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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덮친 해커 공포…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도 표적

김희일 기자

heuyil@fntimes.com

기사입력 : 2026-10-30 10:01 최종수정 : 2026-10-30 10:08

증권사·자산운용사 이어 가상자산 거래소까지…금융권 보안 위협 확산
바이낸스 해킹 의혹에 테더·서클 23억8000만달러 동결…비트코인 7만달러 후반으로 밀려
개인정보 유출 넘어 디지털자산 탈취 우려…금융당국·업계 보안 대응 시험대

금융권 덮친 해커 공포…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도 표적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김희일 기자] 국내 증권사와 은행, 자산운용사를 잇달아 겨냥한 해킹 공포가 가상자산 시장으로까지 번졌다.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 관련 지갑에서 수십억달러 규모의 의심스러운 자금 이동이 포착되면서다. 국내 금융권에서 고객정보 유출 사고가 이어지는 가운데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까지 보안 위협에 노출되면서 금융투자업계 전반에 걸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30일 금융투자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바이낸스는 최근 불거진 잠재적 보안 사고와 관련해 긴급 조사에 착수했다. 바이낸스는 공식 입장을 통해 보안 문제에 관한 보고를 인지하고 관련 정보를 확인하고 있다며 현재까지 고객 자금에 미친 영향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바이낸스 공동 창업자이자 전 최고경영자(CEO)인 창펑자오도 이번 사태가 해킹으로 보인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고객 자금은 안전하며 필요한 경우 전액 보전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블록체인 분석업체와 시장 전문가들은 바이낸스와 연관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갑에서 최대 58억달러 규모의 의심스러운 자금 이동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이는 온체인상 자금 이동을 토대로 한 추정치로, 실제 해킹으로 탈취된 금액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사태가 확산하자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도 즉각 대응에 나섰다.

로이터에 따르면 테더는 바이낸스 관련 의심 거래와 연관된 약 15억7000만달러 규모의 USDT를 동결했다. 서클도 8억달러 이상의 USDC를 동결했다. 양사가 동결한 자산은 23억8000만달러를 웃돈다.

리플 역시 약 2억달러 규모의 자산을 동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상자산 시장도 충격을 받았다. 비트코인은 장중 7만달러 후반까지 밀리며 최근 한 달 사이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거래소의 보안 사고 가능성이 단순한 개별 기업의 위험을 넘어 가상자산 시장 전체의 신뢰 문제로 번지는 모습이다.

이번 사태가 특히 주목받는 까닭은 국내 금융권에서도 해킹 사고가 잇따르기 때문이다.

최근 대신증권에선 고객 3만8490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실이 확인됐다. 유출 정보에는 이름과 이메일 주소, 전화번호는 물론 은행명과 입출금 계좌번호, 대신증권 계좌번호 등이 포함됐다.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도 일부 업무용 웹 시스템에 대한 외부의 비정상적인 접근과 정보 유출이 확인됐다. 다만 회사는 현재까지 일반 투자자 정보와 개인신용정보, 고유식별정보 등의 유출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빗썸에서는 사내 모바일 그룹웨어 시스템에 대한 외부인의 비인가 접근으로 임직원 정보뿐 아니라 고객 6444명의 정보도 유출 대상에 포함됐다. 이 가운데 844명은 개인정보가 식별 가능한 형태로 노출됐으며, 나머지 5600명은 암호화된 파일에 담겨 외부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할 수 없는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노출된 정보에는 성명과 휴대전화번호, 이메일, 주민등록번호, 운전면허번호, 계좌번호, 신분증 사본 등이 포함됐다. 유출 항목은 고객별로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가상자산 탈취 여부와 피해 범위는 추가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은행권과 저축은행 등에서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이어지면서 금융회사 전반의 정보보호 체계가 도마 위에 올랐다.

금융당국도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금융권 해킹 사고와 관련해 관계기관 회의를 열고 금융회사들의 정보보호 관리체계를 점검했다.

금융위원회는 신한은행 사고를 계기로 은행·저축은행·상호금융·여전업·가상자산사업자 등 금융회사 555곳을 점검한 결과 130곳에서 보안 관리상 미흡 사항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당국은 공격에 활용된 IP 주소를 금융회사에 공유하고 보안 취약점 점검과 정보보호 관리체계 강화를 주문했다.

문제는 공격 대상과 피해 유형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권 해킹이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2차 금융사기 위험으로 이어졌다면, 가상자산 거래소 해킹은 고객이 보유한 디지털자산 자체의 손실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피해 양상이 다르다. 특히 거래소의 지갑 관리와 출금 승인 체계, 외부 시스템과의 연결 구간이 보안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바이낸스 사태는 가상자산 생태계의 또 다른 취약점도 드러냈다.

중앙화 거래소에서 발생한 보안 사고에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직접 자산 동결로 대응하면서 거래소와 발행사,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잇는 보안 공조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동시에 발행사가 특정 자산을 동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스테이블코인의 통제 구조와 투자자 보호 문제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공격 기법의 고도화와 디지털 금융서비스 확대에 맞춰 보안 투자와 내부 통제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모바일 거래와 비대면 계좌 개설, 디지털자산 거래가 일상화되면서 금융회사의 보안 취약점 하나가 대규모 고객 피해와 시장 신뢰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결국 이번 사태는 해킹이 더 이상 개별 금융회사의 전산 사고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전통 금융회사와 가상자산 거래소의 경계가 흐려지는 상황에서 금융투자업계의 경쟁력은 수익성과 상품 뿐만 아니라 고객 자산과 정보를 얼마나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지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김희일 한국금융신문 기자 heuyil@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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