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박슬기 생활경제부 차장
이 말은 이제 유통업계에서 가장 흔한 문구가 됐다. 기업들은 앞다퉈 인공지능(AI) 기반 추천 서비스와 쇼핑 기능을 내놓고, ‘AI 커머스’ 또는 ‘AI 쇼핑 에이전트’ 등의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소비자가 체감하는 변화는 크지 않다. 기술은 고도화됐지만 소비자의 쇼핑 경험은 제자리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기업의 메시지와 소비자의 체감 사이에 간극이 점점 커지는 모습이다.
최근 유통업체들의 AI 도입은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개인화 추천, 검색 알고리즘 고도화, AI 챗봇 등 소비자 접점 영역은 물론 수요 예측, 재고 관리, 물류 최적화 등 내부 운영 영역까지 적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 중 상당수가 ‘보이지 않는 영역’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수요 예측 정확도가 높아지고 물류 동선이 최적화되면서 배송 품질은 개선되고 있지만, 이는 소비자에게 새로운 경험이라기보다 ‘당연한 서비스’로 받아들여진다.
유통업계가 강조하는 AI의 핵심은 개인화 추천과 검색 고도화다. 문제는 이 영역이 이미 상당 수준까지 발전해 있다는 것이다. 쿠팡, 네이버 등 주요 플랫폼은 수년 전부터 이용자의 구매 이력과 검색 패턴을 반영한 추천 시스템을 고도화해왔다. 종합 이커머스뿐만 아니라 패션플랫폼인 무신사, W컨셉, 에이블리, 지그재그 등도 과거부터 이를 운영해왔다. 소비자 입장에선 ‘원래도 잘 추천해주던 기능이 조금 더 좋아진 것’일 뿐, 그 이상의 변화를 체감하긴 어렵다.
과거 쿠팡의 로켓배송처럼 ‘하루 만에 배송된다’는 식의 명확한 혁신과 달리 AI 기반 추천은 개선폭이 미미하다. 결국 ‘AI를 도입했다’는 기업의 메시지와 ‘달라진 게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소비자 인식 사이에 괴리가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AI 활용 지점에 있다. 현재 유통업계에서 AI가 가장 활발히 쓰이는 분야는 고객 서비스가 아니라 내부 운영이다. 수요 예측을 통해 발주량을 조정하고, 물류 동선을 최적화하며, 재고 회전율을 높이는 식이다. 최근 신세계그룹이 AI 쇼핑 전략과 함께 데이터 인프라 투자를 병행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같은 변화는 기업 입장에서는 분명한 성과로 이어진다. 재고 비용은 줄고, 배송 정확도는 높아진다. 하지만 소비자에게는 체감도가 낮다. 상품이 제때 도착하는 것은 이제 ‘기본값’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결국 AI는 쇼핑 경험을 바꾸기보다 ‘문제 없이 돌아가게 만드는 인프라’ 정도로 작동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AI가 기술이 아니라 하나의 마케팅으로 소비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개인화 추천, 검색기능 개선, 챗봇 서비스 등 기존에도 존재하던 기능들이 ‘AI’라는 이름으로 재포장되면서 혁신처럼 보이게 할 뿐, 실질적인 차별화는 제한적이라는 얘기다.
또한, 유통업 전반이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상황에서 AI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상징하는 키워드로 활용되는 측면이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 명분을 만들고 시장의 기대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다.
하지만 소비자 경험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그 효과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결정적으로 AI 추천 기술 하나가 소비로 이어지게 하는 건 쉽지 않다. 추천이 아무리 정교해져도 소비 여력이 줄어든 상황에서는 구매로 나아가게 하기는 힘들다는 의견이 나온다.
최근 유통업계가 겪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수요 둔화라는 점에서, AI만으로 이를 돌파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물론 AI는 앞으로 유통업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중요한 것은 ‘도입 여부’가 아니라 ‘변화의 수준’이다.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혁신 없이 (누구나 다 하는) 기술만 앞세운다면, AI는 그저 한때 유행으로 흘러가버릴 수 있다.
단순한 추천을 넘어 소비자의 탐색 과정을 줄이고, 구매 결정 자체를 바꾸는 수준까지 나아가야 한다. 이것이 최근 유통업계가 지향하는 AI 커머스의 목적지이기도 하다.
예컨대 개인의 취향과 상황을 반영해 ‘지금 필요한 상품’을 먼저 제안하거나, 복잡한 비교 과정을 대신 수행해주는 형태의 ‘능동형 쇼핑’으로 진화하는 것이 변화의 핵심이다. 그렇지 않다면 AI의 차별화는 점점 희미해질 가능성이 크다.
기술은 이미 충분히 고도화됐다. 이제 남은 과제는 그것을 어떻게 소비경험으로 전환하느냐의 문제다.
업계 관계자는 “AI는 이미 유통 시스템 전반에 깊숙이 들어와 있지만, 이를 어떻게 고객경험으로 연결하느냐가 향후 경쟁의 핵심이 될 것”이라며 “유통가도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실제 구매 경험을 바꾸는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AI 커머스의 체감도는 소비자와 접점을 확대하는 AI 재설계 속도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전환이 단기간에 이뤄지기보다는 데이터 축적과 서비스 통합을 거치는 점진적 과정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당분간은 ‘보이지 않는 개선’이 이어지는 가운데, 일부 플랫폼을 중심으로 체감형 서비스가 제한적일 거란 전망이다.
박슬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seulg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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