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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홍콩을 둘러싼 갈등 재연과 美中 헤게모니 게임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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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0-05-25 14:51 최종수정 : 2020-05-25 19:43

[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미중 갈등이 다시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주 중국이 양회 시즌을 맞이한 가운데 홍콩 국가보안법 발의안이 미중 관계 악화의 뇌관이 되고 있다. 중국 당국이 홍콩 보안법 안건 초안을 전인대에 상정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1일 "중국 전인대가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을 추진한다면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여야 상원 의원들이 대중 제재 법안을 초당적으로 마련 중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중국이 홍콩에 새로운 국가보안법을 적용할 경우 중국 공산당 관련 인사와 기관들을 제재하는 내용이다.

중국 전인대는 그러나 이미 미국의 대중 제재 법안을 두고 보복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경고한 상태다.

최근 미국은 하웨이 등 미국 기업들에 대한 제재 움직임에 박차를 가고 있으며, 미국 상원은 중국 기업의 미국 주식시장 상장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 다시 홍콩

5월 24일 다시 홍콩에서 시위가 확산됐다. 지난해에 이어 다시 민주화를 요구하는 홍콩인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지난해 범죄인 인도 법안에 대한 반대하면서 대규모 저항에 나선 뒤 올해엔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을 반대하기 위해 나선 것이다. 중국은 전인대 시즌을 맞아 홍콩 내 반정부 활동을 감시하고 처벌하는 내용의 홍콩 국가보안법을 제정하겠다고 나섰다.

중국 정부는 홍콩 내에서 국가 분열이나 국가정권 전복, 테러 활동을 하는 세력을 처벌하고 외부 세력이 홍콩 문제에 간섭하는 활동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을 법 개정을 시사했다.

이는 사실상 홍콩 내의 대규모 시위로 불법화할 수 있는 조치다. 또 중국 공산당 정부를 비판하는 세력에게 재갈을 물릴 수 있는 강압적인 법으로 평가 받는다.

국제 사회는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에 반대하고 있지만 대놓고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 중국과 제대로 맞설 수 있는 유일한 나라 미국의 움직임을 주목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미국은 중국이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을 강행할 경우 무역과 투자 등에 대해 홍콩에 부여했던 특별 지위를 박탈하겠다고 경고한 상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2일 "중국은 홍콩 보안법 제정을 재고해야 한다"면서 "법안 통과는 홍콩 자치권에 종말을 고하는 일"이라고 했다.

케빈 하셋 미 대통령 선임고문도 여러 인터뷰에서 "이번 행보로 중국이 입을 타격은 대부분 자초한 것"이라며 "이번 조치가 외국자본 이탈을 초래해 홍콩이 더는 아시아의 금융 중심지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안보보좌관이 홍콩 보안법을 승인하면 제재를 부과할 수도 있다면서 중국을 압박하는 등 홍콩을 둘러싼 양강의 갈등은 확전일로에 있다.

■ 트럼프의 정치적 입지 다지기와 지속되는 대중국 공세

코로나19 사태 이후 미국은 유례없는 통화, 재정 동원을 하고 있다. 포드자동차와 같은 유명 대기업들의 신용등급이 일부 신평사에 의해 정크 수준으로 강등되는 등 위기의 기운은 여전하다.

경제 위기 속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11월 대선 문제까지 끼어 있어 중국 압박을 통해 지지율을 만회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대중 강경대응 카드는 궁지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눈독을 들일 수 밖에 없는 선택지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지속적으로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중국 책임론'을 제기해 온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미국 대선이 아니더라도 미래산업과 글로벌 패권이 걸려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중국에 대한 압박은 불가피하다는 평가도 많다. 미국 야당의 중국을 보는 시선이 우호적인 것도 아니다.

민주당의 유력한 대통령선거 후보인 조 바이든은 CNBC 인터뷰에서 "미국은 전 세계에 중국 행동을 비난하도록 촉구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중국은 최근 다시 화웨이 재제 카드를 끄집어내면서 중국을 압박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15일 TGL(임시일반면허) 90일 연장을 발표함과 동시에 이번 연장이 마지막일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국가 안보를 위해 화웨이가 해외에서 미국의 기술과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반도체 제품을 설계하고 제조하는 것을 제재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 조치는 오는 9월 시행될 예정이다.

22일엔 상무부가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 인권탄압과 관련한 이유를 들어 중국 회사 및 기관 33곳을 수출거래 제한 목록인 블랙리스트에 올린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또 미국 공무원 연금에 중국 주식 투자 철회를 요구했다.

이밖에 미국은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해외 기업이 해당국 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는다는 점을 입증하도록 하는 외국기업보유책임법(Holding Foreign Companies Accountable Act)을 추진 중이다. 이미 안은 이미 만장일치로 상원을 통과했다.

미국에 상장된 외국 기업이 3년 연속 미국 회계감독위원회(PCAOB) 감사를 받지 않을 경우 해당 기업 주식 거래는 중단된다. 이는 중국을 겨냥한 조치로 관련되는 기업 224곳 중 213곳이 중국계 기업으로 알려졌다.

■ 중국, 1단계 합의 이행 공언했으나 정치적 이슈 양보 못해

지난 22일 중국의 리커창 총리는 미중 1단계 무역합의를 위해 미국과 협력할 것이라면서 "미중 1단계 합의는 반드시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이 미국과의 1단계 합의를 지킬 수 있을지에 대한 의심은 적지 않다. 중국은 1단계 합의에서 약속한 금액에 훨씬 못 미치는 양만 수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미국의 대중국 수출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0%나 줄어들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있다고 하더라도 중국이 수입을 늘리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겠다는 의지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코로나19 사태로 중국 역시 상황이 좋지 않지만, 미국 보다는 상대적으로 나은 여건을 바탕으로 강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평가도 보인다.

중국은 3월 들어 조업을 재개했으며 4월 산업생산은 반등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물론 대내외 여건이 좋지 않아서 경기 반등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히 큰 상황이며, 경제지표도 깔끔한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양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전국인민대표회의)를 맞아 '정치적으로' 미국에 밀리지 않겠다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미국이 반발할 것을 알면서도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등을 거론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24일 전인대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일부세력이 양국관계를 신냉전으로 몰고 가려 한다"면서 중국을 바꾸겠다는 생각을 버리라고 경고했다.

■ 중국, 공격적인 경기부양으로 미중 분쟁에 대비

자료: 신한금융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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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코로나19의 충격을 가장 먼저 받았지만, 현재 상황은 미국이나 서구권 국가들에 비해 낫다.

또 양회를 통해 적극적인 경제정책으로 경제체력 소진을 막으려는 모습이다.

올해 13차 5개년 계획의 마지막 해를 맞아 최근 수년간 보였던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한 디레버리징 기조를 접고 보다 적극적인 재정·통화 완화책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이번 양회에서 사상 처음으로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제시하지 못했다. 리커창 총리는 코로나19 확산과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으로 정확한 경제 성장률 목표치를 책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리 총리는 '2020년 정부 공작 보고서'를 통해 민생 개선, 빈곤 구제, 중국 경제 및 사회 안정 등의 내용을 포함한 6대 안정 정책을 발표했다.

비록 중국이 경제성장률 등에 대한 수치를 제시하지 못했지만, 중국은 경기부양 카드를 통해 미국의 압박에 위축되지 않는 모습을 찾으려는 상황이란 평가들도 보인다.

이예신 신한금융투자연구원은 "지난 1월 1차 무역 협상 합의로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던 미국과 중국이 본격적인 패권 전쟁에 돌입하는 양상"이라며 "트럼프 행정부의 재집권 의지와 2021년 공산당 창건 100주년을 앞둔 중국 정부의 일당통치체제의 정당성 확보 및 내부 결속력 강화 의지가 맞붙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 연구원은 "산업 패러다임 전환 시기에 기술 패권 및 미래 산업에 대한 주도권 확보 경쟁도 가세한 상황"이라며 "중국은 완화적 통화정책, 확장적 재정정책 조합으로 지방정부 중심 내수 부양의지를 밝혔으며, 연간 경기 부양 정책 자금 6조위안, GDP 대비 재정적자 3.6%를 제시했다"고 지적했다.

이승훈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암묵적으로 설정한 성장률 목표는 3.5~4.0%로 생각보다 공격적"이라며 "재정적자도 특별계정 및 통합계정을 고려해 볼 때 사실상 올해 GDP의 10% 이상을 용인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분석했다.

예컨대 재정적자 목표로 설정된 3.76조 위안을 GDP대비 비율인 3.6%로 나누면 104.4조 위안의 명목GDP를 계산해 낼 수 있으며, 이는 작년 명목 GDP 99.1조 위안 대비 5.4% 성장하는 것이다. 최근 4개 분기의 GDP 디플레이터 증가율(1.6%)가 그대로 유지된다고 가정한다면 실질 GDP성장률 3.8%에 준하는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또 "소비보다 투자에 방점이 찍힌다. 재정과 대출지원이 기업을 겨냥하고 있고, 정부 주도의 인프라 투자 부양 의지가 예년에 비해 강하다"고 진단했다.

인프라 투자에 대한 재원마련 의지(3.75조 위안 특별국채)와 활용도 제고방안(인프라 SPV에 자본으로 활용돼 레버리지 여력 확대), 그리고 민간자본 유인책(신형 인프라)이 가세하고 있어, 재원조달과 실제 집행이 따로 움직였던 2019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인프라 투자 증가율이 10%에 근접할 가능성이 비교적 높다(19년 3.8%)고 풀이했다.

중국은 시장이 예상하고 있던 2% 내외의 GDP 성장률에 비해 꽤 공격적인 목표를 갖고 정책에 임하고 있다.

아무튼 중국이 내놓은 6조위안(1,05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부양책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기록(4조위안, 700조원)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다.

다만 중국 인민은행은 20일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3.85%로 동결해 부양을 기대했던 사람들에게 다소 실망감을 안기기도 했다. 부동산 과열 조짐이 관찰되는 등 과도한 유동성에 대한 우려가 감안된 결정이란 평가도 나오지만, 전인대에서 통화정책의 중요성도 강조됨에 따라 완화적인 정책기조는 계속 유지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 미중분쟁 양국 모두에게 부담...자국 경제체력 감안해 언제든 상대방 압박은 가능

미국과 중국의 헤게모니 다툼이 가중될 경우 글로벌 경기는 큰 부담을 안을 수 있다. 현재 양국이 현재 쏟아내고 있는 말처럼 전면전을 벌이기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들도 여전히 보인다.

A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트럼프 지지율 흐름을 보면 중국에 대해 강하게 압박하면 오르는 것으로 나타난다"면서 "하지만 실제 트럼프가 중국과의 무역합의를 파기하고 관세를 더 물리기도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그는 "미국인들의 중국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것을 사실이지만, 지난해 미국인들이 관세를 보는 부정적 시각 역시 절반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미중 양국이 미래와 정치·경제적 이권을 놓고 다툴 수 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자국 경제가 입을 수 있는 데미지도 고려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론 양강은 지피지기의 입장에서 상대를 더 몰아붙이거나 휴전을 청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윤성희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당장 미-중이 무역분쟁을 본격화하기엔 양쪽 모두에게 부담이 되는 상황"이라며 "일단 트럼프의 입장에서는 재선을 위해서라도 소비자 심리를 복구하는 것이 우선이며, 때문에 경기 하방 압력을 가중시키는 것은 부담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도 실물 경제 최악이 지난 상황이지만 아직 정상화가 됐다고 보기엔 어려워 추가적인 경기 하방 압력은 부담이 되는 상황"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그러나 "이번 양회가 마무리되는 5월말이나 6월초 이후 중국 부양정책과 주요국들의 경제정상화로 인한 대외 수요 회복으로 경제지표 개선될 확률이 높다. 2019년을 보면 양회 이후의 제조업 PMI는 신규주문과 신규수출주문 품목이 증가하면서 개선세를 보였다"면서 "이에 힘입어 중국이 맞불을 놓으며 분쟁을 격화시킬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 혹은 한국의 기업들은 미국과 중국 양국으로부터 골치 아픈 선택 요구를 받을 수 있어 만만치 않은 상황에 처해 있기도 하다.

B 증권사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이 미래 IT 기술을 놓고 게임을 벌이는 중"이라며 "예컨대 미국은 한국의 삼성전자 등을 이용해 화웨이를 더욱 곤경에 빠뜨릴 수 있는 반면, 중국은 한국 업체의 도움으로 미국의 공세를 누그러뜨릴 생각을 하고 있어 우리(기업)의 전략적 선택도 중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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