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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제재 법안 미비에 105억원 배임에도 버젓이 일상 사는 롯데카드 전 직원

홍지인 기자

helena@fntimes.com

기사입력 : 2024-07-08 00:00

[기자수첩] 제재 법안 미비에 105억원 배임에도 버젓이 일상 사는 롯데카드 전 직원
[한국금융신문 홍지인 기자] 최근 취재 중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다.

지난해 105억원을 배임한 건으로 검찰에 고발된 롯데카드 전 직원들이 적발 1년이 지난 지금도 평범한 일상을 영위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거액의 금융사고인만큼 당연히 일반인들과 격리된 채 벌을 받고 있을 거란 생각과 반대되는 현실이었다.

해당 직원들은 롯데카드 마케팅팀의 전 팀장과 팀원이다. 협력업체 대표와 공모해 부실 제휴 계약을 맺고 카드사로부터 105억원을 취득한 것이 확인돼 지난해 8월 검찰에 고발 당했다.

이들은 배임한 105억원 중 66억원을 페이퍼컴퍼니 및 가족회사를 통해 취득해 부동산 개발 투자, 자동차·상품권 구매 등에 소비한 것으로 확인됐다. 가족회사로 넘어간 돈 이외에 39억원의 구체적인 사용처는 수사기관을 통해 수사 중이다.

이들이 거액을 배임했음에도 구속 수사 없이 평범한 일상을 보낼 수 있는 건 처벌 근거가 미비하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은행, 보험, 증권, 저축은행과 달리 여신전문금융업권에서는 임직원의 배임·횡령에 대해 처벌 근거가 없다.

그 결과 대부분의 금융권 직원들이 배임·횡령 적발 후 구속 수사를 받다가 징역형을 선고받는 것과 달리 여전사 직원들은 동일 범죄를 저질러도 형이 확정되기 전까지 일상을 보낼 수 있다.

문제는 범죄 후에도 평범한 일상을 살고 있는 이들이 단지 해고됐을 뿐 제대로 된 처벌은 받지 않을 거라는 우려도 제기된다는 점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국 사회에서 배임이나 횡령이 인정돼 법적으로 처벌까지 이어지는 건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롯데카드 배임 사건도 처벌까지 이어질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e-나라지표에 따르면 지난해 경제사범 형사사건으로 접수된 8만 895명 중 구공판(피의사실 또는 범죄사실이 중대한 경우 검사가 법원에 정식재판을 청구하는 것) 처리된 경우는 12.2%에 불과하다.

해당 비율은 ▲2018년도 9.4% ▲2019년도 9.1% ▲2020년도 8.8% ▲2021년도 9.3% ▲2022년도 10.8%로 매해 10% 내외에 그쳤다.

대부분 불기소 또는 구약식 처리됐다. 혐의 없음으로 기소되지 않거나 범죄사실이 경미하다며 약식 처벌된 것이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2월 금융위원회와 협의해 여전사 임직원이 횡령·배임이나 대출 취급 부실 등으로 적발되면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을 수 있도록 근거를 신설하는 「여신전문금융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당시 강훈식 의원은 “금전사고를 저지른 임직원에 대해 직무 배제, 면직, 정직, 감봉 등 금융당국의 신속한 제재가 필요한 경우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간 여전사와 상호금융권이 사각지대로 남아 있었다”며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그러나 해당 법안은 지난 5월 말 21대 국회가 종료됨에 따라 자연스럽게 폐기됐다. 여신전문금융업법은 임직원이 횡령· 배임 등을 저질러도 당국이 처벌할 근거가 없는 상태에 머물게 된 것이다.

금융권은 동일한 문제 발생을 막기 위해 관련 법안을 서둘러 통과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올해 초 '내부통제 관련 모범규준'이 시작됐지만 이는 자율 규제이므로 강제성이 부여되는 법안 통과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같은 상황이 막연히 이어지면 유사한 사건이 발생해도 그저 또 지켜볼 수밖에 없다”며 “처벌 법안 마련으로 금융범죄에 대한 두려움을 높이고 추가 사고를 막을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법치주의 국가에서 범죄자가 법의 미비로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더 나은 세상과 추가 범죄를 막기 위해 조속한 법안 마련이 필요한 이유다.

홍지인 한국금융신문 기자 helena@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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