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문섭 농협손해보험 대표
올해 상반기 농협손해보험의 당기순이익은 1413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성장했다. 역대 최고 수준이다. 영업이익도 1918억원으로 전년 대비 75% 늘었다. 재무 건전성 지표로 꼽히는 K-ICS(지급여력비율)도 332.7%를 기록하면서 업계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회사는 “장기보험 신계약 지속 유입으로 CSM 잔액 및 상각액이 증가했다”며 “부동산 펀드 매각 및 채권 평가 손익 증가 등으로 투자 손익도 지난해보다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농협손해보험은 올해 IFRS17이 새롭게 도입되면서 CSM(계약서비스마진)이 중요해지자 운전자보험 ‘(무)NH올바른지구굿데이운전자보험’을 출시하기도 했다. 운전자보험은 CSM이 높게 잡히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또 각종 장기보장보험을 선보이는 등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해 신계약 CSM 확보에 나섰다. 5월에는 건강보험 ‘(무)NH355굿패스건강보험’과 ‘(무)NH355더블굿패스건강보험’을 선보였다.
지난달엔 다양한 유병자 간편 심사 제도를 하나의 상품에 담은 ‘NH 하나로 간편한 건강보험’을 출시했다. 기존에 355, 335, 325, 310, 005 등 5종으로 분류되어 있던 간편 심사 제도를 하나의 상품으로 묶었다. 이 상품은 총 해지환급금 미지급형과 갱신형으로 나눠 총 10종으로 확대했다. 고객들이 원하는 유형을 선택해 가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농협손해보험 측은 “하반기에도 장기보장성 영업경쟁력을 강화, 신계약 CSM을 지속 확보해 실적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다만, 농협손해보험의 하반기 실적이 마냥 낙관적이지는 않다. 올여름 많은 비가 내린 탓에 농작물 피해 규모도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농협손해보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농협손해보험의 원수보험료는 전년 대비 1.3% 증가한 2조4784억원을 기록했다. 이중 장기손해보험(약 1조2464억원)이 50.2%로 절반을 차지했고, 농작물보험이 31.9%로 두 번째로 높았다.
농작물재해보험은 태풍, 장마, 냉해 등 자연재해로 인한 농작물 피해를 보상하는 정책보험이다. 기후변화의 영향을 많이 받아 손해율을 예측하기 어려워 현재 농협손해보험이 단독 판매하고 있다.
농작물재해보험은 전체 원수보험료의 30%가량을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크다 보니 자연재해로 농작물 피해가 커지면 손해율이 상승하면서 실적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실제로 농협손해보험의 농작물재해보험 손해율은 2019년 186.2%, 2020년 149.7%를 기록하며 높은 수준을 기록했지만, 2021년 들어 74.2%로 크게 낮췄고 지난해에는 58%까지 줄었다. 50일 넘게 장마가 이어진 2020년에는 지급 보험금이 1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그러나 농작물 피해 규모가 커지면서 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하는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농업정책보험금융원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농작물재해보험 가입 농가 수는 47만9081호로 전년 동기 대비 5.8% 늘었다. 가입률도 2.7%P 오른 47.8%를 기록했다.
지난해 가입률이 50%인 점을 고려하면, 올 연말에는 50%를 넘어서는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NH농협손해보험은 지난 2020년 ‘비전 2025’를 선포했다. 단기 실적보다 미래가치를 높이는 경영체질 개선과 성장전략 이행으로 2025년 원수보험료 4조8000억원, 순이익 1000억원, 총자산 12조7000억원 규모의 견실한 중견 손해보험사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목표다.
이 일환으로 채널별 역할모델 전환, 가치 중심 상품 포트폴리오 재정립 및 정책보험 안정화, 자산운용 전략 재정립 및 리스크 관리 고도화 디지털 기반 업무 인프라 고도화 및 인적 역량 강화 등을 전략 과제로 내세웠다.
농협손해보험은 지난해 순이익 1147억원, 총자산 12조7881억원을 기록하며 이미 ‘비전 2025’를 조기 달성했다. 원수보험료는 4조2600억원으로 약 5400억원이 부족한 상황이다. 장기보험 판매 확대와 농작물재해보험 수요가 뒷받침된다면, 연말 조기 달성 가능성도 기대된다.
특히 올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최문섭 대표는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는 2021년 취임 당시 미래 성장 기반 확보와 소비자 접점 확대를 위해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 초에는 서울 본사에서 ‘디지털전환 혁신보고회’를 열고 △새 비즈니스 모델 발굴 △고객가치 혁신 △데이터 주도 성장 등 디지털 3대 전략을 발표했다.
당시 최 대표는 “전사적으로 디지털 전환에 박차를 가해 농협손해보험만의 고유한 디지털 체계를 구축해 디지털 선도 보험사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는 플랫폼 신사업, 업무 자동화, 분석환경 고도화 등 9개 디지털전환 영역에 대한 10개 핵심과제를 선정했다. 이중 AI 자동설계 도입과 피보험자 전용 단체상해보험 플랫폼 구축, CM 하이브리드 채널 고도화 등은 연내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실제로 지난 5월 농협손해보험은 핵심과제 중 하나인 ‘AI 자동설계 도입’을 실현했다. 보험업계 최초로 AI(인공지능)를 활용해 가입 가능한 담보와 가입금액을 자동으로 추천하는 장기보험 가입설계 서비스 ‘헤아림 AI 자동설계 서비스’를 개발·도입한 것이다. 기존에는 고객이 담보에 따라 여러 번 상품을 설계했어야 했다면, 해당 서비스에선 최소한의 고객 정보만 입력하면 한 번에 3건의 추천 설계 내역을 제공한다.
지난 8월엔 ‘스크린골프장 홀인원보험’의 보험 선물하기 서비스를 개시하며 보험 소비자들과 접점을 확대했다. 회사는 해당 상품을 시작으로 보험 선물하기를 통해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을 지속 확대해 고객 접점을 확대하고 편의성을 높일 예정이다.
정은경 기자 ek7869@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