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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의 정책해설] 당정갈등과 부총리의 사의

김상철 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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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0-11-05 14:29

오래전에 밝힌 사의

국회에는 예상보다 많은 기획재정부 출신들이 있다. 여야에 모두 있는 기획재정부 출신 의원들은 정기적으로 모여서 저녁 식사를 한다. 이 자리에는 물론 일정만 가능하면 현직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참석한다.

밥값은 현직인 부총리가 낼 때가 많지만 현직 부총리보다 고시 기수로 선배인 국회의원이 낼 때도 가끔 있다고 한다. 모임에서는 현직에 있는 부총리에게 아무래도 문제 제기나 질책보다는 격려의 얘기가 오갈 때가 더 많다. 사적인 자리에서까지 여야를 따지고 진영을 나눠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따지고 다툰다면 보기에 좋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다. 경제 관료 출신들이라 비교적 정치적인 색깔이 덜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소속 정당과 관계없이 질책보다는 이를테면 동정에 가까운 얘기들이 많이 나왔다고 한다. 안됐다, 많이 힘들겠다, 어렵겠지만 잘 버티라는 얘기들인데 듣기에 따라서는 불쾌할 수도 있겠다. 속마음을 얘기하기에 조금 편한 이 자리에서 홍남기닫기홍남기기사 모아보기 경제부총리가 자리에 연연하지 않으며 언제라도 물러날 수 있다는 뜻을 밝힌 건 이미 오래전이었다고 한다.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완화

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대주주 요건을 ‘개별 회사 지분 기준 10억 원 이상’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원래 쟁점이 됐던 것은 두 가지였다. 1주택자 재산세 인하,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확대 등을 놓고 정부와 당은 입장이 엇갈렸다. 재산세 인하 문제는 정부의 방침이 관철됐다. 내년부터 공시지가 기준으로 6억 원 이하의 집을 한 채 소유한 1주택자를 대상으로 재산세를 깎아주기로 했다. 여당에서는 공시지가 9억 원을 기준으로 재산세를 감면하자고 주장해왔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9억 원을 넘어가는 상황을 감안한 것이다.

그러나 대주주 양도세 요건 완화 문제는 여당의 주장대로 방향이 정해졌다. 논란은 지난 9월부터 점화됐다. 정부가 지난 2018년에 발표한 시행령 개정사항이라며 코로나 19 위기 상황 등과 관계없이 완화 방침을 고수하겠다고 밝히면서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올해 연말 기준으로 종목 당 3억 원 이상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는 내년 4월 이후 해당 종목을 팔아 수익을 낼 경우 최대 33%의 양도세를 내야 했다. 개인 투자자 등을 중심으로 시장에서는 큰 반발이 일었다. 연말에 대거 매도 물량이 쏟아져나와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처음에 정부가 양보한 선은 기준을 가족합산에서 개인합산으로 수정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면서도 3억 원이라는 기준은 고수했다.

홍 부총리는 지난달 23일 국정감사에서도 "전체 주식투자자의 1.5%만 해당된다."며 대주주 요건 완화를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2개월이 넘는 공방의 결과 정부는 ‘대주주 기준 10억 원’을 현행대로 유지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리면서 결국 백기를 들었다.

부총리의 사표제출과 재신임 발표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 완화가 결정된 이후,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3일 내년도 예산안을 심의하는 국회 상임위원회 전체회의 도중 공개적으로 사의 표명 사실을 밝혔다. 대주주 양도세 과세 기준으로 현행 10억 원을 유지하기로 한 데에 대해 자신은 반대의견을 제시했다는 것도 굳이 밝혔다. 홍 부총리 입을 통해 사의 표명 사실이 알려진 직후에 청와대 쪽에서 '반려' 메시지가 공개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홍 부총리의 사표를 반려하고 재신임의사를 밝혔다고 청와대는 정리했다. 청와대의 발표는 홍 부총리가 국무회의 직후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문 대통령은 즉각 홍남기 부총리의 사직서를 반려하고 재신임의사를 밝혔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홍 부총리가 사임의 뜻을 대통령에게 전하는 자리에서 대통령은 특별히 재신임이나 만류의 뜻을 분명히 밝히지는 않았다. 대통령은 홍 부총리의 사의 표시를 정책 추진과정에 혼선이 빚어진 것에 대한 의례적인 인사말로 듣고 굳이 특별히 언급하지는 않았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홍 부총리는 오전에 직접 타이핑한 사표를 비서실에 전달했다. 그때까지 사표는 비서실장이 가지고 있었고 대통령에게는 전달되지 않았었다고 한다.

홍남기 부총리가 사의의 뜻을 국회에서 밝히고 난 뒤에야 청와대는 뒤늦게 사표는 제출했지만 재신임한 것으로 정리했다. 부총리가 사의를 밝히는 자리에서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던 대통령은 나중에야 홍 부총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이견은 있을 수 있고. 조정해가자. 잘해 달라.”정도로 얘기했다고 한다.

누적된 불만

홍 부총리의 사의 표명은 표면적으론 대주주 양도세 과세 확대 보류에 따른 책임 차원이라고 한다. 하지만 주식 대주주 기준을 10억 원에서 3억 원으로 바꾸는 것 자체는 그렇게 대단한 이슈가 아니다. 여당에 대한 누적된 불만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더 현실에 부합한다.

기획재정부는 그동안의 정책 조정 과정에서 사사건건 여당과 부딪쳐야 했다. 대표적인 게 1차 긴급 재난지원금이다. 앞서 코로나 19 확산 이후 1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범위를 놓고도 기재부는 소득 하위 70% 지급을 주장했으나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전 국민 지급을 주장한 여당의 주장에 밀렸다. 당시 여당에서는 이해찬 대표가 부총리 해임까지 거론했고 홍 부총리는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응수해야 했다.

지난 6월 발표한 금융투자 소득세에 대해서도 기본공제 5000만 원, 시행 시기 1년 연기 등으로 후퇴했다. 심지어 지난달, 부총리가 주도해 발표한 재정준칙에 대해서도 야당과 언론은 실효성이 의심되는 허울뿐인 준칙이라고 비판하고 있지만, 그 수준의 내용마저 여당에서는 철회를 요구하면서 당내 일부에서는 같이 갈 수 없는 사람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부동산정책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난 7월 홍 부총리가 그린벨트 해제 문제를 검토하겠다고 말했지만, 그린벨트 해제는 결국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이 나버렸다. 임대차 3법, 종합부동산세 강화와 같은 부동산정책 수립과정에서도 기획재정부와 홍 부총리의 역할은 제한적이었다.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 부총리 본인의 사정이 희화화된 상황도 곤혹스러운 일이었다.

여전한 갈등의 불씨

대통령이 재신임했다지만 갈등의 불씨는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커진 느낌이다. 당장 여당 의원들은 홍 부총리에게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지금 민주당 일부, 청와대 측근들은 끓고 있다. 국회에서도 이미 일부 여당 의원들은 경제부총리가 자기 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특히 이들은 김동연닫기김동연기사 모아보기 전 경제부총리는 그래도 소신 때문에 충돌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지만 홍 부총리의 경우는 신념도 없으면서 기획재정부의 입장만을 대변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사실 임명 당시부터 홍남기 경제부총리에 대해서는 당내 일부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있었다. 당의 정체성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는데, 이런 일부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임명된 이유는 장하성 정책실장과 갈등을 빚었던 김동연 전 부총리와는 달리 개인적인 색깔이 뚜렷하지 않은 전형적인 경제 관료라는 것이었다. 이런 사실을 홍남기 부총리도 직간접적으로 전해 들었다. 어떻게 보면 자신이 부총리로 재임하는 동안 당으로부터 끊임없이 견제받으리라는 것을 알고 시작한 부총리직이었다.

현재 홍남기 부총리는 굳이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을 굳힌 상태다. 홍 부총리의 사의 표명은 청와대에 대한 불만도 있다. 대주주 기준금액 하향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내놓은 정책이다. 하지만, 그동안 청와대는 여당과 기재부의 논쟁에서 한 발 비켜있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 청와대와 여당, 정부가 정책 수정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양도소득세 기준금액 완화를 반대한 건 부총리 한 사람뿐이었다.

양도소득세 기준과는 달리 당초 정부의 방침대로 방향이 정해진 재산세 감면 기준도 실제로 정부안이 그대로 관철된 것은 정부와 여당의 대립속에서 대통령이 직접 나서 6억 원을 주장해 정리된 것이었다. 부총리가 바뀌든, 바뀌지 않든 앞으로도 경제 정책과 관련해 당·정 관계가 나아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내년 4월 보궐선거를 앞둔 민주당이 정부와 입장과 같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김상철 경제칼럼니스트/한국경제언론인포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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