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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체 이력 삭제하는 ‘신용사면’ 실효성 의문

신혜주 기자

hjs0509@fntimes.com

기사입력 : 2024-03-25 00:00

정부, 개인 및 개인사업자 약 329만명 혜택 예상
소상공인 대출·사회초년생 신용 구제 효과 불투명

연체 이력 삭제하는 ‘신용사면’ 실효성 의문
[한국금융신문 신혜주 기자] 개인과 개인사업자들이 지난 12일부터 오는 5월까지 순차적으로 ‘신용사면’을 받는다. 연체를 전액 상환한 이들에 대해서 연체 기록을 사실상 삭제해 추후 대출이나 카드 발급 등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한다. 이에 금융권 일각에서는 신용사면 자체는 나쁘지 않다고 평가하면서도, 정부가 기대하는 수준만큼의 실제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5월까지 연체액 모두 갚아야 ‘신용사면’

앞서 금융권 협회와 중앙회, 한국신용정보원, 신용정보회사 등 26개 기관은 지난 1월 15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서민·소상공인 신용회복지원을 위한 금융권 공동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에 따라 지난 2년 5개월간 발생한 개인 및 개인사업자의 연체가 전액 상환되면 금융사들은 해당 연체 이력을 삭제하고 금융기관 간 공유하지 않는다. 신용평가사들도 이를 신용평가에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

다른 금융사의 연체 이력을 넘겨받지 않아도 자사 연체 기록을 여전히 갖고 있는 금융사들도 해당 대출자가 연체금을 모두 갚았다면 대출 금리나 한도를 정할 때 불이익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현재는 대출 원리금을 갚지 않으면 금융권에 공유되고 연체된 빚을 갚더라도 상당 기간 연체 기록이 유지돼 신용도가 하락하고 이에 따른 금리 상승과 대출 거절 등의 불이익이 컸다.

2021년 9월 1일부터 올해 1월 31일까지 2000만원 이하의 채무를 연체했다가 오는 5월 31일까지 모두 갚은 개인 및 개인사업자가 혜택을 볼 수 있다. 대위변제·대지급 정보의 등록 금액이 2000만원 이하인 자도 포함된다. 신용회복 지원 대상자의 경우 별도 신청 없이 신용평점이 자동으로 상승하게 된다.

아울러 채무조정을 이용한 차주에게 불이익으로 작용하는 ‘채무조정을 받았다는 정보’의 등록기간을 2년에서 1년으로 단축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채무조정계획에 따라 변제계획을 2년간 성실히 상환한 경우 채무조정 정보의 등록을 해지했으나, 1년간 성실 상환한 경우 채무조정 정보 등록이 해지된다.

금융당국은 개인 채무자 298만명과 개인사업자 31만명이 신용사면 혜택을 볼 것으로 추산했다. 이미 빚을 갚은 개인 264만명과 개인사업자 17만5000명은 신용회복 지원을 받았다. 오는 5월까지 연체된 대출을 갚을 것으로 추정되는 개인 34만명과 개인사업자 13만5000명이다.

구체적으로 연체한 대출을 이미 갚은 개인 264만명은 신용점수(나이스평가정보 기준)가 평균 659점에서 686점으로 37점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카드 발급이 거절됐던 15만명이 추가로 카드를 발급받고, 26만명이 은행권 신규대출 평균 평점을 넘어서는 것으로 평가됐다.

개인사업자의 경우 17만5000명의 신용점수(한국평가데이터 기준)는 평균 623점에서 725점으로 102점 상승했다. 이 중 7만9000명이 제1금융권에서 대출이 가능해진다고 예상했다.

실효성 불투명·선심성 정책 지적도

금융권에서는 신용사면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연체 기록 삭제로 인한 부실 대출의 위험을 금융사가 감수해야 한다는 우려가 있다. 또 신용사면 실효성이 불투명하다고 봤다.

은행권 관계자는 “연체 이력이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또다시 연체할 가능성이 높을 거라고 예상한다”며 “다만 연체 정보 외 다른 정보는 볼 수 있기 때문에 차주의 소득과 대출 현황을 고려해 대출 한도를 산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출이 실제로 이뤄질지 여부는 확정할 수 없다”고 했다.

카드업권 관계자는 “연체율 상승 우려가 있지만 이들에게 주어지는 한도는 높지 않을 것”이라며 “예를 들어 카드론이 대폭 증가해 부실에 처하는 상황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용회복 지원을 받은 사람들이 신용등급이 높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한도가 제한돼서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의 신용을 평가하는 데 있어 연체 이력을 공유받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신용평가를 할 때 연체 정보를 참고하는 것은 맞지만 주는 아니다”라며 “이 외에도 빅테크 매출 데이터 등을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미 작년부터 각 금융권에서 대출금리 및 수수료 인하와 연체이자율 감면, 채무감면, 상생 금융상품 개발·판매 등 다양한 상생 금융을 실천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선심성 정책을 남발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3월부터 올해 2월 말까지 9개 은행이 금융소비자 344만명에게 제공한 혜택은 9076억원으로 추산됐다. 가계 일반차주 186만명에게 대출금리 인하와 만기 연장 시 금리 인상폭 제한 등을 통해 5025억원을 지원했다. 취약차주 87만명에게는 중도상환수수료 면제와 저금리 대환대출로 약 930억원을 지원했다. 보이스피싱 피해자 법률 지원과 고령자 특화 점포 개설로도 391억원을 지원했다.

여전업권은 작년 8월부터 지난 2월까지 9개 여전사가 금융소비자에게 1189억원 수준의 혜택을 제공했다. 연체 차주에게 채무감면 확대와 저금리 대환대출을, 중소가맹점에는 캐시백 및 매출 대금 조기 지급 등을 지원했다.

현재 정부와 금융권은 지난 1월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발표한 ‘소상공인 금리부담경감 3종 세트’를 순차적으로 추진 중이다. 은행권에선 다음 달 5일부터 소상공인 약 188만명에게 총 1조5000억원 규모의 이자를 환급한다. 오는 4월부턴 6000억원 규모의 취약계층 지원방안을 본격 시작한다.

중소금융권에서는 이달 29일부터 소상공인 약 40만명에게 3000억원 규모의 이자를 환급하며, 신용보증기금 저금리 대환 프로그램도 확대 개편한다.

신혜주 한국금융신문 기자 hjs0509@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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