벌었는지를 보여주는 척도다. 선익시스템은 장비산업에 속한 기업으로 특유의 높은 고정비 부담을 지고 있는데 매출이 늘면서 규모의 경제로 고정비 부담을 상쇄한 셈이다. 특히 해외매출 비중이 89.23%(4602억 원)에 달하는 선익시스템은 자사의 증착 솔루션이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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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적인 재무구조 개선

선익시스템은 실적만큼이나 놀라운 재무구조의 극적인 개선을 이뤘다. 지난 2024년 말 552.5%에 달했던 부채비율이 지난해 말에 154.2%로 크게 낮춰졌다. 부채비율이 이렇게 낮아지려면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주주가치를 희석하는 경우가 많지만 선익시스템은 ‘실적’과 ‘계약부채’라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 해결했다.
수주 산업에서 계약부채는 선수금 성격이다. 회계 장부상으로는 부채로 잡히지만확정된 미래 매출인 만큼 일반적인 부채와는 다르다. 선익시스템의 경우 8.6세대 대형 장비 수주가 본격화하면서 유입된 선수금이 부채 비율을 일시적으로 높였다가 곧 매출로 인식되면서 자본 총계를 464억 원에서 1438억 원으로 3배 이상 늘리게 만드는 동력이 됐다.
가중평균자본비용(WACC)이 떨어진 것도 선익시스템에는 재무 개선의 특징적 측면이다. 선익시스템은 제1회 전환사채(CB)와 제2회 교환사채(EB)를 발행하면서 표면이자율과 만기보장수익률을 모두 0%로 확정했다. 고금리 시대에 이자 비용을 들이지 않고 수백억 원대 운영자금을 조달해 자본비용을 낮추고 주당순이익(EPS)을 극대화할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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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독점 구도 깬 기술력

종전에 OLED 증착기 시장에서는 일본의 ‘캐논 토키’가 철옹성을 쌓아 경쟁자를 따돌리고 있었다. 하지만 선익시스템이 20년 넘는 연구개발 끝에 8.6세대 대형 증착기 상용화에 성공하면서 이 구도가 깨졌다. 삼성디스플레이와 BOE 등 글로벌 패널사들이 IT용 OLED 투자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선익시스템의 8.6세대 장비는 대체 불가능한 선택지로 자리매김했다.
선익시스템은 소형(R&D용) 증착기 시장에서 글로벌 점유율을 80% 가량으로 올린 상태다. 또 차세대 먹거리인 마이크로 OLED(OLEDoS) 증착기에서도 300mm 웨이퍼 양산 장비를 세계 최초로 공급하며 선두 자리를 굳혔다. 기술적 진입 장벽이 높은 증착 공정에서 풀 라인업을 구축해 수년간 안정적인 캐시카우를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대감이 확신으로

최근 선익시스템의 주가 추이를 보면 시장에서 투자자들의 시각 변화가 뚜렷하게 감지된다. 지난 2024년까지는 8.6세대 수주 가능성에 기대 ‘성장 테마주’로 접근했다면 지난해부터는 실적 발표에 따라 ‘실적주’로서 본격적인 재평가(Re-rating)가 이뤄지는 모양새다.
선익시스템은 중국 고객사와 대형 증착기 공급 계약을 하는 등 대규모 수주가 이뤄질 때마다 계단식 주가 상승을 보였다. 특히 계약부채가 실제 매출로 전환되는 지난해 2분기를 기점으로 외국인과 기관의 순매수세가 유입됐다.
선익시스템은 지난해에 당기순이익 965억 원을 올리며 흑자전환해 기본 주당순이익(EPS)은 1만854원을 기록했다. 과거에 논란을 빚었던 높은 주가수익비율(PER) 이슈를 잠재우고 실적이 뒷받침되는 견고한 구간에 진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수주산업 변동성과 환율 리스크

선익시스템의 미래가 장밋빛만은 아니다. 수주 산업의 변동성 때문이다. OLED 증착장비는 패널 업체의 투자 계획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투자 비수기에 접어들 경우 실적 변동폭이 클 수 있다는 점은 투자자가 염두에 둬야 할 리스크다. 환율 리스크도 고려해야 한다. 선익시스템은 해외매출 비중이 90%에 육박하는 만큼 환율 변동에 민감한 편이다. 현재 삼성선물 등과 선물환 약정을 통해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지만 글로벌 거시경제 불확실성에 따른 변수를 무시해선 안된다.
선익시스템에게 2025년은 단순한 성장을 넘어선 '퀀텀점프'의 해였다. 717억 원에 달하는 잉여현금흐름(FCF)은 회사가 벌어들인 이익이 장부상의 숫자가 아니라 실제로 쓸 수 있는 현금으로 쌓이고 있다.
선익시스템은 이제 일본 장비를 기다리던 패널사들이 먼저 찾는 '슈퍼 을(乙)'로 올라서는 길목에 서있다. 최근과 같은 재무적 견고함과 기술적 우위를 지속해 나간다면 국내 소부장 기업 가운데 대표적 성장 모델이 될 터다. 선익시스템은 8.6세대 장비라는 거대한 파도에 올라탄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지만 '포스트 OLED' 시대를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갈릴 수도 있다. 대외변수 대응에 문제가 생긴다면 궤도를 이탈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장종회 한국금융신문 기자 jh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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