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우 연구원은 "현재의 유동성 유입 속도가 과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과거 주식 붐 때와 비교하면 지나치다고 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개인 중심의 유동성 유입은 작년 3월(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본격화됐다"면서 "3월 말 주식계좌 수는 총 3,076만 개, 고객예탁금은 43조원으로 전달 대비 주식계좌 수는 86만 개가 늘었고, 고객예탁금 역시 11.9조원이 급증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흐름이 또 한번 가속화된 것은 올해 1월이라고 밝혔다. 아직 1월이 채 끝나지 않았지만 주식계좌 수는 한 달 만에 105만 개가 개설됐다. 결과적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말 대비 현재(1월 22일 기준) 주식계좌 수는 총 2,935만 개에서 3,645만 개로 718만 개가 증가했고, 고객예탁금은 28조원에서 68조원으로 급증했다. 불과 1년여간의 변화다.
이 연구원은 주식 계좌나 주식투자를 준비하는 자금이 크게 늘어났지만, 유동성 레벨을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중에 풀린 유동성(부동자금, MZM: Money with Zero Maturity) 대비 주식시장 유동성 규모를 비교해 보면 직접투자의 강도는 1999년과 유사하나, 총 개인 자금(예탁금, 간접투자, 순매수)의 규모를 유동성과 비교해 보면 오히려 1999년, 2007년과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1999년, 2007년은 지금과는 달리 직접투자뿐만 아니라 펀드 열풍이 중심이었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개인 투자자의 유동성을 판단할 때 고객예탁금뿐만 아니라 펀드와 같은 간접투자 규모를 같이 고려해야 한다.
그는 "1999년말 고객예탁금은 9.6조원, 2007년말은 9.7조원으로 부동자금 대비 각각 5.2%, 2.4% 수준이었다"면서 "하지만 현재(2020년 말)는 고객예탁금은 65.6조원으고 절대 금액은 크게 증가했지만 부동자금 대비 비중은 5.1% 수준"이라고 밝혔다.
부동자금이 크게 증가하면서 고객예탁금 비중은 이전 주식붐 때보다 낮다는 것이다.
그는 "시중 유동성이 많아졌다고 하지만 직접투자 자체 규모가 결코 적은 금액은 아니다"라며 "눈 여겨 볼 점은 간접투자 규모"라고 밝혔다.
1999년은 바이코리아 펀드 열풍, 2007년은 적립식 펀드 열풍으로 대변된다. 국내 주식형 펀드 규모(순자산 기준)도 1999년은 74.2조원, 2007년은 61.7조원까지 급증했다. 부동자금 대비 펀드 규모는 각각 40%, 15.5%에 이른다. 반면 현재는 국내 주식형 펀드 규모는 22조원으로 부동자금 대비 1.7%에 불과하다.
결국 직접투자는 과거 과열 때와 유사하지만 간접투자는 크게 급감했다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직접투자 자금(고객예탁금 + 개인순매수)과 간접투자(주식형 펀드) 자금을 합한 전체 개인자금을 추산해보면 1999년말 83조원, 2007년말 78조원, 2020년말 135조원이 총 개인자금"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지금은 유동성의 유입 속도만 본다면 걱정이 되는 것은 분명하나, 반대로 주식시장 개인 유동성의 규모가 비정상 수준으로 높거나 유동성 때문에 밸류에이션이 일시적으로 오버슈팅했다는 점에 동의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는 "반대로 생각하면 쉽다. 1999년, 2007년에는 지금보다 유동성의 유입 강도가 더 강했지만 주가 재평가는 현실화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유동성의 적정레벨이란 없지만 과함의 기준을 정하고 바라볼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