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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虎視牛行)’ 덕 본 현대백화점 정지선 회장 [2023 올해의 CEO]

박슬기 기자

seulgi@fntimes.com

기사입력 : 2023-12-18 00:00

불황 속 ‘더현대 서울’ 최단 기간 1조 달성
단일 지주회사 출범…주주가치 제고 나서

‘호시우행(虎視牛行)’ 덕 본 현대백화점 정지선 회장 [2023 올해의 CEO]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박슬기 기자] 올해 백화점업계는 먹구름이 짙게 깔린 한 해였다. ‘보복소비’를 하던 소비자들은 해외로 향했고, 명품 인기는 금세 시들해졌다.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소비자들 지갑도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팬데믹 기간 훨훨 날아오르던 백화점 실적이 내리막길을 걸었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정지선닫기정지선기사 모아보기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굳건했다. 그의 야심작 더현대서울은 국내 백화점 중 최단 기간 연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올초 상대적으로 낮은 임차금액으로 인천공항면세점 입점에 성공했다. 콧대 높은 글로벌 럭셔리 명품 브랜드 유치도 해냈다. 업황은 부진했지만 한발 한발 꿋꿋하게 전진한 한 해였다.

더현대서울은 지난 2일 기준으로 올해 누적 매출 1조 41억원을 달성했다. 2021년 2월 26일 개점 이후 33개월 만으로, 국내 백화점 중 최단 기간이다. 특히 객단가 높은 3대 명품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없이 이뤄낸 결과라 더 의미가 크다. 정 회장의 ‘틀을 깬’ 선구안이 잘 맞아떨어졌다는 평가다.

더현대서울은 정 회장 강력한 의지로 탄생한 신개념 백화점이다. 서울 여의도 파크원이 조성될 당시 백화점 건축 입찰에 공격적으로 참여하며 사업을 진두지휘했다. 그룹 안에서는 여의도가 업무지구라는 특성으로 백화점 사업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반대 의견이 상당했다. 하지만 정 회장은 “여의도점은 현대백화점그룹 위상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플래그십 스토어가 될 것”이라며 뚝심 있게 밀어붙였다.

정 회장은 ‘입지적 도전’ 외에도 내부 인테리어와 MD 등에서도 혁신적 시도를 했다. 판매 공간보다 고객 휴식공간을 확대했고, 명품보다 MZ세대가 선호할 만한 브랜드를 적극 입점시켰다. 한마디로 파격 그 자체였다.

정 회장 전략은 적중했다. 더현대서울은 정 회장 말대로 현대백화점그룹 위상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은 물론 그룹을 대표하는 상징적 점포로 자리 잡았다.

특히 올해 경기불황 장기화와 예상치 못한 날씨 변수로 패션업계와 유통업계 전반이 힘들었지만 더현대서울은 최신 트렌드를 반영하려는 노력으로 패션 부문 전체 매출이 오히려 빠르게 증가했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올해 패션 부문 전체 매출은 개점 첫해보다 113.2% 급증하며 오픈 이래 가장 높은 매출 비중(23.1%)를 기록했다.

또 다른 효자 매장인 현대백화점 판교점도 경기 남부에서 1위를 차지하며 선전하고 있다. 2015년에 오픈한 판교점은 5년 4개월 만에 1조원을 돌파했는데, 이는 기존 최단 기간인 신세계 센텀시티(7년)보다 1년여 앞선 기록이다.

실제 현대백화점 판교점 기세는 무섭다. 최근 롤렉스 매장 입점을 위한 공사를 시작했다. 경기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선보이는 롤렉스 매장이다. 업계에서는 현대백화점 판교점이 럭셔리 브랜드 강화를 통해 내년에는 2조원 매출을 달성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더현대서울과 판교점은 명품 유치에도 적극적이다. 정 회장은 올해 3월 판교점을 방문한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을 직접 응대했다. 더현대서울엔 루이비통 매장을, 판교점은 명품 특화매장을 만든다는 구상을 가진 정 회장인 만큼 명품 유치에 각별하다.

그 결과 더현대서울은 연말 루이비통 매장을 오픈한다. 판교점은 셀린느와 디올 남성 부티크, 여성 전용 부티크 등이 잇달아 입점했으며 롤렉스 매장 오픈을 앞두고 있다.

‘만년 4위’라는 현대백화점면세점 역시 올해 모처럼 미소를 지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2016년 면세사업에 뛰어든 후 단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2018년 서울 삼성동 현대백화점 건물 시내면세점, 2019년 2월 서울 동대문점, 2020년 3월 인천공항점을 운영하며 규모를 키워나갔지만 성과로 이어지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정 회장은 올초 인천공항면세점 DF5 구역을 상대적으로 낮은 임차금액에 운영권을 획득하는데 성공했다. 인천공항공사는 이번 입찰에서 중복 낙찰을 금지하도록 규정했는데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이 각각 DF3, DF4 구역 새 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DF5 구역은 운 좋게(?) 현대백화점면세점이 차지했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지난 2020년 사업권을 획득한 1터미널 DF7 구역에 이어 지난 7월과 8월, 2터미널 DF5 구역, 1터미널 DF5구역 영업을 시작해 공항면세점 영업 규모가 기존 대비 2배 가량 늘어났다. 특히 DF5는 부티크 전용 구역으로, 주로 고가 명품 브랜드들이 입점해 있어 매출 확보에 유리하다.

이런 영향으로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올해 3분기 사상 첫 분기 흑자를 냈다. 3분기 면세점 매출액은 237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57.5% 늘었으며 영업이익은 10억원으로 160억원 개선됐다.

정 회장은 지난달 단일 지주회사 ‘현대지에프홀딩스(HYUNDAI G.F. HOLDINGS)’를 공식 출범했다. 공개매수와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통해 주력 계열사인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를 자회사로 편입시켜 그룹 모든 계열사를 아우르는 지배구조를 완성했다.

정 회장과 그의 동생 정교선닫기정교선기사 모아보기 부회장도 현물출자에 참여해 지주회사 지분 38%와 28%를 각각 보유 중이다.

현대지에프홀딩스 사명에 쓰인 G와 F는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다. 그룹 전체 임직원들이 100년 그 이상 지속되는 새로운 역사와 ‘미래(Future)’를 만들어 ‘나가는(Generate)’데 중추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정 회장과 정교선 부회장은 현대지에프홀딩스 최대주주로서 이사회에 합류해 경영활동 전반에 대한 의사결정에 참여한다.

정 회장은 올 한 해 주주제고 가치를 지속적으로 강조했는데, 이번 지주회사 현대지에프홀딩스 출범을 계기로 주주가치 제고와 주주권익 극대화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현대지에프홀딩스는 대표적 주주 환원 정책인 자사주 소각을 결정했다.

또 그룹 내 모든 상장사가 참여하는 통합 기업설명회(IR)도 매년 정례화하는 등 앞으로 더욱 활발하게 시장과 소통한다는 계획이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기업가치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올초 13개 상장사 재무담당 임원들로 구성된 ‘그룹 가치제고위원회’를 신설해 운영 중에 있다”며 “앞으로 배당 확대와 무상증자 등 다양한 주주친화정책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올 한해 어려운 여건 속에서 자신만의 길을 걸었다. 연말에 다시 보는 그의 신년사는 더 의미 있어 보인다. “대내외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비즈니스 패러다임의 변화 주기가 빨라지는 격변의 시대를 맞고 있습니다. 위기 극복의 저력을 바탕으로 고객 신뢰를 더욱 확고히 하고, 남들이 가는 길을 따르기보다 우리만의 성장의 길을 찾아 나가야 합니다.”

박슬기 기자 seulg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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