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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은성수, 국책은행 남북경협 역할론에 부심

박경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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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8-10-01 00:00

산은, 북한 초기 인프라사업 천문학적 투자금 부담
수은, 남북협력기금 수탁기관으로 기금마련에 고심

[한국금융신문 박경배 기자]
“우리는 5000년을 함께 살고 70년을 헤어져 살았다. 오늘 이 자리에서 지난 70년 적대를 완전히 청산하고 다시 하나가 되기 위한 평화의 큰 걸음을 내딛자고 제안한다. 우리 민족은 함께 살아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15만명의 평양 시민들 앞에섰다. 분단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특히 문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 두 정상은 남북간 동·서해안 철도 및 도로 연결을 위한 연내 착공식 실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 우선 정상화, 서해경제공동특구 및 동해관광공동특구 조성, 자연생태계 보호·복원을 위한 환경협력, 전염성 질병 유입·확산 방지를 위한 보건·의료협력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교류방안을 강구해 나가기로 했다.

무엇보다 남북경협이 본격화하면 이를 지원할 KDB산업은행 중심으로 국책은행의 커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들 국책은행이 지원안이 속도감 있게 진행하기엔 걸림돌이 많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미국 등 대외변수가 많은 데다 그동안 대북 사업의 특성상 언제 틀어지거나 멈출지 예상하기가 쉽지 않은데다,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 제재가 유지되고 있어 섣불리 상황을 예측하고 지원안을 마련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세계은행이나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외부에서의 자금조달을 추진하는 것도 매한가지다.

◇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정책금융기관 역할 의욕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금융권 인사 가운데 유일하게 3차 남북정상회담의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평양 땅을 밟았다. 이를 계기로 이 회장은 남북정책금융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우선 지난 7월 하반기 정기인사를 단행하면서 기존의 `통일사업부`를 `한반도신경제센터`로 개편했다. 이 회장은 이를 통해 남북 경협, 북한 개발 금융 등 한반도 신경제 구상과 관련한 대표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주도적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힌바 있다.

지난달 11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선 “특별수행원에 포함되고 싶다”는 바람을 밝히기도 했다.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은 정부 주도의 금융지원이 필수적인 만큼 이동걸 회장이 수행원에 포함된 데는 정책금융을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가라는 의도가 포함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산업은행은 그동안 축적된 개발금융 노하우를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2014년 옛 정책금융공사와 통일금융협의체를 운영하며 ‘남북경협’을 역점 사업으로 삼아왔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책은행들은 남북경협 사업을 주도하기 위해 많은 준비를 해왔다. 판문점과 통일각에서 이뤄진 1, 2차 남북정상회담을 거치며 한반도 정세가 해빙 모드로 돌아서면서 산업은행을 비롯해 한국수출입은행과 IBK기업은행 등이 각 은행의 역할을 강조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이동걸 회장이 금융권 대표로 선발돼 북한을 방문하는 만큼 남북경협에 있어 산업은행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

민간자금은 리스크가 클수록 혼자 들어가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산업은행이 투자 위험에 대한 불확실성을 덜어내는 사업 구조를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동시에 북한도 자체적으로 위험을 분담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현재 북한 내 금융 인프라나 시스템은 제로에 가까운 상태다.

이동걸 회장도 북한 진출의 초기 위험이 크다는 걸 인정하고 국내외 협력을 강조한 바 있다. 이 회장은 “남북 경협은 크고도 넓고도 위험하기 때문에 한두 개 기관이 들어가서 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그렇게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지도 않는다”며 “산업은행이든 수출입은행이든 (시중)은행이든 외국기관과 국제기관까지 큰 그림을 그리면서 남북 경협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정책금융과 관련해서는 우선 철도나 전력, 첨단과학 산업과 관련한 방향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로 북한이 주요 산업으로 우선시하는 부문이다.

실제로 이번 대북 특별수행원 명단에는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도 포함됐다.

하지만 무엇보다 남북경협에 앞서 대북제재 완화가 우선 해결돼야 한다는 게 북한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대북제재 완화가 전제될 때 북한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투자 논의가 진행되고 투자금 회수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완화 속도에 따라 남북 경협 역시 논의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 남북이 윈-윈하는 사업모델 기대하는 은성수 수출입은행장

은성수 수출입은행장 역시 자체적으로 북한 관련 업무 수행 역량을 키우고 있다. 수출입은행의 북한·동북아연구센터의 기존 인력은 3명이었다. 사실상 유명무실한 조직으로 불려왔다.

하지만 남북경협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수출입은행은 지난 7월 박사 학위를 보유한 전문가 2명을 채용했고, 하반기 정기인사를 통해 인력을 10명 이상으로 늘렸다. 내년까지 연구 인력을 더 보강할 예정이다.

수출입은행은 현재 남북협력기금(IKCF)을 운용하고 있다. 수출입은행이 조성한 남북협력기금은 총 14조2000억원이다. 이들은 남북경협이 본격화하면 ‘북한개발 신탁기금’이라는 새로운 성격의 기금 마련도 검토 중이다.

지난달 19일 발표된 ‘평양 공동선언’에 남북경제협력 내용이 구체적으로 명시되면서 수출입은행이 운용하는 남북협력기금 사업도 힘을 받고 있다.

개성공단·금강산 관광·문화예술 교류 등 공동선언문에 언급된 경제협력 내용은 현재 수출입은행이 기금으로 운용하는 사업과 무관치 않다. 수출입은행 측은 앞으로 남북경협이 가시화 된다면 남북이 윈-윈할 수 있는 공동 사업모델이 마련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평양공동선언문에는 남북경협 내용이 구체적으로 명시됐다. 평양공동선언문에 따르면 남북은 올해 안에 동·서해선 철도 및 도로연결을 위한 착공식을 진행하기로 했다.

또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을 정상화시키고, 서해경제공동 특구, 동해관광 공동 특구를 조성하는 데 협력키로 했다. 문화·예술분야도 활발히 교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내용들은 지난 4.27 판문점 선언문에는 없던 것들로, 점차 남북관계가 해빙 무드로 돌입하면서 남북경협도 가시화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그간 잠정 중단됐던 수출입은행의 남북경협 사업도 실현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평양공동선언문에 명시된 내용들이 대부분 수출입은행이 지원하는 경협 사업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현재 수출입은행은 개성공단에 입주하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자금지원 역할을 맡고 있다. 평양공동선언문 계기로 개성공단이 재가동 된다면 수출입은행의 자금지원도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2008년 이후 중단됐던 수출입은행의 금강산 관광 사업도 마찬가지다. 공동선언문에 금강산관광 정상화를 직접적으로 언급했다는 점에서 재가동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수출입은행은 2008년 이전까지 주민왕래지원 사업으로 금강산 관광객 경비를 지원해왔다. 또 남북 문화·학술·체육협력 부문도 지원하고 있어, 향후 정부의 남북경협 정상화에 물꼬를 틀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가 조성한 남북협력기금도 최근 증가하는 모습이다. 통일부 남북협력기금 통계에 따르면 기금 총 조성액은 2014~2016년까지 3000억원 대였지만, 2017년 들어 9500억원으로 급증했다. 수출입은행은 통일부로부터 기금 운용을 위탁받아 사업을 집행한다.

◇ 내부 TF 구성해 남북경협 사업방향 검토하는 시중은행

국책은행 외에도 금융지주와 시중은행들도 내부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다양한 사업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국내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개성공단 지점을 열었던 우리은행의 경우 개성지점 재입점과 입주기업에 대한 지원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현재 우리은행은 지난 2016년 개성공단 폐쇄 이후 본점 지하 1층에 개성지점 임시영업점을 열어 개성공단 입주 업체에 대한 지원을 유지하고 있다.

KB금융지주는 은행·증권·보험 등 계열사 전략담당 부서가 참여하는 TF를 꾸려 SOC 투자나 경제협력 방안에 대해 모색하고 있다. 최근 KB국민은행은 이산가족 만남과 남북간 원활한 교류를 위한 특화상품인 ‘KB북녘가족신탁’을 출시하기도 했다.

신한금융지주는 그룹 내 주요 전략담당 부서장 및 북한 관련 리서치 전문가,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협의체를 만들어 남북경협 조사와 관련 대응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남북경협 랩(Lab)도 신설했다.

NH농협은행 역시 금강산 지점 개점 등 남북경제 협력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KEB하나은행은 대북 인프라 관련 금융사업 사전 연구를 활발히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이들 은행권은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외에 사회간접자본(SOC)사업이 본격화할 경우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남북경협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대북제재 해제가 선행 돼야 한다고 말한다. 문 대통령이 북한은 비핵화와 대북제재 해제 등을 고려해 ‘여건이 조성되면’이라는 전제를 단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은행 관계자는 “지금은 대북제재 해소 가능성과 속도, 남북경협 시기와 규모 등에 대해 종합적으로 스터디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박경배 기자 pkb@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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