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이 나라들은 전통적으로 재무건전성이 상대적으로 취약해 자본유출입에 민감하게 반응해온 특징이 있다.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대체로 금리인상을 서둘지 않겠다는 입장이며, 상당기간 완화적 정책기조를 가져가겠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한국 역시 이런 입장들과 궤를 같이 한다.
■ 연준 멤버들, 금리인상까지는 긴 여정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 경제권은 경기회복세가 이어질 것이란 데 방점을 찍고 있다. 그러면서 시장 일각의 정책전환에 대한 의구심을 끊어내기 위해 노력 중이다.
미국 연준에선 다시 통화정책 멤버들이 언론에 나와 경기자신감을 피력하면서도 통화정책 기조를 단기간에 바꾸지는 않을 것이란 점을 강조했다. 경기회복세를 긍정하면서도 아직은 가야할 길이 멀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25일 "장기간에 걸쳐 금리인상 여부를 점검하고 아주 완만한 속도로 경기부양 대책을 종료할 것"이라고 했다
금리 인상이 상당히 긴 시간을 요하는 사건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고용과 물가의 목표달성이 가시화되지 않으면 양적완화 축소도 없을 것"이라며 시장을 안심시키려는 노력을 했다.
경기와 인플레이션 상황을 볼 때 빠르면 내년에도 연준이 금리를 올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지만, 연준은 리인상이 예상보다 시간이 걸리는 결정이란 의견도 보였다.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방은행 총재는 "올해 실업률이 4.5%까지 떨어지면서 크게 개선될 것"이라며 "인플레 상항이 통화정책에서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에반스는 그러나 "연준의 금리인상 조건이 2024년까지 충족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향후 3년 가량은 인상이 어렵다는 의견을 나타낸 것이다.
코로나가 본격화되기 직전 수준까지 미국 경제가 올라오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관점도 보였다.
리처드 클라리다 연준 부의장은 "경제활동과 고용이 매우 좋았던 작년 2월 수준으로 경기가 나아질 때까지 부양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금리 상승과 자산가격 오름세는 낙관적인 경기전망을 반영한 것이어서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고했다.
■ IMF의 한국 통화정책에 대한 훈수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월 13일부터 26일까지 기재부, 한은, 금융위, 금감원 등을 면담하고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3.6%로 0.5%p 상향 조정했다.
IMF는 보고서 작성시 한국 성장률 전망을 3.4%로 수정했으나 최근 추경을 반영해 3.6%로 더 올렸다고 밝혔다. 추경에 따른 성장 효과를 0.2%p로 본 것이다.
IMF의 21년 한국성장률에 대한 전망은 OECD(3.3%), 한은(3.0%), 정부(3.2%)보다 좋다. 골드만삭스를 포함한 해외 대형 금융사들은 평균 3.9% 수준의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성장률 전망을 올리고 있기 때문에 향후 한은 등은 수정 전망시 성장률 수치를 더 상향할 것으로 보인다.
이주열닫기

총재는 "추경이 집행되면 금년 성장률을 추가로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이러한 국내외 여건변화를 종합해 보면,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이 남아 있지만 올해 국내 성장률은 종전 전망치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IMF는 한국은행이 지속적으로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수 이사들은 "거시경제 여건 및 금융안정 위험 간의 균형 필요성을 고려할 때 현재의 통화 정책 방향이 전반적으로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일부 이사는 "보다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통해 경제 회복을 견고히 하고 물가를 물가안정목표에 더욱 가깝게 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최근 일부 신흥국이 예상보다 빠른, 혹은 예상보다 큰 폭의 금리인상을 단행하기도 했지만, 이들 국가들은 자본유출입 문제 등에 대해 선제대응한 측면이 컸다. 한은도 서두지는 않을 방침이다.
이주열 총재는 이틀전 "아직은 실물경제 활동이 잠재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우리 경제가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 정상궤도로 복귀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현재로서는 정책기조를 서둘러 조정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총재는 향후 통화정책 운용 방향과 관련해 시장과 늘 원활히 소통하면서 충격이나 혼선이 야기되지 않도록 유의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 정책가들도 변하고 있다 vs 시장은 늘 연준 인내심을 과소평가해왔다
다만 금융시장에선 연준이나 한은 등이 상당기간 완화적 정책기조를 이어간다고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상황은 조금씩 계속 변할 것이란 인식도 강하다.
정책가들이 발언의 톤을 조금씩 매파적인 방향으로 수정하면서 시장이 경기회복세 맞춰 통화정책 변화 흐름을 따라오게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기도 한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파월 발언도 조금 톤이 바뀌는 느낌이 있다"면서 "IMF는 한국 성장률 전망을 대폭 올렸으며, 전체적으로 정책변화에 대한 부담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정책가들 간에 인식이나 경기를 보는 관점의 차이는 느껴지고 있다.
옐런 재무장관은 최근 내년 완전고용이 상태로 회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비쳤다. 파월 의장은 경기 회복을 긍정하면서도 완전한 회복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측면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파월은 22일 "확실한 경기회복 징후 없이 예측만으로 금리인상에 나서지는 않겠다"면서 테이퍼링에 대해서도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보였다.
이런 가운데 시장은 늘 앞서가면서 엉뚱한 예상을 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일부 트레이더들이 연준이 빠르면 내년에도 금리를 올릴 수 있다고 보지만, 빗나갔던 과거 사례를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도 제기되는 것이다.
미국 매체 블룸버그는 25일 "역사는 채권 트레이더들이 연준의 금리인상 시점을 맞추는 데 서툴렀다는 점을 말해준다"면서 JP모간 소속 연구원 등의 발언을 인용했다.
이 매체는 "2008년 이후 시장은 연준 관리들이 제로금리를 인상하는 데 얼마나 참을성이 있는지를 과소평가해 왔다"고 했다.
■ 미국의 제로금리 탈피와 회귀 과정...한은 총재도 회의적인 물가 상승압력 강도
연준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빠르게 기준금리를 제로로 내린 뒤, 2015년 12월에야 비로소 제로 수준을 탈피했다.
금융위기 후 금리를 인상하는 데 7년이나 걸림 셈이며, 인상 당시 근원물가 상승률은 1.5%, 실업률은 5% 정도였다.
하지만 제로금리 탈피 후 5년이 채 지나지 않은 2030년 3월 15일 기준금리를 다시 제로로 내렸다. 코로나19 사태로 연준은 작년 3월에만 금리를 150bp 인하하면서 순식간에 제로금리로 회귀했다.
이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작년 8월 27일 잭슨홀 회의 온라인 연설을 통해 평균물가목표제(AIT)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이같은 결정은 당시 연준 정책위원 17명의 만장일치로 이어졌다. 인플레 압력에 대한 용인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한 사건이었다.
2021년 들어 시장 일각에선 인플레 압력 강화 등으로 빠르면 내년에도 금리를 올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앞으로 물가 압력의 크기가 관건이란 인식이 강하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코로나19 사태 이전까지 미국은 10년이 넘는 최장기간의 경기 확장 국면을 이어왔다. 이 경기확장기에 실업률은 50년만의 최저치인 3.5%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물가상승률 2%를 확인한 시절은 2018년 정도였다.
이번엔 물가 압력이 가시적으로 커질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져 있다. 올해 2분기엔 기저효과 등으로 각국 물가상승률이 커질 수 있는 환경이다. 다만 여전히 파월 의장이나 이주열 총재 모두 물가 압력 확대가 '일시적' 현상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24일 "앞으로 코로나 감염상황이 빠르게 진정돼 그간 억눌렸던 수요(pent-up demand)가 분출될 경우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으로 높아질 수는 있겠으나 지속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이런 물가 전망에 기초해 보면 지금은 인플레이션 리스크 확대를 우려해 통화정책으로 대응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물론 앞으로 경제활동 정상화 과정에서 수요와 공급 측면의 물가상승 압력이 예상보다 크게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는 만큼 향후 물가 상황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 총재는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유가 상승폭이 확대되고 농축산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대에서 1%대로 높아짐에 따라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물가상승률이 관리목표 위로 올라올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이 총재는 "앞으로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흐름을 보면, 2분기 중에는 지난해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데 따른 기저효과가 더해지면서 1%대 후반으로 높아질 가능성이 있으며, 하반기에도 대체로 1%대 중후반 수준에서 등락할 것"이라며 "국제유가는 지난해 2분기중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30달러대 초반 수준으로 크게 하락했다가 최근 60달러대에서 등락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간 전체로는 지난 전망치(1.3%)보다 높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물가안정목표 수준(2%)을 하회할 것"이라며 "내년에도 1%대를 이어갈 것"이라고 관측했다.

자료: IMF 이사들의 한국 재정·통화·금융 정책 등에 대한 의견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