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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영 한국금융연구소장] 멀틸레마(多重苦) 이기는 투자전략

홍기영 기자

kyh@

기사입력 : 2022-09-19 00:00

고물가·고금리·고환율·경기침체서 成投 모색
자산비중 재조정·부채감축·저점매수 고려를
“안전자산 위주 운용…변곡점 기회를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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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기영 한국금융연구소장

▲ 홍기영 한국금융연구소장

[한국금융신문 홍기영 기자] 멀틸레마(多重苦) 시대가 전개된다. 경제적 재앙이 닥치는 걸까? 유럽 에너지 위기에 중국의 경기침체까지 글로벌 비관론이 확산한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에 이은 경기 불황 우려가 커진다. 고난의 연속이다. 산업생산·무역수지 등 경제지표가 악화한다.

가계와 기업 등 경제 주체들은 고통에 허덕인다. 투자시장은 잔인한 국면을 맞았다. 주식, 부동산, 원자재, 코인 등 자산시장에서 변동성이 커진다. 자산가치가 하락하는 약세장이 이어진다. 모두가 안전한 도피처를 찾아 헤맨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모든 이의 간절한 소망이다.

위기 극복의 해법을 찾기에 앞서 근본 원인을 살펴보자. 위기의 핵은 인플레이션이다. 미국 소비자 물가는 6월부터 3개월 간 8.3~9.1% 급등했다. 수요-공급 간 불균형이 커졌기 때문이다. 공급 충격과 수요 견인 현상이 맞물린 결과다.

2년 이상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 팬데믹은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을 유발했다. 전염병 확산의 위험에 대응해 나라마다 완화적 통화·재정정책에 올인했다. 늘어난 유동성은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 가격 거품을 키웠다.

그리고 강대국의 자국 이기주의 함몰, 세계화 후퇴 현상으로 인플레이션의 다른 축인 공급 충격이 발생했다. 즉 미-중 교역 패권주의 충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교란으로 식량·원자재·에너지 가격이 급등했다. CNBC 조사에 따르면 미국 백만장자들은 이번 인플레이션이 최소 1년에서 2년 이상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미 연준(Fed)은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 팔을 걷어붙였다. 각국 중앙은행도 긴축통화정책을 뒤따른다. 미 연준의 정책금리 목표가 현재 연 2.5%에서 내년 초 연 4%대 초반까지 인상되리라는 전망이 대세를 이룬다.

하지만 고금리 정책은 경제에 독(毒)이 된다. 금리 급등에 주택시장이 얼어붙고, 기업의 재고가 불어나며 실적도 나빠진다. 기업 생산과 투자, 개인 소비가 위축되면서 경제성장률이 둔화한다. 결국 R(Recession, 경기침체)의 공포가 현실화할 수 있다.

심지어 내년에 세계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경기침체)을 넘는 ‘퍼펙트 스톰(초대형 위기)’에 휘말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경기가 경착륙을 모면할 것인지는 물가와 통화정책에 달렸다. 물론 물가 상승률이 내년 2%대로 낮아진다면 경기가 연착륙하도록 미 연준이 금리를 다시 내릴 가능성도 있다. 투자자는 글로벌 상황 변화를 주시하며 만반의 대비책을 세워놓아야 한다.

약세장에서 자산가치를 지키면서 수익을 챙기는 묘수는 어디서 찾을까? 미국의 초대형 투자금융회사, 블랙스톤의 창업자 스티븐 슈워츠먼은 고객이 맡긴 돈을 관리하면서 “손실을 내지 않는다”는 투자원칙을 고수한다. 35년 이상 온갖 위기를 겪어낸 그는 “침체는 언제고 나타나기 마련”이라며 “경기 순환 주기의 흐름에 올라타야 한다”고 조언한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길게 보고 경기사이클에 대응하라는 권고다. 현명한 투자자는 기회에 대비한다. ‘코주부(코인·주식·부동산)’ 시장에서 변곡점이 다가온다. 멀틸레마를 이겨내려면 다음과 같은 투자전략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자산배분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 위험을 분산하는 자산 포트폴리오 구성은 기본이다. 과도한 부동산 보유 비중을 줄이고 현금과 안전자산 비중을 높여야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1~2년 이상 부동산 시장이 조정기를 거칠 것으로 전망한다. 10년 위기설은 10년마다 부동산값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444 효과’는 미국이 끝자리 ‘4’년도에 정책금리를 공격적으로 올리면 4년 뒤 한국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이어진다는 가설이다.

국토연구원은 국내 기준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서울 아파트값이 2.1%포인트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둘째, 금리상승에 대응해 가계와 기업 모두 부채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 돈의 힘으로 자산가격이 상승할 때는 너도나도 빚투에 나서 이익을 챙겼다.

하지만 고금리 아래서 부채에 의존한 투자는 자칫 재앙이 돼서 돌아올 수 있다. 디레버리징(Deleveraging)을 통한 부채 규모 줄이기로 상황 변화 시 기민한 대응에 나설 수 있도록 체질을 바꿔야 할 때다.

셋째, 폭락장에서 상승장으로 바뀌는 변곡점의 타이밍을 잡아야 한다. 패닉에 빠진 시장 참가자들은 투매하는 시기를 노려야 한다. 가치가 높은 자산을 헐값에 매수(人棄我取)하는 전략이다. 저점을 확인할 수 없다면 10~15% 반등을 추세전환의 신호로 삼는 것도 방법이다.

넷째, 안전하면서 우량한 자산,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성공투자 비결이다. 위대한 기업은 기술과 제품 우위에 기반한 가격경쟁력을 갖고 위기에도 살아남는다. 지정학적 요인에 따른 특수와 미국 정부의 에너지 정책, 미래 산업 재편 과정에서 태양광, 조선, 이차전지, 방위산업, 원자력 등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7~8월 베어마켓 랠리에서 주도주로 주목을 끌었던 ‘태조이방원’ 주식은 증시가 턴어라운드 한다면 관심을 모을 종목군이다.

마지막으로 ‘크립토 겨울(Crypto Winter, 가상자산 약세장)’에 코인시장과 메타버스 산업이 시련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디지털 혁신기술의 미래는 밝다. 블록체인을 활용한 탈중앙화 기술인 웹3.0 시대가 점차 꽃을 피운다.

NFT(대체불가토큰)과 디파이(Defi: 탈중앙금융), DAO(탈중앙화 자율조직)은 웹3.0의 대표적인 산물이다. 엔터테인먼트·게임·미술 등 NFT를 활용한 아트테크는 모든 자산을 아우르는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갖는 만큼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홍기영 기자 kyh@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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