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9일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제2차 주택 공급기관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정부는 집값 안정화를 명분으로 고수해 왔던 ‘고분양가 심사제’와 ‘분양가 상한제’를 손보기로 한 것이다. 가격 통제로 민간 사업자의 공급을 위축시키고 로또 분양을 양산한다는 지적에서다.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고분양가 심사제 보완책을 공개했다.
지난 2월에 전면 개정된 제도를 일부 개선한 것으로 사실상 두 번째 대책이다.
단지 규모와 브랜드 등이 유사한 인근 사업장의 평균 시세를 반영해 분양가가 책정될 수 있도록 개편했다.
그러나 이번 개선안은 그저 비교 사업지를 표적하기 쉽게 해준 것이다. 분양가 산출식에 대한 변경이 아니기에 분양가 상승에 영향을 주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고분양가 심사제는 분양가가 일정 기준보다 높으면 보증을 거절하는 방식이다.
심사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HUG가 제시하는 적정 수준으로 분양가를 낮춰야 하는 셈이다.
또한 HUG는 분양가격이 과도하게 상승할 경우 수분양자 부담 증가로 미분양 주택이 발생할 수 있어 고분양가 심사를 통해 미분양·미입주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다.
분양가 심사제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14일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주변 시세보다 높은 성남대장지구의 분양가를 두고 야당의 비판이 제기됐다.
이날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은 “다른 지역은 다 분양가를 통제하면서 HUG가 왜 유독 대장지구에서만 고분양가를 용인했는지 납득이 되질 않는다”며 “대장지구와 분양 당시 비교가 많았던 위례포레자이의 경우 기반 시설이 갖춰진 지역인데도 분양가가 대장지구보다 더 저렴했다”고 말했다.
이어 박 의원은 “대장지구에서 고분양가를 묵인 혹은 허용하는 바람에 (시행사들이) 천문학적 이익을 거뒀고 수분양자들은 빚을 더 지게 됐다”며 “HUG에서도 분양을 그렇게 해서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권형택 HUG 사장은 “일체의 특혜가 없었고 다른 사업장과 일관된 기준으로 심사했다”고 해명했다.
특히 HUG가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지정한 지역에서도 최근 5년 사이 1만 가구가 넘는 미분양이 발생하고 있어 실효성에 의문이 커진다.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HUG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이후 5년간 고분양가 관리지역 37곳에서 미분양 주택 총 1만1002가구가 발생했다.
업계에서는 이번에 개편되는 분양가 상한제 역시 시장 효과가 저조할 것으로 내다봤다.
개선안은 지방자치단체마다 들쭉날쭉한 분양가 인정 항목과 심사 방식을 구체화해 지자체의 과도한 재량권을 축소하고 사업 주체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골자다.
이번 개선안에 따른 가산비 일률 적용은 전체 상한제 금액 중 미세한 조정에 불과해 분양가를 조합과 사업 주체가 원하는 만큼 인상하기는 어렵다.
분양가 상한제가 전매 제한이나 재초환, 의무 실거주 등과 묶여 있어 큰 틀을 바꾸지 않는 이상 주택 공급 효과를 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주택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분양가 제도를 또 건드렸다.
살짝 느슨해진 제도가 민간 공급을 이끌어내 가격을 떨어뜨릴지는 미지수다.
김관주 기자 gj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