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 출처: 미 재무부 홈페이지
추가 경기부양책이 경제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지만, 약간의 상당히 완만한 금리인상이 수반될 소지가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파월 연준 의장이 부의장을 할 때 연준 의장을 맡았던 옐런은 현재 재무장관으로서 연준과 손발을 맞추고 있다.
파월이 최근까지 테이퍼링조차 '시기상조'라면서 선을 그었던 점에 비춰볼 때 옐런의 이런 발언을 두고 '부조화'라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 파월이 심어준 믿음에 흠집 낸 옐런
옐런 재무장관은 4일 <디 애틀랜틱>과의 인터뷰에서 "더 높아진 정부지출을 감안할 때 경기 과열을 방지하기 위해 금리를 적절하게 올려야 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옐런은 이런 발언을 하면서 '타임 프레임'을 특정 짓지는 않았다.
미국채 금리는 4~5일 하락하면서 옐런 발언에 별로 놀라지 않았다. 하지만 나스닥은 장중 한 때 2% 빠지면서 옐런의 발언에 긴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옐런의 이같은 발언은 최근까지 지속된 파월의 발언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주목을 끌 수밖에 없었다.
최근까지 파월은 금리인상 전 단계에서 실시하는 테이퍼링에 대해서조차 '시기상조'라고 못을 막았다.
이런 상황에서 옐런 발언을 두고 미국에선 '연준 의장 출신 재무장관의 금리 인상 발언이 부적절하다'는 식의 비판도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예런은 4일 문제의 발언 이후 월스트리트저널에 "연준 독립성을 인정한다. 인플레가 생기더라도 연준은 대응할 수 있다"면서 오해를 불식시키는 발언을 해야 했다.
■ 연준 2인자의 1인자 발언 비호
연준 내부에선 여전히 테이퍼링 시기상조라는 인식이 강하다.
리처드 클라리다 연준 부의장은 기본적으로 의장(파월)의 발언이 의심 받지 않도록 하는 쪽으로 힘을 썼다.
클라리다는 5일 CNBC와 인터뷰를 통해 "경제가 팬데믹으로부터 회복되고 있지만 상당히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전히 상당한 진전이 있어야만 연준이 코로나19 이후 제공했던 정책을 회수하는 데 편안함을 느낄 것"이라고 했다.
클라리다는 '그러면 테이퍼링을 논의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자 "지금은 아니다"라고 했다.
테이퍼링 '논의에 대해 논의하는 것'(Talking about talking about)조차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연준 내 2인자가 나서서 1인자의 발언의 되풀이함으로써 조급하게 정책 스탠스 변화를 예상하는 사람들의 의심을 거두려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 '오해' 막으려는 연준 멤버들...그러나 내부 의견 균열 강화 가능성도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방으로 총재는 5일 "금번 물가상승률의 가속은 일시적"이라고 평가했다.
로젠그렌 총재는 다만 내년 경기가 강하게 회복될 경우 인플레가 연준의 장기목표치인 2%에 근접할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했다.
하지만 아직 자산매입 축소를 논의할 단계는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은 구체적으로 말할 단계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지금은 강한 하나의 고용보고서와 분기 GDP 정도만 확인한 상태라면서 조기긴축에 대해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경기 회복세는 강화돼 테이퍼링 여건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선 긍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는 "테이퍼링 시작을 위해선 상당한 개선이 있어야 한다. 이런 환경은 하반기에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준 내에서 지금은 통화정책 정상화나 테이퍼링을 논의할 때가 아니라는 인식이 우세하다.
옐런의 발언 이후 연준 멤버들은 사람들이 '오해'하지 않도록 신경을 쓰고 있다. 옐런이 재정정책 영향에 따른 '매우 완만한'(very modest) 금리 인상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정도로 말을 조심(?)했지만, 연준 수장 출신의 재무장관이 금리 인상 이슈에 대해 언급했다는 점 그 자체가 꽤나 이례적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는 "경제전망이 밝지만 여전히 경제가 위기를 벗어나지 못했다"면서 "아직 통화정책 정상화에 논의는 시기상조"라고 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몇 개월간 상승하겠지만 일시적일 것이며, 약간의 인플레는 긍정적"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연준 내 모든 인사들이 '테이퍼링 논의 시기상조' 주장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연준 내 매파들은 좀 다른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달 30일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은 총재는 통화 과잉에 따른 시장 불균형으로 자산매입 축소 필요성을 거론한 바 있다.
당시 카플란은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의 주가와 집값을 볼 때 가급적 빨리 자산매입 축소 논의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준 내 매파와 비둘기파간 입장차가 확인되는 가운데 시장은 변화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 통화정책, 현재의 무게중심 vs 미래의 무게중심
최근 연준 멤버들은 대체로 '완화기조 유지와 테이퍼링 시기상조'라는 언급을 주로 했다. 금융시장 등의 의심(완화기조 축소)을 제거하는 데 초점을 둔 발언들이 나왔다.
옐런 재무장관은 자신의 말이 논란이 되자 '금리인상을 예상하거나 권유한 게 아니다'라는 입장을 보이면서 주변의 의혹은 누그러뜨리려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옐런의 의중이 들켰다거나 결국 시간은 매파들의 편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인식들도 엿보였다.
미국 경제성장률 7%를 넘을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에서 '억지로'(?) 테이퍼링 논의 조차 할 때가 아니라는주장이 논리적으로 부적절한 것 아니냐는 비판들도 나오는 것이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미국 연준이 경기 회복세에 비해 비대칭적으로 완화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면서 "당연히 당장 큰 변화야 오지 않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정책은 긴축 방향으로 흐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연준은 향후 부드럽게 사람들의 기대감을 변화시키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기가 예상을 웃도는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또 2분기 물가 급등이 기저효과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고 할지라도, 물가 상승률이 이전보다 커질 수 있는 상황이란 분석이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선 연준이 조금씩 스탠스 변화를 기하면서 시장의 기대심리를 부드럽게 변화시키는 게 과제가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