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 포스터
이은숙은 신체가 지닌 몸짓언어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피부에 와 닿은 세상이야기를 시각예술로 표현하는 화가이다. 뒷모습이거나 누드이거나 얼굴이거나 혹은 어느 신체의 부분을 그림으로 도려낸다. 올려보거나 내려 보거나 하는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얼굴을 그리기도 한다. 때로는 그렇게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의 얼굴을 타인의 입장에서 바라보기도 한다.
조밀하고 치밀하게 짜인 세상을 신체로 그려진 그림으로 대체한다. 현실의 불안과 세상살이의 현재가 피부에 닿아 일어나는 소름과도 같은 접촉이다. 갈등하고 번민하는 모습보다는 묵연히 받아들이고 그것을 피부라는 연질에 수용되는 과정을 그림으로 옮긴다. 몸을 구성하고 있는 내부적 요인을 감싸고 있는 피부를 통해 세상과 조우하고 있는 것이 이은숙의 그림이다. 손상된 피부를 감추듯 투명한 살색과 거친 캔버스의 거친 질감이 맞닿아 바쁜 일상의 결과로, 시간의 경과 등으로 드러나는 자신의 모습을 그림 이면에 숨겨둔다.

좌) "자아의경계 몸1909b”, 92.9x72.7cm, oil on canvas, 2019우) “자아의경계 얼굴1907”, 162.3x130.3cm, oil on canvas, 2019
이미지 확대보기그녀가 말하는 ‘자아의 경계’에는 자신 스스로 형성된 자아와 남들에 의해 만들어진 타자속의 자아가 혼재된 상태의 영역이다. 자아(自我)는 스스로 발견되는 것에서 출발하지만 스스로는 타인의 시선과 타인과의 조우에서 결정된 불안정한 마음은 뒷모습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타인에 의한 자기집착이 곧 자기애(自己愛)라 오인되기도 한다.
실의에 몹시 젖은 사람은 멀리서 보아도 불안정한 상태가 전달되듯이 불안정이 불안의 몸으로 드러나는 순간 작품의 한 영역으로 확대된다. 자기애에서 출발한 세상바라기는 스스로에 대한 생각과 느낌과 자신의 본래적 가치로 연결된다. 그것은 화가로서의 잠재적 가치이며, 그림으로 드러나는 화가의 외면적 가치가 된다. 자기애는 자신감이며 타자와의 확장된 관계로 만들어진다.
화가 이은숙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회화전공)을 졸업하고, 7회의 개인전과, 다수의 그룹전을 진행 했다.

도움말 : 김지윤 큐레이터
이창선 기자 lcs2004@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