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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연이은 미국 CPI 서프라이즈

장태민

기사입력 : 2021-07-14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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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미국 6월 소비자물가가 13년래 최대폭으로 상승했다.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비 5.4% 올라 2008년 8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근원 소비자물가(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 제외) 상승률은 4.5%로 1991년 11월 이후 최고 수준이었다. 예상보다 0.4~0.5%p 가량 더 나온 것이다.

전월비 수치도 놀라운 급등을 보였다. CPI는 전월 대비 0.9% 올라 예상치 0.5% 상승 전망을 크게 웃돌았다. 근원 CPI도 0.9% 상승해 예상치인 0.5%를 큰 폭 상회했다.

2분기 물가 급등은 예상했던 바였지만, 최근 CPI 수치들은 전망을 크게 웃돌고 있다. 5월 CPI는 전월비 0.6%, 전년비 5.0% 상승한 바 있다.

미국이 경제활동을 재개하면서 수요 측 압력이 작용한 데다 계속해서 공급 측면의 병목 현상 영향이 컸다. 지난번에 이어 다시 중고차 가격 급등이 전체 물가를 끌어올렸다.

■ 과거보다 높아진 인플레 압력과 미지근한 시장 반응

미국 CPI의 급등을 보면서 인플레 압력이 예상보다 높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인플레이션 우려를 재점화시킬 수 있는 수준의 물가 상승률이라는 평가도 보인다.

물가상승률이 최근과 같은 높은 수준을 장기간 유지하기는 어렵지만, 이전보다 높아진 물가 압력이 계속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JP모간의 데이비드 켈리 연구원은 "수개월 이내에 인플레가 둔화될 수 있지만, 높은 수요 압력을 물가 상승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놀라운 헤드라운 수치에도 불구하고 지금과 같은 큰 폭의 오름세는 누그러질 것이란 게 일반적인 관점이다.

소비자물가지수가 발표됐을 때 채권이나 주식 등 금융 가격변수도 제한적인 모습을 보였다. 미국채10년물 금리는 소폭 오르다가 다시 하락하는 등 '놀라운' 물가 급등에 대한 반응치고는 영 어색했다.

■ 2분기 일시적 물가 급등세 향후 누그러질 것...중고차로 급등세 끌고가긴 어려워

연준은 그간 최근 물가 급등세가 일시적 현상이라는 입장을 밝혀 왔다.

전반적으로 물가가 오르는 게 아니라 중고차와 같은 특정 품목이 물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어서 헤드라인 수치가 주는 충격은 제한적이다.

따라서 향후 물가 압력이 지금보다 누그러질 수 있다는 관점이 일반적인 편이다.

지난 5월처럼 이번 물가 급등을 이끈 품목도 중고차였다. 중고차 가격은 전월에 비해 10.5% 급등해 4~5월 상승폭을 넘어섰다. 중고차가 물가지수 상승에 기여한 정도는 0.3%p에 육박했다. 결국 중고차 요인이 없었다면 물가상승률은 0.6% 정도라는 것이다. 중고차의 전년동월비 상승률은 45.2%에 달했다.

본격적인 휴가 시즌이 도래하는 상황에서 차량용 반도체의 수급 차질로 신차 인도 기간이 길어진 데다, 정부 지원금을 보태 중고차를 구매하는 사람이 많아진 영향이다.

하지만 중고차에 따른 물가 급등 요인은 조만간 소진될 수 있는 상황이다.

유승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4월 이후 연이어 인플레 서프라이즈를 유발시킨 중고차 가격 급등 동력은 점차 약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중고차 도매가격지수는 6월 들어 하락 전환했고 이는 중고차 소매가격 급등세의 마무리 신호"라며 "향후 중고차 항목은 지금까지와 반대로 전월 대비 전체 물가 상승률을 끌어내리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소비자물가는 전년비 기준으로 볼 때 7월에도 상승폭이 추가로 확대될 가능성이 남아있으나 대체로 7월 정도면 상승률의 정점은 형성할 것"이라며 "작년 낮았던 기저효과가 이미 5월을 저점으로 약화되고 있고 최근 3개월간 물가 상승의 주된 요인이었던 중고차 가격의 상승세가 점차 둔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미국 중고차와 트럭 소비자물가지수와 동행 또는 부분적으로 선행하는 만하임 미국 중고차 경매가격지수가 6월 들어 전월비 하락세로 돌아섰으며 전년동월비 기준으로도 증가율 둔화가 지속된 만큼 가팔랐던 중고차 관련 물가의 오름세는 진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향후 급등세 누그러지지만...물가 상승 압력 정도 살펴야

미국 6월 소비자물가를 세부적으로 보면, 일단 자동차 생산이 원활하지 못하면서 운송 분야 물가 상승이 두드러진다. 국제유가와 에너지 가격도 계속 오르면서 관련 분야 물가 압력을 키우고 있다.
전월비 기준으로 살펴보면 중고차·트럭 가격, 항공운임이 각각 10.5%, 2.7% 상승했다. 신차와 운송서비스도 각각 2.0%, 1.5% 가량 높아졌다.
에너지 가격은 국제유가의 상승을 반영해 전월비 1.5% 상승했다.
경제 재개방 관련 품목도 소비자물가 물가 상승률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예컨대 숙박비는 전월에 비해 7.0%나 상승했다.
소비자물가의 1/3 가량을 차지하는 주거비는 0.5% 올라 5월보다 상승률을 0.2%p 가량 확대했다. 전년비로는 2.6% 올랐다.
전월대비 기준으로 주거주지 임대료(Rent of primary residence)가 0.2%, 자가거주비용(Owners' equivalent rent of residences)이 0.3% 상승했다. 헤드라인 보다 낮은 상승률이지만, 주거비 부문도 점진적으로 오르는 모습이다.
경기 개선 속에 경제의 정상화가 지속되면서 물가 압력이 작용할 수 있다.
김유미 연구원은 "물가 상승률 정점이 형성되더라도 근원물가 수준이 3% 이상에서 머무는 기간은 예상보다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경기순환 사이클상 확장 국면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경제 정상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가격 되돌림과 이연 수요 반영 과정이 백신 보급 확산과 함께 서비스물가를 중심으로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향후 주거 비용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 연구원은 "경제활동이 재개되면서 임대 수요가 다시 늘어나고 관련 가격이 오름세를 보일 수 있는 만큼 자가거주비용의 물가 상승 압력도 함께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자가거주비용이 소비자물가 내 가중치가 20%가 넘는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근원 물가의 높은 수준이 시장 예상보다 길어지며 연준의 조기 긴축 우려 등 통화정책 관련 불확실성을 수시로 자극할 수 있다"고 풀이했다.
중고차가 이끄는 물가 급등세는 누그러질 수 밖에 없지만, 경기 회복 속에 서비스 물가의 꾸준한 상승세는 이어질 수 있다는 진단도 적지 않은 편이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경제 재개와 관련한 음식, 숙박, 여행, 레져 등의 일자리는 늘어나고 관련 물가는 꾸준히 상승한다"면서 "코로나 이전으로 완전히 정상화된다고 보는 것은 무리지만 해당 부문의 pent-up 수요가 대기 중이고 경제 전반의 활동성이 늘어날 때 이 부문의 가격은 상승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상품 물가에 대한 피크 아웃은 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겠지만, 서비스 물가는 경제 활동을 하면서 느낄 효용의 대가라는 측면에서 쉽게 낮아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아울러 공급망에서의 수급 차질를 단순히 시간이 지나면 완화될 것이란 차원에서만 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풀이했다.
안 연구원은 "6월의 양대 ISM 지수를 보면 지불가격지수가 역대급으로 높아진 수준에서 좀처럼 내려오지 않는다. 공급자 운송 시간이 길어지는 것이 보여주는 수급 차질로만 설명하기에는 좀 더 가격 부담이 있다"면서 "이는 차량용 반도체를 비롯한 일부 산업에서 주로 벌어지는 일이라고 하지만, 제조업 뿐만 아니라 비제조업에서도 이런 현상이 벌어진다면 공급자들의 가격 부담을 점차 소비자에게 전가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실제로 독립기업협회의 설문에 따르면 판매가격을 인상할 계획이거나 이미 인상한 기업들이 응답자 중 44%~47%로 1980 년대 이후 최고 수준이라는 통계도 있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한편 금융시장이 물가 급등의 '일시성'에 방점을 찍은 가운데 조만간 있을 파월 연준 의장의 의회 증언이 주목을 받고 있다.
연준이 이전처럼 물가 급등의 일시성에 무게를 둘지, 예상보다 상당히 높은 수치를 보여준 물가상승률에 대한 경계감을 높일지 관심이 모아져 있다. 연준의 인플레 압력 평가에 따라 테이퍼링 시기 등에 대한 시장의 관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연이은 미국 CPI 서프라이즈이미지 확대보기


자료: SK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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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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