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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경도(徑道)가 전부냐 권도(權道)가 있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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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4-04-13 21:52 최종수정 : 2014-06-22 13:00

정희윤 은행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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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경도(徑道)가 전부냐 권도(權道)가 있다
저명한 만화가 윤승운 화백이 그린 ‘맹꽁이 서당’을 펼치다 보면 조선 임금님들 가운데 정조가 칭송받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정조는 등극 후 규장각을 설치하고 바른 정치를 펴려고 애쓰셨다. 재주있는 젊은 학자를 후히 대우하고 왕 자신도 납시어 함께 학문을 토론했다. 또한 관리의 부정을 엄격히 막았으며 차별받는 신분층에도 관심을 가져 백성이 골고루 잘 살게 노력했다. 노비추쇄법을 폐지하여 도망친 노비들의 살 길도 터주니 핍박받던 서민들이 생기를 찾았고 생업에 열중하는 기풍이 일어나 성군으로 칭송받았다.”

◇ 정조의 선정과 큰 방향과 많이 닮은 박근혜 정부

요즘 버전으로 바꿔서 풀어 본다면 이쯤 될까. 정조의 훌륭함은 박근혜 정부가 적어도 겉으로 지향하는 바와는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큰 방향은 ‘정말 잘 설정했다’고 무릎을 치기에 부족함이 없는데 아랫단으로 내려가면 고개를 자꾸 갸웃거리게 되는 것은 당황스럽기만 하다.

어느 부문에선 정책 밑그림과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지는 까닭이다. 2, 3월 고용지표가 호전됐다는 소식에 마냥 반길 수만은 없고 경제민주화 대신에 현 정부 정책 핵심 아이콘으로 등장한 규제 완화가 긍정적 효과 못잖은 걱정거리를 동반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는다. 경제민주화와 동반성장 그리고 규제완화. 현 정부가 지향하는 핵심가치들인데 서로 상충한다면 원인진단이 시급하지 않겠는가.

일례로 공공부문 정상화 정책과 공기업 부채감축 및 복리후생 감축 정책을 짚어보자.

정부는 물론 다수의 매스미디어들 그리고 호사가들의 논리는 일방통행적이다. 요약하면 ‘모름지기 공기업이나 공공성 강한 조직에 몸담았으면 상대적으로 형편이 나을 것인 즉, 형편이 어려운 사람 수준에 가깝도록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논리다.

공기업들이 호의호식 하고 있을 것이라는 대중의 인식에 기댄 일방통행식 접근법이다. 여론몰이가 가능한 까닭은 무엇보다 실상을 정확하게 볼 수 있는 정보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평소 일상적으로 공공부문에 방만경영이 판을 치고 있는 것처럼 반복해서 메시지를 제공해 둔 덕이다. 낚시라면 떡밥, 바둑이라면 든든한 포석이다.

◇ 실질적 효과 찾다 보면 갸웃거리게 되는 괴리

‘역시 공기업 ‘귀족’들을 때려 잡아야 나라가 바로 선다’며 수많은 영세 상공인들, 자영업자들이 환영했던 이유는 분명하다. 아직 임금 수준이 높은데 복리후생 조건마저 턱 없이 풍족하니 더 낮출 것이 많은 게 틀림없다고 맹신하게 됐다.

공무원 통상임금 및 복지후생과 똑같은 수준까지 내려오지 않는다면 이같은 옥죄기 정책이 멈춰 서지는 않을 것이다. 명목 임금과 복지후생을 그렇게 단순하게 비교할 수 없는데도 말이다. 공무원에게는 일반인들이 알면 정말 부러워할 연금제도가 있다. 공무원, 군인, 교원 등은 당연히 연금효과까지 포함해서 비교가 돼야 하지만 그런 비교를 시도한 적이 거의 없어 보인다. 공무원과 군인 연금 등은 국민 혈세로 해마다 수 조원씩 보조해 주는 형편은 또 뭔가.

최근 공개된 상장사 등기임원 연봉 현황은 공기업 급여와 후생 삭감에 급편향된 개혁 드라이브가 허구적일 가능성을 매우 강하게 시사한다. 금융계에서 비근한 논란거리를 하나 짚어 보자. 금융감독기구가 지난해 말 손질해 올 3월 시행한 은행업감독규정 가운데 밥값 3만원 상한 규정 때문에 뒤늦은 아우성이 대단하다.

3만원이 넘는 식사 자리는 사전에 준법감시인에게 보고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물가 수준이 싼 지방도시라면 OK다. 하지만 다른 선진국 수도보다 물가 수준 높다는 서울에서라면 어떤가. 국책은행들의 경쟁상대는 시중은행 만이 아니다. 산업자본계 증권사와 보험사와도 피말리는 경쟁을 편다.

◇ 밥값 3만원 접대 상한선의 허와 실

“아예 접대 없는 영업을 하라는 이야기”라고 분통을 터뜨리는 사람도 봤다. 비슷한 상품과 서비스를 놓고 다른 업권까지 낀 냉엄한 경쟁가도에서 고고하니 접대 없는 경쟁을 펴라는 엄명이 내렸다. ‘보고만 하라는 건데 무슨 불편이냐?’고 따진다면 국내 은행들, 특히 국책은행들만 죽으라는 소리임을 외면하는 처사다. 준법감시인에 보고가 되면 국회의원도 3만원 이상 모든 접대내역을 즉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유가 철학 치세의 도에는 기본법도를 뜻하는 경도(徑道) 확립이 중한 일로 간주되면서도 무궁무진 예측불허의 일이 난무하는 세상살이 과정에서 바른 길을 벗어나지 않으면서도(원칙 훼손 없이)때에 들어 맞게(현실적합적으로) 조절해서 행하는 권도(權道) 또한 중함을 인정하는 전통이 있다.

대통령이 몸소 기업활동을 위축시키는 규제를 철폐해서 생업에 열중하는 기풍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마당에 다른 한편으로 새로운 규제를 앞세워 하향평준화로 내모는 걸 어떻게 봐야 할까.

공자께서는 군주가 백성들로부터 신뢰(民信)받으려면 족식(足食)과 족병(足兵)을 이뤄야 하고 군대와 양식을 버릴지언정 민신을 해쳐선 안된다고 했다. 민간 대기업이 급여, 복지, 후생의 정점에 서 있는 객관적 실상을 내버려 둔 채, 민간 중견기업과 비교도 해본 적 없는 상태에서 지난 정권이 과다하게 늘려 놓은 부채문제 책임을 공기업 이하 모든 경제주체의 급여 복지 후생의 하향평준화가 가장 우선시해야 한다는 생각이 과연 진실에 기반한 믿음이며 불변의 가치일 수 있을까.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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