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독신청
  • My스크랩
  • 지면신문
FNTIMES 대한민국 최고 금융 경제지
ad

[현장칼럼] ‘너도나도 다 하는’ AI 커머스, 새로울 게 없다

박슬기 기자

seulgi@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5-04 00:00 최종수정 : 2026-05-11 16:31

추천 고도화됐지만 체감은 제자리
AI커머스 성패는 고객경험 전환에

▲ 박슬기 생활경제부 차장

▲ 박슬기 생활경제부 차장

[한국금융신문 박슬기 기자] “AI가 쇼핑을 바꾼다.”

이 말은 이제 유통업계에서 가장 흔한 문구가 됐다. 기업들은 앞다퉈 인공지능(AI) 기반 추천 서비스와 쇼핑 기능을 내놓고, ‘AI 커머스’ 또는 ‘AI 쇼핑 에이전트’ 등의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소비자가 체감하는 변화는 크지 않다. 기술은 고도화됐지만 소비자의 쇼핑 경험은 제자리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기업의 메시지와 소비자의 체감 사이에 간극이 점점 커지는 모습이다.

최근 유통업체들의 AI 도입은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개인화 추천, 검색 알고리즘 고도화, AI 챗봇 등 소비자 접점 영역은 물론 수요 예측, 재고 관리, 물류 최적화 등 내부 운영 영역까지 적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 중 상당수가 ‘보이지 않는 영역’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수요 예측 정확도가 높아지고 물류 동선이 최적화되면서 배송 품질은 개선되고 있지만, 이는 소비자에게 새로운 경험이라기보다 ‘당연한 서비스’로 받아들여진다.

유통업계가 강조하는 AI의 핵심은 개인화 추천과 검색 고도화다. 문제는 이 영역이 이미 상당 수준까지 발전해 있다는 것이다. 쿠팡, 네이버 등 주요 플랫폼은 수년 전부터 이용자의 구매 이력과 검색 패턴을 반영한 추천 시스템을 고도화해왔다. 종합 이커머스뿐만 아니라 패션플랫폼인 무신사, W컨셉, 에이블리, 지그재그 등도 과거부터 이를 운영해왔다. 소비자 입장에선 ‘원래도 잘 추천해주던 기능이 조금 더 좋아진 것’일 뿐, 그 이상의 변화를 체감하긴 어렵다.

과거 쿠팡의 로켓배송처럼 ‘하루 만에 배송된다’는 식의 명확한 혁신과 달리 AI 기반 추천은 개선폭이 미미하다. 결국 ‘AI를 도입했다’는 기업의 메시지와 ‘달라진 게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소비자 인식 사이에 괴리가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AI 활용 지점에 있다. 현재 유통업계에서 AI가 가장 활발히 쓰이는 분야는 고객 서비스가 아니라 내부 운영이다. 수요 예측을 통해 발주량을 조정하고, 물류 동선을 최적화하며, 재고 회전율을 높이는 식이다. 최근 신세계그룹이 AI 쇼핑 전략과 함께 데이터 인프라 투자를 병행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같은 변화는 기업 입장에서는 분명한 성과로 이어진다. 재고 비용은 줄고, 배송 정확도는 높아진다. 하지만 소비자에게는 체감도가 낮다. 상품이 제때 도착하는 것은 이제 ‘기본값’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결국 AI는 쇼핑 경험을 바꾸기보다 ‘문제 없이 돌아가게 만드는 인프라’ 정도로 작동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AI가 기술이 아니라 하나의 마케팅으로 소비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개인화 추천, 검색기능 개선, 챗봇 서비스 등 기존에도 존재하던 기능들이 ‘AI’라는 이름으로 재포장되면서 혁신처럼 보이게 할 뿐, 실질적인 차별화는 제한적이라는 얘기다.

또한, 유통업 전반이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상황에서 AI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상징하는 키워드로 활용되는 측면이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 명분을 만들고 시장의 기대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다.

하지만 소비자 경험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그 효과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결정적으로 AI 추천 기술 하나가 소비로 이어지게 하는 건 쉽지 않다. 추천이 아무리 정교해져도 소비 여력이 줄어든 상황에서는 구매로 나아가게 하기는 힘들다는 의견이 나온다.

최근 유통업계가 겪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수요 둔화라는 점에서, AI만으로 이를 돌파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물론 AI는 앞으로 유통업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중요한 것은 ‘도입 여부’가 아니라 ‘변화의 수준’이다.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혁신 없이 (누구나 다 하는) 기술만 앞세운다면, AI는 그저 한때 유행으로 흘러가버릴 수 있다.

단순한 추천을 넘어 소비자의 탐색 과정을 줄이고, 구매 결정 자체를 바꾸는 수준까지 나아가야 한다. 이것이 최근 유통업계가 지향하는 AI 커머스의 목적지이기도 하다.

예컨대 개인의 취향과 상황을 반영해 ‘지금 필요한 상품’을 먼저 제안하거나, 복잡한 비교 과정을 대신 수행해주는 형태의 ‘능동형 쇼핑’으로 진화하는 것이 변화의 핵심이다. 그렇지 않다면 AI의 차별화는 점점 희미해질 가능성이 크다.

기술은 이미 충분히 고도화됐다. 이제 남은 과제는 그것을 어떻게 소비경험으로 전환하느냐의 문제다.

업계 관계자는 “AI는 이미 유통 시스템 전반에 깊숙이 들어와 있지만, 이를 어떻게 고객경험으로 연결하느냐가 향후 경쟁의 핵심이 될 것”이라며 “유통가도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실제 구매 경험을 바꾸는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AI 커머스의 체감도는 소비자와 접점을 확대하는 AI 재설계 속도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전환이 단기간에 이뤄지기보다는 데이터 축적과 서비스 통합을 거치는 점진적 과정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당분간은 ‘보이지 않는 개선’이 이어지는 가운데, 일부 플랫폼을 중심으로 체감형 서비스가 제한적일 거란 전망이다.

박슬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seulgi@fntimes.com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FNTIMES -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오피니언 다른 기사

1 정승회 코람코 대표, 리츠 넘어 개발·데이터센터로 확대 경영…‘종합 투자 플랫폼’ 승부 코람코자산신탁이 투자와 개발, 신탁을 아우르는 종합 부동산금융회사로 체질을 바꾸고 있어 눈길을 모으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정승회 코람코자산신탁 대표이사가 투자 전문성을 앞세워 리츠 중심의 사업 기반을 넓히는 동시에 대형 개발과 기업 부동산 유동화, 데이터센터 등으로 투자 영역을 확장하면서 시작됐다.정 대표는 삼성생명과 삼성자산운용 등에서 투자 업무를 담당한 뒤 2015년 코람코에 합류했다. 이후 리츠사업본부장과 리츠부문장 등을 거치며 코람코의 리츠 경쟁력 강화에 힘을 보탠 이물이다.최근 코람코가 보여주는 성장세는 정 대표의 투자 경험과도 맞닿아 있다. 코람코는 ▲리츠 ▲부동산펀드 ▲부동산신탁을 통해 약 62 2 국책銀 지방이전, 누구를 위한 것인가 지난달 29일 서울 광화문에 농협 직원들이 모였다. 농협중앙회와 주요 계열사의 지방 이전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열린 집회였다. 불과 2주 뒤인 지난 11일에는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 도로가 다시 사람들로 찼다. 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3대 국책은행 노동조합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여 지방 이전 반대 공동집회를 열었다.두 집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안정된 직장을 가진 금융공기업 직원들이 자신들의 생활권과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대의를 외면한다는 비판도 있다.실제로 지역소멸을 막고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를 줄이는 것은 국가적으로 필요한 일이다. 이를 위해 어느 정도의 사회적 비 3 돈 모이는 홍콩, 돈 불리는 싱가포르…한국은? 코스피가 한때 8000이라는 상징적 고지를 밟았다. 증권사 창구와 ETF 시장으로 뭉칫돈이 몰리고 개인 투자자의 자본시장 참여도 일상이 됐다.그러나 축포를 터뜨리기 전에 물어볼 것이 있다. “그래서 한국 자본시장은 무엇을 가장 잘하는가?”주가지수가 9000, 1만을 찍는 것과 자본시장이 국가 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숫자가 커졌다고 시장의 근육까지 단단해진 것은 아니다.아시아를 보면 더욱 선명하다. 홍콩은 돈을 모으고, 싱가포르는 돈을 관리하고, 대만은 돈을 산업으로 연결했다.세 곳의 모델은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 돈과 사람, 정보와 기업을 국경 너머로 연결하는 네트워크와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와 산업
ad
ad
ad

한국금융 포럼 사이버관

더보기

FT카드뉴스

더보기
[그래픽 뉴스] ISA 대개편! 나에게 유리한 계좌는?
[그래픽 뉴스] 미국 증시 새로운 키워드 'MANGOS'
환전·로또·육아휴직까지 하반기부터 달라지는 제도 TOP11
[그래픽 뉴스] 은퇴후 30년 부모님 세대의 생존전략
[그래픽 뉴스] 퇴근 후 주차했는데 수익 발생? V2G의 정체

FT도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