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외환시장에서 20일 달러/원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5.70원 오른 1,186.90원에 거래를 마쳤다. 3거래일 만에 상승이자 일일 상승 폭으로는 지난 10일(9.00원) 이후 가장 많이 뛰어오른 것이다.
이날 달러/원은 개장 초부터 달러 강세 여파로 위쪽으로 방향을 잡았고, 시간이 지나면서 계단식 상승 흐름을 보였다.
지난밤 사이 달러 강세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의사록에서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내놓은 암울한 경기전망에 안전자산 수요가 급증하고, 뉴욕 주식시장이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빠르게 진행됐다.
FOMC에 대한 실망감은 아시아 금융시장에도 오롯이 이어졌다.
여기에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급증 소식도 위험자산 회피로 이어지며 달러/원 상승을 자극했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날 오전 0시 기준 코로나19 확진자가 전일 대비 288명 늘어난 1만6346명이라고 밝혔다.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14일부터 7일째 세 자릿수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환시 마감 무렵 역외시장에서 달러/위안 환율은 6.9165위안을 나타냈고, 달러인덱스는 0.21% 오른 93.07을 기록했다.
■ FOMC 실망에 바이러스 공포까지…롱포지션 확대
이날 서울환시 역내외 시장참가자들은 FOMC의 비관적 경기전망에 더해 코로나19 재확산 공포에 장중 내내 롱포지션을 쌓아 올렸다.
그간 시장참가자들은 달러 약세 속에서도 숏포지션을 확대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스탑성 거래는 크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A 은행의 한 딜러는 "개장 전이나 장중 백신 관련 희소식이나 미 추가 경기부양 합의 진전 소식 등이 전해졌지만, 시장에 롱마인드 자체가 흔들리지 않았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며 "FOMC발 충격이나 바이러스 공포가 서울환시 참가자들의 투자심리를 오늘과 같이 지배할 경우 당분간 달러/원의 상승 흐름은 유지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 21일 전망…FOMC 후폭풍 지속될 듯
오는 21일 달러/원 환율 방향성은 달러와 미 주식시장 흐름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FOMC 실망감에 강세로 전환된 달러나 주식시장 조정 양상은 이날 밤사이 뉴욕 금융시장에서 또 한 번 확인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 추가 경기 부양법안 합의 가능성이나 백신 관련 소식 등 일부 호재성 재료도 있지만, 시장 전반에 위험자산 회피 분위기를 돌려세우기는 역부족으로 판단된다는 게 시장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특히 국내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지 않을 경우 대외 악재와 겹쳐 국내 자산시장은 더욱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강해질 것으로 이들은 내다봤다.
B 은행의 한 딜러는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늘고 있어 2차 대유행의 전조로 이어질지 우려되는 상황에서 주식시장은 물론 환시 참가자들이 안전자산을 찾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그러나 과거와 달리 각국의 부양책이 실시되고 있고, 백신 개발 등도 진전이 있는 만큼 시장이 패닉으로 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달러/원도 오늘 상승폭은 달러 강세 요인을 생각하면 어느 정도 감내할 수준이었다"면서 "달러 흐름과 상반된 달러/원 흐름이 연출될 경우 1,190원대 레벨에서는 당국의 개입 가능성도 이제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성규 기자 ks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