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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내우외환’ 뉴롯데 다잡기 총력

신미진 기자

mjshin@

기사입력 : 2017-11-27 00:00

지주사 출범, ‘롯데 2기’ 방점
투명경영 선언…1심선고 변수

▲ 사진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한국금융신문 신미진 기자]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통해 순환출자를 완전히 해소하고 복잡한 구조를 정리해 투명한 기업으로 거듭나겠습니다.”

지난해 10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경영쇄신안을 발표하며 이 같이 약속했다. 그로부터 약 1년이 지난 현재 신 회장의 다짐은 절반의 성공을 이뤘다. 그는 약속대로 올해 10월 ‘롯데지주 주식회사’를 출범시키며 ‘뉴롯데’의 첫 발을 뗐다.

나머지 절반은 ‘투명경영’이다. 신 회장을 비롯한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등 롯데그룹 총수일가는 내달 경영 비리에 대한 법원의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신 회장이 검찰의 구형대로 10년 징역을 최종 선고받을 경우 이제 막 닻을 올린 ‘뉴롯데’는 좌초될 위기에 처한다.

법정 구속 위기에도 신 회장은 동분서주 현안 챙기기에 나섰다. 계열사 신입 공채면접 현장을 찾아 지원자들을 격려하는 한편 연일 동남아시아로 출장을 떠나며 ‘포스트 차이나’ 사업을 살피고 있다.

대한스키협회장 자격으로 평창 올림픽 홍보를 위해 스위스로 ‘1박4일’ 강행군에 나서며 대외활동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 같은 행보가 ‘자신감’인지 ‘절박함’일지 그의 남은 변수에 귀추가 주목된다.

◇ 잠실에서 여는 ‘롯데 2막’
신 회장은 지난 8월 롯데월드타워 신사옥으로 첫 출근하며 본격 롯데그룹의 ‘잠실 시대’를 열었다.

국내 최고층 높이(555m)인 롯데월드타워 123층 중 14~38층은 그룹의 헤드오피스가 모인 프라임 오피스로 구성됐다. 신 회장의 집무실은 18층에 마련됐다.

동시에 이는 아버지인 신 총괄회장의 ‘소공동 시대’ 마감을 뜻한다.

1973년 서울 중구 소공동에 위치한 반도호텔을 인수하고 그 일대의 부지를 매입해 국내 사업을 시작한 신 총괄회장은 재계 5위, 매출 100조원 기업이라는 오늘날의 롯데그룹을 만들었다.

격동의 세월을 지낸 신 총괄회장은 지난 6월 롯데홀딩스 이사직을 퇴임하고 명예회장으로 추대되며 창업 70년 만에 경영에서 공식적으로 물러났다.

올해로 한국 롯데는 창립 50주년 맞았다. 그룹의 전환점을 도는 시기에 맞춰 신 회장은 잠실시대로 대표되는 ‘원톱 체제’를 굳힌 셈이다.

첫 출근과 함께 경영혁신실 임직원들을 만난 신 회장은 “한국 롯데 창립 50주년을 맞은 해에 뉴비전 선포와 함께 롯데월드타워 신사옥으로 입주하게 돼 롯데그룹을 100년 기업으로 이끌어갈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됐다”며 새로운 기업문화를 만들어 줄 것을 당부했다.

올해 4월 신 회장은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뉴롯데’를 선포했다. 뉴롯데는 투명경영·핵심역량 강화·가치경영·현장경영 네 가지에 방점을 둔 경영 방침을 뜻한다.

그동안 경영권 분쟁과 불투명한 지배구조에 대한 비난으로 얼룩진 그룹의 환골탈태를 알리는 신 회장 스스로의 다짐이기도 하다.

그룹의 비전도 전면 수정했다. 그동안 롯데는 2009년 선포한 ‘아시아 톱 10 글로벌 그룹’이라는 비전 아래 빠른 성장을 이뤄왔다.

2020년까지 매출 200조·아시아 10대 브랜드가 되겠다는 목표였다. 실제 롯데그룹의 매출은 2008년 42조 5000억원에서 지난해 92조원으로 8년 만에 2배 이상 증가했다.

반면 신 회장의 ‘뉴롯데’에는 이 같은 숫자가 없다. 그룹의 새로운 비전은 ‘라이프타임 밸류 크리에이터’다. 롯데 브랜드를 통해 고객의 전 생애주기에 걸쳐 최고의 가치를 주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 ‘M&A’서 이제는 ‘AI’로

신 회장은 이를 위해 양적 중심의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또 그동안 불려놓은 몸집을 디테일하게 조각하기 위해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AI)을 성장 동력으로 제시했다.

공격 M&A는 신 회장의 트레이드마크로 꼽힌다. 그가 정책본부장으로 취임한 2004년부터 롯데그룹이 지난해까지 성사시킨 M&A는 총 36건에 달한다. 금액으로는 14조원 규모다.

동기간 롯데의 매출액은 23조원에서 92조원으로 대폭 늘었다.

2004년 인수한 KP케미칼은 지금의 롯데케미칼이, 2007년에 손에 넣은 우리홈쇼핑은 현재의 롯데홈쇼핑이 됐다.

2008년부터는 M&A 광폭행보를 보이며 두산주류BG, 바이더웨이, AK면세점, 파스퇴르유업, 하이마트, 현대로지스틱스, KT렌탈 등의 굵직한 인수에 연이어 성공했다.

2010년 약 1조 5000억원에 인수한 타이탄케미칼은 지난 7월 말레이시아 증권거래소에 상장되며 7년 만에 기업 가치를 2.5배 이상 높이는 성과를 달성했다.

이제는 질적 성장이다. 신 회장은 올 초 신년사를 시작으로 올해 상반기 그룹 사장단 회의까지 AI를 활용한 변화와 혁신을 재차 강조하고 나섰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하는 기업에게 큰 위협”이라며 “AI·사물인터넷 등 신기술과 우리 사업의 연결 고리를 찾아 달라”고 임직원들에게 당부했다.

변화는 재빠르게 시작됐다. 롯데는 지난 5월 롯데월드타워에 무인편의점 ‘세븐일레븐 시그니처’의 문을 열었으며 현재 2호점 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롯데제과는 최근 AI로 소비자들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만든 빼빼로 제품을 선보였다.

지난해 말 한국 IBM으로부터 도입한 인공지능 프로그램 ‘왓슨(Watson) 솔루션’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왓슨은 트렌드를 분석해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면세점 등 유통 계열사에서 고객의 쇼핑 도우미 역할을 제공하게 된다. 향후 그룹 전체를 통합하는 IT 서비스를 구축해 5년 이내에 전 사업 분야에 왓슨을 도입한다는 목표다.

신 회장은 지난 5월 임직원들과 함께 구글의 비밀 연구조직 ‘구글X’의 신사업개발 총괄책임자 ‘모 가댓’의 강연을 듣고 면담을 듣는 등 ‘열공’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롯데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이 미래 핵심 전략으로 4차 산업혁명의 중요성을 강조해옴에 따라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한 유통혁신을 계속해서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 ‘내우외환’…뉴롯데 좌초 위기

신 회장이 그린 ‘롯데 2기’에 방점을 찍은 이벤트는 ‘롯데지주 주식회사’ 출범이다.

지난 10월 그룹의 모태인 롯데제과와 롯데쇼핑, 롯데푸드, 롯데칠성음료의 각 투자회사를 합병한 롯데지주는 공식 출범을 알렸다.

롯데 측은 지주사 출범을 통해 기존 50개에 달하던 순환출자고리를 13개로 대폭 줄여 투명한 지배구조에 한 발 가까이 다가섰다.

또 그동안 논란이 된 ‘일본기업’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장기적으로 한국 롯데 계열사의 중간 지주회사 역할을 해온 호텔롯데의 기업공개(IPO)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롯데는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보복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중국을 떠나 ‘포스트 차이나’로 대두되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에 대규모 투자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같은 계획은 신 회장이 내달 22일 열릴 롯데그룹 오너일가 경영비리 1심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을 경우 좌초될 위기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앞서 검찰은 신 회장에게 횡령 등의 혐의로 징역 10년과 벌금 1000억원의 중형을 구형했다.

만일 1심 선고에서 실형을 받고 법정구속 될 경우 롯데그룹의 ‘오너공백’은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내년 4월 내 해소해야 하는 순환출자고리 처리에도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롯데지주의 출범 목표인 호텔롯데 상장작업도 어렵게 될 전망이다.

앞서 롯데그룹은 지난해 호텔롯데의 상장을 통해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경영비리 혐의로 신 회장이 기소되면서 무기한 연기한 바 있다.

‘뉴롯데’ 좌초 위기에 처한 신 회장은 최후진술에서 그룹의 구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왔던 점을 강조했다.

그는 “과거의 잘못된 관행과 가족과 관련된 문제를 바로잡아 투명으로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기회가 온다면 롯데그룹이 우리나라의 어느 기업보다 깨끗하고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그룹으로 거듭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말을 끝맺었다.

◇ ‘증권맨’부터 재계 5위까지

신 회장은 신 총괄회장과 시게미쓰 하쓰코 여사 사이에 태어난 두 아들 중 차남이다.

형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현 SDJ코퍼레이션 회장)과는 지난 2015년 ‘롯데家 형제의 난’을 겪으며 왕래가 끊겼다. 신영자 전 롯데복지재단 이사장과는 배다른 남매사이다.

신 회장은 학업을 마친 뒤 1981년 일본 최대 증권사인 노무라증권 영국 지사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국제적인 금융 감각을 키웠다. 이후 1988년 일본 롯데상사를 거쳐 1990년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에 입사하며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신 회장은 평소 직원들과 엘리베이터를 스스럼없이 타는 인간미 넘치는 성격으로 잘 알려져 있다.

롯데월드타워로 입주한 뒤에는 종종 구내식당에서 직원들과 함께 식사를 즐기며, 재난대피훈련 등 그룹 내부 행사 및 스케줄에 활발히 참여하는 등 친근함을 드러냈다.

일본 최대 건설사로 꼽히는 다이세이 건설家의 시게미쓰 마나미 씨와 결혼한 신 회장은 슬하에 1남 2녀를 두고 있다.

장남 유열 씨는 신 회장과 마찬가지로 노무라 증권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뒤 아직까지는 경영수업을 받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올해 31세인 유열 씨가 신 회장이 일본 롯데상사에 입사한 34세 경 본격 행보를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 학 력 〉
- 1980 콜럼비아대학교 대학원
〈 이 력 〉
- 1981 노무라증권 런던지점 근무
- 1990 호남석유화학 상무
- 2004 롯데그룹 정책본부 본부장
- 2011 롯데그룹 회장

신미진 기자 mjshi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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