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과 금호건설은 지난해 매출 원가율이 각각 100.6%와 104.9%(잠정 실적 기준)로 집계됐다. 매출 원가율은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매출 원가의 비율이다. 매출 원가율이 100%를 넘었다는 것은 회사가 벌어들인 것보다 지출한 돈이 더 많다는 의미다.
대부분 건설사도 매출 원가율 90% 안팎을 기록했다. 대우건설은 매출 원가율이 91.2%로, GS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은 각각 91.3%, 90.9%로 집계됐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매출 원가율은 89.4%, DL이앤씨의 경우 89.8%를 기록했다. 금호건설을 제외한 나머지 6개 기업은 모두 시공능력평가 상위 10위에 속하는 기업들이다. 이 6개 기업의 매출 원가율은 평균 92.2%로 집계됐다.
건설사들의 매출 원가율이 오른 것은 공사비 급등 탓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으로 원자잿값이 큰 폭으로 올랐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공사비원가관리센터에 따르면 작년 12월 건설공사비 지수는 130.18로 5년 전인 2019년 12월(98.63)과 비교하면 32% 가까이 올랐다.
이같은 상황에서 고급 마감재를 적용하고 커뮤니티시설 등의 특화 설계를 해달라는 조합 요구도 이어지면서, 공사비를 둘러싼 갈등도 불거지고 있다.
실제로 GS건설은 최근 서울 신반포4지구 재건축(메이플자이) 조합에 4859억원 규모의 추가 공사비를 요구하고, 이 중 2571억원은 조합에 지급 소송을 제기했다. GS건설은 조합이 추가 공사비에 대한 협의 요청에 응하지 않아 불가피하게 소송을 제기했으나 부동산원 공사비 검증 제도와 서울시 중재 등을 통해 입주 전 원만히 해결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다른 정비사업장에서도 공사비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서울시 은평구 대조 1구역 재개발과 둔촌주공 재건축은 공사비 문제로 공사가 중단된 바 있고 청담삼익 재건축, 미아3구역 재개발, 안암2구역 재개발도 추진에 난항을 겪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양보하는 만큼 손해를 보는 구조여서 공사비 증액의 합의점을 찾기 어렵다"며 "공사 원가 반영에 관한 가이드라인이 부재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공사비 인상으로 인해 올해 건설사 매출액이 최저 수준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측은 "매출원가율이 90%를 넘어가는 것은 꽤 높은 것으로 볼 수 있고, 건설사들이 수익을 낼 여지가 좁아진 것"이라며 "2022∼2023년도에 시작된 공사들이 많이 줄었기 때문에 2023년도에 발생한 공사가 마무리될 때쯤인 올해나 내년 상반기까지는 건설사 매출액이 최저치를 찍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상현 한국금융신문 기자 hs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