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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문 서민금융진흥원장 겸 신용회복위원장] “서민 곁에 먼저 다가가는 ‘금융주치의’ 될 터”

임지윤 기자

dlawldbs20@

기사입력 : 2021-08-17 00:00 최종수정 : 2021-08-17 04:28

“코로나19로 쌓인 빚, 개인 문제 치부해선 안 돼”
“최고금리 인하 따른 제도권 금융 이탈 막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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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이계문 서민금융진흥원장 겸 신용회복위원장

▲사진 : 이계문 서민금융진흥원장 겸 신용회복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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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임지윤 기자] “고객 입장에서 항상 생각하고 전력투구해야죠. 여우한테 두루미가 먹을 수 있는 호리병에 음식을 담아 주고, 두루미한테 여우가 먹을 수 있는 평평한 접시에 음식을 담아주면 안 되잖아요.”

이계문닫기이계문기사 모아보기 서민금융진흥원장 겸 신용회복위원장은 지난달 26일 한국금융신문과의 대면 인터뷰에서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서민을 기다리면 안 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자영업자 등 어려워하는 서민이 굉장히 많다”며 “진정성과 효율성, 투명성의 자세로 책임을 다해 생업에 바쁜 서민이 24시간 어디서나 편리하게 서민금융을 이용할 수 있는 ‘금융주치의’가 돼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 “현장에 답이 있다”

이계문 원장은 공자 어록, <논어>에 나오는 ‘기소불욕물시어인(己所不欲勿施於人)’이 좌우명이라 했다. 자기가 하기 싫은 일을 남에게도 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이 원장은 “동양에서는 공자가 <논어>를 통해 ‘당신 마음이 내 마음과 같다’는 ‘용서’를 강조했고, 서양에서는 복음 말씀을 통해 ‘내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자’는 ‘사랑’을 강조했다”며 “동서양을 막론하고 ‘자신이 바라는 것을 남에게 해줘라’는 근원적인 메시지는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처럼 소통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라며 “정책금융기관은 특히 서민 입장에서 늘 생각하고 더 편리하도록 서비스 질을 높여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서민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구체적 방법으로 ‘현장 중심’을 꼽았다.

이 원장은 지난 2018년 취임 이후 50개의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 중 44개 센터를 직접 방문했다. 아울러 31개 전통시장도 다녀왔다. 이제껏 그가 원장으로서 상담한 고객은 115명이다. 서민의 애로사항을 직접 들어야 실질적으로 도움 되는 지원을 할 수 있다는 그의 확고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이 원장은 “실제로 코로나19 상황 속 만난 서민의 어려움은 심각했다”고 전했다. 그는 “영세 자영업자, 저소득 노동자, 프리랜서 등 많은 이들이 매출과 소득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청년들도 요즘 취업과 아르바이트 자리 구하는 게 힘들어하고 있었다”며 지난 6월 청주를 방문했을 때 만난 한 자영업자 사례를 소개했다. 청주에서 보리밥집을 운영하던 식당 사장 이야기였다.

이 원장은 “코로나19 확진자 방문 이후 영업일수가 줄며 매출이 급속도로 안 좋아진 보리밥집 사장은 가게 운영자금과 생활비 등으로 고금리 대출을 이용하고 있었다”며 “카드빚을 다른 카드로 막으며 버티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총 14건, 4600만원까지 대출이 늘어 연체 위기에 놓인 그에게 이 원장은 신용회복위원회를 소개했다.

그 덕분에 가게 사장은 당시 신용점수 하위 10%(7등급)로 연체이자를 최고 15%(카드 10%) 감면하고, 최장 10년간 분할상환할 수 있도록 신용회복위원회 연체 전 채무조정을 신청했다.

이 원장은 “코로나 때문에 수많은 자영업자가 힘든 상황에 놓이게 됐는데, 이게 개인의 잘못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어떤 이유로든 시장이 실패했을 때 보완하는 장치가 있어야 시장 기능이 다시 작동할 수 있다”며 “취약계층 등 어려운 서민을 돕는 건 개인에게 베푸는 단순한 시혜 차원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정책금융기관’으로서 해야 하는 당연한 책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공공기관으로서 항상 겸손한 마음으로 서민의 아픔을 내 일처럼 깊이 이해하고 도우려는 마음을 가져야 하고, 실질적으로 도움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며 “직원도 고객이라는 마음으로 코로나19 때문에 대면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현장간담회 등을 통해 소통의 끈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금융주치의’로서 서민 금융 문턱 더 낮춰야”

서민금융진흥원과 신용회복위원회, 두 기관은 ‘업무 효율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생업에 바쁜 고객이 서민금융 상담 과정에서 겪는 불편사항을 없애고, 직원의 업무상 비효율도 줄이기 위해서다.

이러한 노력의 최종적인 목표는 ‘금융주치의’다. 이계문 원장은 “아플 때 의사를 만나러 가는 이유처럼 빚과 같은 금융 문제도 혼자서 해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고액자산가는 프라이빗 뱅커(PB)가 있지만 서민의 경우에는 정책 금융기관이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금융주치의’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 금융기관으로서 문턱을 낮추는 데 힘쓰고 있다고 했다. 능동적 자세로 현장에서 서민의 애로사항을 파악한 뒤 그러한 문제를 발 빠르게 해결하고, 최대한 효율적으로 서비스를 시현하겠다는 게 이 원장의 생각이다.

서민금융진흥원은 센터 상담 시 고객이 신청 서류를 수기로 작성하고 상담직원이 그 내용을 PC에 입력한 뒤 상담에 임하는 비효율을 없앴다. 아울러 2018년 21명이었던 상담사는 현재 77명으로 4배 가까이 늘렸다.

이 원장은 “직접 콜센터에 전화해보니 여러 불편함을 발견할 수 있었다”며 “고령층 등도 쉽게 서민금융진흥원을 찾고 필요한 상품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애플리케이션(앱)을 최대한 핵심 기능 위주로만 단순화했고, 1397 콜센터 상담 방식을 자동응답시스템(ARS) 방식에서 상담사가 직접 전화받는 방식으로 개선했다”고 전했다.

모든 게 빠른 속도로 디지털화하는 시대에 ’챗봇 상담‘등 흐름에 발맞춰 가면서도 한 편에선 따뜻한 감성으로 서민에게 적극 다가가야 한다는 이 원장의 뜻은 통했다. 더 많은 서민이 저금리 정책 금융 상품을 이용하고 낮은 신용을 회복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올 상반기 비대면 금융상담이 전년 동기 대비 14.7% 증가한 69만건을 기록했다. 챗봇 상담 서비스 이용은 20만건으로 지난해(15만건)보다 33% 늘었고, 같은 기간 1397 서민금융콜센터 상담도 49만건으로 8.9% 증가했다.

만족도도 높다. 서민금융진흥원과 신용회복위원회 모두 앱 고객 만족도가 5점 만점에 4.8점을 기록했다.

지난 7월 기준 서민금융진흥원과 신용회복위원회 앱 다운로드는 각각 73만5000건, 44만1000건이다. 챗봇상담은 56만1000건, 71만2000건이 이뤄졌다.

이 원장은 “업무는 대부분 직원들을 믿고 맡기는 편인데, 앱과 상담 서비스는 무조건 제가 직접 일일이 사용하고 꼼꼼히 검토하고 있다”며 “최대한 복잡하지 않고 가볍게 앱을 만들도록 직원들과 함께 땀 흘린 결과 많은 고객이 좋게 생각해 주신 것 같다”고 감사함을 표했다.

서민금융진흥원은 임대주택단지와 전통시장 등 직접 찾아가는 서민금융 이동 상담도 70회 실시했다.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 중심으로 지역협의체도 50개로 확대했다. 상반기에만 4만2000건 연계 상담을 실시해 지난해 상반기(1만4000건) 상담 건수 대비 3배 많은 상담을 진행했다.

최근에는 카카오뱅크와 적극적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협약을 통해 ▲휴면예금 조회 ▲맞춤대출 연계 ▲금융 교육 이수자 대상 인센티브 제공 협의 등 서민 금융 지원 강화에 힘쓰는 중이다.

특히 카카오뱅크 고객 중 대출 승인이 나지 않는 고객을 대상으로 서민금융진흥원의 ‘맞춤 대출 서비스’를 연계하고 있다. 정책 서민 금융 이용 기회를 확대하기 위함이다.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등에서 운용하는 1361개 대출 중 주거 종류, 차량 소유 여부 등 신청자에게 가장 유리한 조건의 신용대출을 맞춤형으로 추천한다. 올 상반기 맞춤대출 서비스로 6만294명에게 6688억원 규모 대출을 지원했다. 상반기 지원 대출 평균 금리는 11.7%다.

신용회복위원회도 ’효율화‘를 위한 노력을 함께 기울였다. 서식 전자 문서화와 비대면 상담 확충으로 방문상담 수요를 분산하고, 평균 11일 지체되던 예약 적체를 완전히 해소했다. 구체적으로 ▲종이 없는 창구(PPR) 도입 ▲신용교육 본부 집중 ▲지부 소액금융 콜백 폐지 ▲사후관리 본부 집중 등을 추진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직원 1인당 123분 업무 부담을 경감했다. 45명 인력 증원과 같은 효과다.

신용회복위원회는 지난달 말 핀테크 플랫폼 ’핀다(FINDA)‘와 ’금융취약계층의 경제적 재기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금융 연체자나 저신용자(신용점수 하위 10%)가 핀다 앱을 이용할 경우 배너·앱·URL 연결 등으로 신용회복위원회의 채무 조정 제도와 채무상담 서비스를 안내할 예정이다.

◇ “최저 신용자 위한 자금 지원 강화할 것”


이계문 원장은 “기존 고금리 대출 만기 시 재이용이 어렵거나, 불법사금융 및 대부업의 고금리 대출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최저 신용자를 위해 정책 서민금융을 통한 자금 지원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법정 최고금리를 24%에서 20%로 인하하며 저신용자·저소득자들이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나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서민금융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신용 7등급 이하(KCB 기준 신용점수 하위 10%) 379만1000명 중 221만2000명(58.4%)이 연체 중이거나 최근 연체기록이 있어 긴급자금이 필요할 경우 대부업이나 사금융을 이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원장은 “지난해 서민금융진흥원의 대출 지원 규모는 56만명에게 4조9000억원, 즉 1인당 평균 880만원 정도로 자금 지원 만으로는 기존 대출이 많은 서민의 금융생활을 개선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신용이나 소득 등을 이유로 금융 이용에서 배제되는 ’시장실패‘를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서민금융진흥원의 보증 없이도 은행 거래를 지속할 수 있도록 ’서민의 금융생활 안정 촉진 시스템‘을 마련했다”며 “정보가 부족한 서민들이 쉽게 금융 상담과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인프라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멀쩡히 길을 걷다가도 계단에 걸려 넘어지는 경우가 있듯이 열심히 살다가 빚으로 어려워지는 것은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며 “서민의 삶이 무너지지 않도록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드리고자 노력하고 있으니 경제적 어려움이 있을 때 신속하게 서민금융진흥원과 신용회복위원회를 찾아주길 바란다”고 당부의 말도 함께 전했다.

▶▶ He is…

△ 1960년 출생 / 1979년 가평 조종고 졸업 / 1984년 동국대 산업공학과 / 1990년 행정고시 합격(34회) / 1994년 서울대 정책학 석사 / 1995년 재정경제원(현 기획재정부) 금융정책실 사무관 / 2011년 기획재정부 기획재정담당관 / 2013년 주미대사관 공사참사관 / 2017년 기획재정부 대변인 / 2018년 서민금융진흥원장 겸 신용회복위원장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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