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금융투자는 31일 "4~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헤드라인 CPI를 기준으로 전년 동월 대비 3%를 훌쩍 넘는 수치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승우 연구원은 "작년 4월은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봉쇄 조치가 실시됐던 달이며, 순조로운 백신 보급과 블루웨이브에 따른 부양 조치도 미국의 성장과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릴 주동력"이라 이같이 예상했다.
일단 기저효과가 상당히 크게 작용하는 데다 경기부양 조치가 물가를 끌어올릴 것이란 예상이다.
물가상승률은 3분기 이후 점차 낮아지겠으나 2021년 연간으로도 지난 10년래 최대 상승률을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금융시장에서는 인플레의 도래냐 아니냐를 두고 논쟁이 한창이다. 누구의 전망이 옳았는가는 한참 뒤에 결정될 것이다.
유 연구원은 "우리는 올해의 높아진 미국의 물가상승률을 인플레의 도래로 바라보지 않는다"면서 "그보다는 위기로부터 회복 차원의 강력한 리플레이션 현상으로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지난 1980년대 초 이후 40년 가까이 이어져 온 디스인플레이션 시대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이다. 이런 전망을 하는 이유는 인플레이션의 기조적인 방향을 뒤바꿀 만한 수요 창출이 어렵다는 데 있다고 밝혔다.
유 연구원은 "정부의 부양 조치는 일시적이다.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 한 미래의 불확실성 또는 증세에 대비하기 위해서 가계는 일정량의 저축이 필요하다"면서 "일각에서는 미국 GDP의 10%가 넘는 가계의 초과저축이 인플레이션을 일으킬 것이라고 하지만 지금까지 과도하게 누적됐고 코로나가 더욱 심화시킨 미국 국민들 간 소득 불평등은 전체 가계 저축을 과대평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상위 5% 이내 고소득 및 자산가들이 전체 가계의 저축과 소비 통계를 크게 왜곡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전체 가계 통계와 개별 가계의 서베이 결과를 비교해보면 평균의 오류를 발견해 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세계화, 기술 발전 및 인구 고령화와 같은 디플레적인 환경들은 변하지 않았다"면서 "오히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부채 급증, 부의 양극화 심화와 같은 디플레 요인은 더욱 커졌다"고 주장했다.
Bottom-up 관점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분석했다. 지속성과 가중치 상 근원물가를 결정하는 핵심 항목인 주거 및 의료서비스 가격 상승률은 지속 가능한 인플레이션을 가리키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채권시장과 외환시장도 인플레이션을 가리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채와 물가연동국채 수익률로 산출한 시장의 기대인플레이션 지표인 BEI(Break-even inflation rate)가 최근 상승 중에 있으나 BEI의 선도 수치와 기간구조를 바탕으로 추론하면 채권시장은 구조적 인플레를 예상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유 연구원은 또한 "물가채의 유동성 프리미엄과 인플레이션 예측의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현재 시장에서 관측되는 BEI는 인플레이션 전망을 과대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외환시장도 유사하다. 당초 시장 컨센서스와 달리 달러는 최근 강세를 보이고 있고 우리의 전망에 따르면 향후 더 강해질 것"이라며 "달러 강세는 인플레이션과 상극"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우리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연준의 조기 긴축 및 장기금리 급등이 자산가격을 가파르게 조정시킬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면서 "2분기부터 시장의 인플레이션 우려가 이어질 수 있고 5~6월 최고조에 이를 수 있으나 하반기 이후에는 완화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실제로 인플레이션은 지속 가능하기 어려울 것이며 연준도 오랜 기간 저금리를 유지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 연구원은 "미국 경제의 강한 반등으로 실질금리가 주도하는 시장금리 상승이 예상되나 현재 수준에서 추가적인 상승 룸은 제한적"이라며 "경제 회복 및 기업실적 상향이 이어지고 있어 위험자산에는 나쁘지 않은 환경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다만 "자산가격의 할인율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전반적인 자산시장 부양 효과는 작년보다 약화되는 형국이며 위험자산의 기대수익률에 대한 눈높이는 낮출 필요가 있다"면서 "또한 강한 인플레이션과 성장률 급반등이 나타나게 될 2분기~3분기는 연준의 긴축 우려가 최고조에 달하는 시기가 될 수 있어 장기금리 상승과 자산가격 조정이 동반 진행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인플레이션과 연준 통화정책에 대한 과도한 우려로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2%를 넘어 오버슈팅이 심화되고 그로 인하여 자산가격의 과도한 조정이 발생한다면 해당 시점은 우량 자산의 저가매수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