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은 고용 등 미 경제 전반이 호전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경기부양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FOMC는 이틀간 이어진 정책회의에서 연방기금금리 목표범위를 0.00~0.25%로 만장일치로 동결하고, 채권매입 관련 포워드 가이던스 문구를 유지했다.
성명서는 "코로나19 대유행 악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부문은 약세를 유지하기는 했으나 개선을 나타냈다"면서 "인플레이션이 상승했으나 대체로 일시적 요인을 반영하고 있으며 인플레이션이 계속해서 2% 선 아래에 머물러 있다"고 밝혔다.
파월의 기자회견도 기존 스탠스와 비슷했으나 주식시장에 대해선 다소 조심하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그는 "경제가 진정한 모멘텀을 향해 나아가는 중이지만 아직 우리 목표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고 밝혔다.
그는 "상당한 추가 진전이 있을 때까지 시간이 좀 걸릴 듯하다. 테이퍼링을 논의할 때가 아직 아니다"라며 "일부 자산가격이 높으며, 주식시장에 거품이 좀 끼어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 파월의 기존 입장 고수와 주식 과열 경고
미국채 금리는 파월 연준 의장이 경기부양 지속을 강조하자 오르다가, 테이퍼링 논의 가능성을 부인하자 다시 레벨을 낮췄다.
코스콤 CHECK(3931)에 따르면 미국채10년물 금리는 0.61bp 하락한 1.6121%를 기록했다. FOMC를 앞두고 최근 3일간 7.48bp 상승한 뒤 결과 발표 뒤엔 소폭 하락한 것이다.
국채30년물은 0.49bp 하락한 2.2886%를 기록했다. 국채2년물은 1.16bp 하락한 0.1602%, 국채5년물은 2.88bp 떨어진 0.8523%를 나타냈다.
뉴욕 주가지수는 하락했다. 파월 의장의 '주식가격 다소 거품 가능성' 발언에 하락 압력을 받았다.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164.55포인트(0.48%) 낮아진 3만3,820.38을 기록했다. S&P500지수는 3.54포인트(0.08%) 내린 4,183.18, 나스닥은 39.19포인트(0.28%) 하락한 1만4,051.03을 나타냈다.
S&P500을 구성하는 11개 섹터 가운데 5개가 약해졌다. 정보기술주가 1%, 헬스케어주는 0.4% 각각 하락했다. 반면 에너지주는 3.4%, 통신서비스주는 1.2% 상승했다.
개별종목 가운데 실망스러운 분기 실적을 공개한 암젠이 7% 넘게 급락했다. 6분기 연속 손실을 기록한 보잉도 3% 떨어졌다. 실적 개선폭이 투자자 눈높이에 미달한 마이크로소프트도 3% 낮아졌다.
달러화는 파월의 '테이퍼링 논의 시기상조' 발언으로 하락했다. 장중 오르던 금리가 파월 발언으로 속락하자 달러가격도 떨어진 것이다.
뉴욕시간 오후 4시 기준 달러인덱스는 전장 대비 0.32% 낮아진 90.62에 거래됐다. 유로/달러는 0.26% 높아진 1.2123달러, 달러/엔은 0.11% 내린 108.62엔에 거래됐다.
국제유가는 OPEC+(석유수출국기구와 러시아 등 비회원 10개국)가 강력한 수요 반등 기대로 기존 증산 계획을 고수하겠다고 한 발표의 영향이 이날도 이어지면서 상승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 선물은 전장보다 92센트(1.5%) 높아진 배럴당 63.86달러를 기록했다.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선물은 85센트(1.3%) 오른 배럴당 67.27달러에 거래됐다.
전일 OPEC+는 "글로벌 경제가 지속적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회복에 더 속도를 낼 듯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 금리 되돌림 강도 확인
파월 연준 의장이 다시 한번 테이퍼링 논의가 시기상조라고 밝히면서 채권시장에 힘을 실어준 가운데 국내시장에선 외국인 매매가 계속 주목된다.
전날 외국인이 3년 선물을 9,571계약 순매도하면서 시장 약세를 주도했다.
시장이 FOMC 부담을 선반영한 측면이 있는 만큼 외국인 동향과 함께 시장의 레벨 되돌림 강도를 체크할 필요가 있다.
최근 국고3년은 1.1% 선에서 추가 강세룸을 만드는 데 어려움을 나타냈다. 국고3년 최종호가수익률을 보면 27일 1.1%를 살짝 밑돌았으나 전날 다시 1.1% 위로 올라왔다. 최근 박스장에선 1.1%에 대한 부담을 여실히 드러내거나 1.0%대에 잠시 진입했다가 다시 올라오곤 했다.
최근 재차 장단기 스프레드가 벌어지면서 국고10년 금리는 2.0%대 후반으로 올라와 있다.
국고10년은 최근 2% 아래 쪽에 대해선 부담을 노출했지만, 2.1%를 넘어서는 지점에선 저가매수를 확인한 바 있다.
잠재적 추경에 따른 수급 부담이나 경기 회복 강도 강화 등을 거론하면서 장단기 스프레드 확대 압력을 정당화하는 모습도 보이지만, FOMC 이벤트가 무난히 끝난 상황인 만큼 레벨 되돌림 압력이 작용할 수 있다.
■ 美 금리인상, 테이퍼링까지 남아 있는 시간
4월 FOMC에서 파월 연준 의장이 테이퍼링 관련 의구심을 해소하기 위해 애를 썼다.
이번 회의에서도 파월은 "테이퍼링 논의 시기상조"에 방점을 찍으면서 정책 전환과는 거리를 뒀다.
그는 "경기회복세가 올해 들어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한 개의 양호한 고용보고서만으론 테이퍼링 가이던스로 제시된 완전고용과 물가안정 목표 상당한 진전이란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했다.
파월이 기존의 스탠스를 유지한 가운데 현 시점에서 볼 때 최소 2년 넘는 기간 동안 제로금리가 유지될 것이란 평가가 가능해 보인다.
올해엔 백신접종이 속도를 내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테이퍼링 논의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이지만, 파월은 경제지표 호전에도 불구하고 서둘지 않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현재로선 통화정책 정상화에 대한 우려를 차단하는 데 방점을 두고 있으며,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상반기 중 테이퍼링에 대한 언급이 나오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결국 연준 의장을 발언을 보면 통화정책의 '선제적 대응'보다는 '경기회복 강도 확인 후 후행적 대응' 쪽으로 맞춰진 듯하다.
다만 올해 여름으로 접어드는 시점 미국의 집단면역 형성 가능성이 있으며, 양호한 경제지표에 바탕한 테이퍼링 압력이 다시 강해질 개연성도 있다.
연준이 정책의 후행적 대응에 방점을 두고 있지만 향후 경제지표나 물가가 예상치를 웃돌 경우 시장의 연준에 대한 의심은 다시 심해질 수 있고 연준의 고민이 깊어질 수 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